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썬데이 파더스 클럽 - 육아일기를 가장한 아빠들의 성장일기
강혁진 외 지음 / 미디어창비 / 2023년 5월
평점 :
"애는 엄마가 키워야지."
내가 태어난 80년 대만 하더라도 아이 키우기는 온전히 엄마의 몫이라고 단정 짓고 그녀들이 도맡아왔다. 40여 년이 지난 지금, 여성들의 몫이라고 생각했던 육아가 사회적 제도의 개선과 남성들의 인식 변화로 아기들에게 사랑을 나눠주고 키워주는 아빠들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더욱이 각종 매스컴에서 아빠의 육아를 다른 프로그램이 많아지며 아빠들도 당연히 육아에 참여해야 한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썬데이 파더스 클럽>은 아이를 키우면서 느끼는 다양한 생각과 에피소드를 고스란히 담을 수 있는 건 글이 제격이라는 생각에 모인 5명의 아빠들이 겪게 되는 좌충우돌 육아일기이다. 한 달에 한 번 육아 일기를 남기는 이들은 다양한 연령대, 성별이 다른 아이들을 키우는 아빠들이라 그들의 글은 다양한 사람들과 언론의 주목까지 받으며 화제가 되고 있다.
"여전히 내가 아빠라는 사실이 비현실적이거나 생경하게 느껴질 때가 있다. 나에게는 아빠가 되기 전 40년의 삶이 있다. 아빠로서의 나를 마주하는 것이 가끔 어색한 이유가 이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더 노력하려고 한다. 아이와 더 많은 시간을 보내려고, 함께 웃고 우는 경험을 더 많이 하려고 한다. 더 자주 안아주고, 더 자주 아이 볼에 입 맞추고, 더 자주 사랑한다고 말할 것이다. 한 아이의 아빠라는 사실에 스스로 어색하지 않도록 그리하여 조금씩, 오랫동안 내 안에 아빠는 단어의 크기를 키워갈 것이다." -34p
계획대로 완벽하게 흘러가는 육아란 존재하지 않는다. 나 역시 계획에 없는 아이를 가지게 되어 아빠라 불리게 되었고 아빠가 되었다는 현실이 낯설게만 느껴졌었다. 충분하지 않은 경제 사정으로 인해 회사를 쉴 수 없었고 육아 휴직을 사용했을 때 생기는 회사로부터의 불이익 때문에 와이프의 혼자 도맡아 육아를 하는 날이 많았고, 제대로 정립되지 않은 사회제도와 예상치 못한 아이의 건강 악화 등의 문제로 힘든 육아생활을 이어나갔던 것 같다.
"끝끝내 유튜브 2배속 재생 버튼을 누구고야 말았다."
그들의 글에는 아빠로서 공감 가는 내용들이 가득했다. 일과 육아를 병행해야 하는 현실에 자신의 여가 생활시간마저 줄여야 했던 경험, 아이를 키우는 양육자에게 있어 자신의 생활 패턴은 모두 아이의 시간에 맞춰 돌아가야 하는 현실도, 모든 것이 귀찮고 내 아이의 육아마저 놓아버리고 싶을 때도, 아빠라는 낯선 경험을 쌓아가면서 아이와 함께 자신도 성장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절대로 돌아오지 않는 시간이에요."
육아를 할 시간에 돈을 많이 벌어 다양한 학습을 통한 경험과 장난감과 같은 물질적인 것으로 만족시켜 줘야겠다고 생각한 적이 있다. 물론 다양한 경험을 체험하게 해주는 것도 나쁘다고는 할 수 없지만 두 번 다시 돌아오지 않는 아이와의 시간에 따뜻하게 반응해 주고 아이의 눈높이에서 같이 즐겁게 놀아주는 것이 밝고 따뜻한 긍정적인 아이로 성장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그들의 말처럼 나 역시 과거로 돌아갈 수 있다면 더 많이 사랑한다 말해주고, 더 많이 함께해 주고 싶다. 지금 생각해 보면 더 최선을 다했어야 했는데도 그러지 못한 자신이 원망스러울 때가 있다.
아빠의 육아란 의외로 단순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아이와 함께 진심을 다해 놀아주고 함께 호흡하는 일, 아이를 향한 아낌없는 사랑과 그 사랑을 언제까지나 주고 싶다는 마음을 가지는 것 자체가 육아이지 않을까? 두 번 다시 돌아오지 않는 아이와의 시간에 부모로서 아이들과 긍정적인 관계를 형성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하는 것은 어쩌면 부모가 됨으로써 가지게 되는 책임 같은 것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