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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러만찬회
신진오.전건우 지음 / 텍스티(TXTY) / 2023년 6월
평점 :
유년 시절의 여름이면 더위를 식혀줄 TV 프로그램으로 '전설의 고향'이 있었다. 지금 생각하면 식상한 스토리에 유치할 정도의 CG로 웃음을 자아내지만 당시에는 나의 간담을 서늘하게 만들어 여름의 더위쯤은 무색하게 만들기도 했다. 괴담은 시대를 막론하고 늘 흥미를 유발하는 대표적인 이야기다. 나 역시 괴담이라면 좋아하는 편이다. 특히 한 여름이 다가올수록 무더위를 잠재울 괴담을 찾게 된다. 묘한 미신 또는 귀신이 붙어 있다는 귀물에 얽혀있는 괴담을 특히 좋아하는데 그중 일상생활에서 있을 법한 이야기를 가장 좋아한다.
단편 소설 여덟 편이 수록된 이번 작품집은 신진오 작가와 전건우 작가가 엄선한 이야기들이다. 특히나 이 책에서 펼쳐놓은 이야기 속의 배경은 우리 주변이다. 평범한 가정집, 하숙집, 동네 선산, 아파트 등 일상을 살아가면서 한 번쯤 거쳐 가야 하는 곳이며, 누군가는 지금도 그 장소에 있을 것이다. 익숙한 공간일수록 공포감은 배가 되고 절대로 잊을 수 없는 기억으로 남게 된다.
부모님의 사랑을 독차지하고 싶었던 형의 저주의 내용을 담은 <헤이, 마몬스>, 불우한 환경으로 소외된 불행한 모녀의 이야기를 다룬 <얼룩>, 최근 유행하고 있는 해괴한 챌린지를 주제로 한 이야기를 담은 <딩동, 챌린지>, 우등생인 언니와 비교 당하던 동생이 성적 때문에 저주술을 사용한다는 <네발 달린 짐승>, 하숙집의 건물주가 젊은 무당으로 하숙집에서 일어나는 기괴한 이야기를 담은 <신딸>, 일확천금을 얻으려 주식 투자로 전 재산을 날리고 친구에게 빌린 돈마저 잃게 되고 친구와 동반 자살을 계획하지만 로또 1등의 당첨으로 친구만 죽게 된다는 이야기를 담은<추락>, 경찰을 직업으로 둔 워킹맘의 고뇌가 담겨 있던 <만성 활력>, 대대로 내려오던 귀신불이 날아다니던 선산을 지키던 일가의 내용을 다룬 <반딧불이의 산>까지 현실감 있는 다양한 소재가 흥미롭게 느껴졌다.
공포 소설 팬이라면 알겠지만 등줄기가 서늘해질 정도의 공포 소설은 사실 그다지 많지 않다. 영상과 달리 활자로 인간에게 두려움을 선사하기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호러 만찬회의 소설들은 지금까지의 식상한 소설들과는 다른 재미를 보여줬다. 특히나 가난, 소외, 도태, 시기 등 현대 사회를 살아가면서 느끼게 되는 여러 가지 감정들과 문제들이 소재가 되어 완성된 괴담들이 무척이나 의미 있게 다가왔다. 읽고 나서 사라질 휘발성 가득한 공포소설이 아닌 우리 사회가 직면한 문제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할 고민거리를 던져주는 의미 있는 공포 소설이었다.
도서 뒷면의 QR코드로 들을 수 있는 북음은 독자가 <호러 만찬회>를 읽는 동안 온전히 그 시간에 집중해 읽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멜로디로 구성되어 있다. 여러 방면에서 왕성하게 활동 중인 최희영 작곡가가 작곡한 북음은 텍스티가 정성껏 준비한 <호러 만찬회>의 매력과 더해지며 특별한 느낌으로 다가올 거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