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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를 위한 B컷 ㅣ 문학동네 청소년 64
이금이 지음 / 문학동네 / 2023년 6월
평점 :
2007년 아이폰이 출시되던 날을 기억한다. 당시 아이폰의 보급은 혁명적인 사건이었고 아이폰 앱에 포함되어 있던 유튜브의 화려한 영상들은 우리 문화 전반에 자리 잡으며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매체가 되었다.
스마트폰의 보급이 정점에 다다른 지금, 시대가 변화함에 따라 아이들의 관심사도 달라졌다. 아이들의 장래희망 1순위를 차지하던 교사가 밀려나고 유튜버가 1위를 차지했다. 그럴 만도 한 게 한국은 돈 버는 유튜버가 가장 많은 나라 중 하나다. 2020년 말 기준 한국 국민 529명당 1명이 수익을 내는 전업 크리에이터로 통계가 났을 정도이니 아이들의 장래 희망 1위가 된 것도 이상하지 않을 일인 것이다. 문제는 낮은 진입장벽 탓에 경쟁이 심화된 1인 미디어는 폭력적이거나 선정적인 콘텐츠에 몰두하는 양상으로 이 같은 유해 콘텐츠의 최대 피해자는 청소년이었다.
영상 편집에 흥미를 가진 선우는 같은 학교에 다니는 서빈의 부탁으로 유튜브 편집을 도와준다. 포카리스로 불리는 서빈과 3명의 친구들은 성적, 외모, 운동 모두 눈에 띄는 아이들이었다. 선우는 그들의 영상의 장점만을 골라 매력적인 영상으로 편집한다. 선우는 어떤 것도 자신의 뜻처럼 되지 않은 현실과는 달리 영상 편집에 있어서는 주위 사람들에게 인정받기 시작했다.
완벽하다고 생각했던 서빈에게서도 어두운 면이 있었다. 친형에게 무시당하며 구타당하는 서빈의 영상을 우연히 보게 되고 현실의 화려한 생활 이면의 생각지도 못한 삶을 보게 된 것이다. 그리고 뜻밖의 사건으로 선우와 포카리스 멤버들은 평화로웠던 일상이 무너져 내리고 사건의 진실이 담겨 있던 선우가 잘라낸 B컷을 다시 살펴보게 되는데...
"현실과 편집된 세계 사이에는 누더기 차림의 신데렐라와 마법으로 화려하게 변신한 신데렐라의 차이만큼이나 거리가 있었다."
남들에게 인정받아야 비로소 안심이 되고 자신이 쓸모 있는 사람이 된 듯하다고 느끼는 게 인간의 심리다. 그래서인지 사람들은 타인의 평가에 유독 예민하다. 타인의 인정과 칭찬을 받아야만 심신이 안정되고 자신의 가치도 확인된다. 어쩌면 인생의 목표 자체가 타인에게 인정받는 것이 되어버린 오늘날, 개인의 행복이나 삶의 의미는 뒷전이 되고 만다.
지금 이 순간도 우리 삶에서 가장 화려한 부분을 편집하여 자신의 SNS에 올려 검증받는다. 화려한 영상을 위해 잘린 무수한 B컷의 영상들 속에 담겨진 삶의 조각들은 어쩌면 우리 삶에서 없어서는 안될 가장 중요한 순간들이지 않을까? 잘리고 버려진 B컷들이 있었기에 지금의 나로 존재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