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겨진 뼈, 드러난 뼈 - 뼈의 5억 년 역사에서 최첨단 뼈 수술까지 아름답고 효율적이며 무한한 뼈 이야기
로이 밀스 지음, 양병찬 옮김 / 해나무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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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몸에는 206개의 뼈가 있다. 각각의 뼈들은 우리에게 들려줄 이야기를 지니고 있다. 눈의 결정처럼 하나하나마다 미세한 차이가 있어서 이를 통해 수천 년 전의 DNA와 영양 상태, 습관, 질병의 이력, 은폐되었던 학대와 고문, 살인의 증거까지 얻을 수 있는 것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뼈는 우리의 모든 것을 기록하고 있다.

우리가 살아 숨 쉬는 모든 순간, 뼈가 작용하고 한시도 쉬지 않고 뛰는 심장처럼 뼈도 생성과 파괴를 반복하는 살아있는 조직이다. 어떻게 보면 인간의 삶과 늘 함께하면서도 관심을 두지 않았던 뼈에 소중함을 간절히 느낀 것은 무리한 운동으로 인한 반달 연골 파열이 계기가 되었다. 반달 연골은 무릎관절에 가는 하중을 분산시켜 주고 넓적다리에서 정강뼈로 힘을 전달해 준다. 또한 무릎관절을 움직일 때 삐걱대지 않도록 안정성을 주며, 움직이거나 운동할 때 균형을 잘 잡을 수 있도록 하는 고유 위치감각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우리 몸에서 어느 하나 중요하지 않은 것이 없는 것처럼 이 작은 구조물인 반달 연골로 인해 마음껏 달릴 수 없게 된 나에게 뼈에 소중함은 누구보다 절실하게 느껴졌다.

이 책은 40년 동안 정형외과 의사로 일해온 로이 밀스의 저서로 그의 일생의 연구가 담겨 있는 방대한 자료집이다. 뼈에 대해 남다른 애정을 가지고 있던 그는 문화적, 역사적 측면에서 뼈를 바라보며 오랜 기간 연구를 이어나간 결과물이기도 하다. 그리고 딱딱하게 저술된 책이 아닌 그의 재치와 유머가 담겨 있어 편안한 느낌으로 다가왔다.

<숨겨진 뼈, 드러난 뼈>는 크게 1부와 2부로 나뉘어 있다. 1부 <숨겨진 뼈>에서는 진화학 적으로 바라본 뼈의 구조 및 뼈의 역사와 인간이라면 겪게 되는 다양한 뼈 질환의 소개와 치료 등 인간 신체 안에서의 뼈를 소개하고 있다. 2부에서는 <드러난 뼈>에서는 뼈의 주인인 생물이 죽은 후 뼈가 가지고 있는 역사적, 종교적 의미를 살펴본다. 살아온 고유의 기억이란 뇌에만 기록되는 것은 아니다. 몸속뼈 하나하나에 고유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동물의 몸 거의 모든 부위의 연조직과 경조직에는 한 인물의 경험, 습관 및 활동이 반영되어 있다. 그것도 인간과 동물의 삶의 기록들 중 많은 부분이 골격 안에 간직되어 있어 수백만 년 전의 지구에 대해서 말해주며, 인류의 진화를 보여주는 놀라운 기록물이기도 하고, 인간의 삶에서 없어서는 안 될 도구로 사용되기도 했다.

뼈에 대한 다양한 견해와 정보들

뼈란 무엇인가? 뼈는 동물들에게 왜 그토록 중요해졌을까. 어떤 원리와 무슨 이점이 그런 골격의 진화로 이어졌을까 우리 몸에 큰 비중을 차지하는 뼈에 대한 정보를 이해하기 쉽게 풀어나간다. 뼈의 다양한 구조와 생애, 다양한 뼈 질환과 치료법과 정형 외과계의 혁신같이 일반적인 환경에도 적용될 수 있는 정보들을 알가 쉽게 설명하며 정형외과 의사로서의 견해와 지식을 전달하고 있다.

이해를 돕는 다양한 이미지 자료

이해하기 쉽게 친절한 주석이 더해진 다양한 사진과 그림이 수록되어 있어 독자들이 책을 보는 시각적 즐거움을 더한다.



단순 지식 전달만이 아닌 뼈에 대한 독특한 주제로 관련된 문화와 역사의 딱딱하지 않은 이야기들

우리 몸속에서 한 사람의 흔적을 고스란히 담아내는 뼈, 죽은 다음에도 오랫동안 그대로 남아 지구 생명체의 신비를 밝히는 뼈. 뼈는 이렇게 인간을 가장 깊숙이 이해하는 열쇠이나 생명 탄생의 근원을 비추는 거울과도 같다.

모든 뼈 이야기들이 고리처럼 엮여 있어 서로 다른 대륙의 사회상과 서로 다른 시대의 역사가 어느 역사책 못지않게 생생하게 다가온다. 뼈의 아름다움과 그 안에 간직해온 오랜 역사와 문화 전반적인 이야기를 저자의 재치 있는 위트를 더해 흥미롭게 풀어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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