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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아름다운 정원
카트린 뫼리스 지음, 강현주 옮김 / 청아출판사 / 2023년 4월
평점 :
🌾내 아름다운 정원
큰 길이 낳은 수많은 길 끝에는 언제나 꽈리 같은 집들이 매달려 있었다. 시골 동네 옹망졸망 붙어있는 제일 높은 곳에 있는 집, 옥수수 꽃 말갛게 피는 울타리 옆 담을 돌아 땀 냄새 먼지투성이의 아버지 작업복과 흰 수건 질끈 동여맨 엄마도 꽃무늬 포플린 치마 펄럭이며 대문으로 걸어든. 누렁이 뒹구는 마당 한쪽 평상엔 자작하게 끓인 된장찌개와 찐 호박잎, 새곰하게 익은 열무김치와 흰밥에 배춧국 한 사발 밥상 둥글게 차려지던 풍경.
추억을 그리워하는 사람에게 가장 그리운 풍경은 빛과 색으로 안기는 고향의 향기다. 잊은 지 오래인 내가 오늘 다시 찾은 것은 세월, 아니 그때를 그리워하는 유년의 아름다움이었다. 국가와 인종은 다르지만 카트린 뫼리스의 <내 아름다운 정원>에서는 맑고 푸르던 시골 동네 그 안에서 사는 사람들의 인간미 넘치는 애환이 그려져 있었다.
"시골은 너희에게 기회가 될 거야!"
어린 동생과 그녀를 시골에서 키우기로 결심한 부모님과 함께 시골에서 생활하게 된 카트린.
무너져 가는 농장을 구입해 직접 수리해 나가며 그녀의 평생 추억이 될 나무도 심고, 자신들만의 보금자리를 만들기 시작한다.
가족들이 힘을 모아 농작물을 재배하고 같이 요리도 만들며, 그것을 자라게 한 자연에 대해서도 이야기할 수 있는 시골집, 그곳은 카트린에게 잠시 잊고 살아온 고향이며 사람살이의 따뜻함을 알려준 어린 시절 중요한 추억의 장소이다.
변하지 않을 것만 같던 시골 풍경에도 삶의 편리를 위한 개발로 조금씩 변해가고 그렇게 조금씩 변해가는 풍경들을 뒤로 한 채 그녀만의 작은 정원에서 그림을 그리며 묵묵히 성장한다
<내 아름다운 정원>에는 카트린이 자연에서 느낀 수많은 감정들과 삶의 지혜를 담고 있는 문학 작품과 명화도 이 책을 읽을 때 흥미롭고 매력적인 부분이었다. 무엇보다 마음에 와닿았던 것은 지금의 그녀를 만들어준 소중한 경험을 해준 자연의 모습들은 나의 어린 시절, 세상에 없는 그 기억을 찾기 위해 그 시간을 더듬고 있었던 나를 되돌아본 계기가 되었다는 점이다.
황토로 집을 짓고 텃밭을 일구며 자연과 더블어 살아가는 사람의 일상을 꿈꾸며 귀농을 얘기한다. 나 또한 자연에 둘러 싸인 삶을 꿈꾸며 살아가고 있다. 나이 듦에 자연이 된다는 말이 있듯 살면 살수록 자연에 다가가고 싶다. 가슴속에서 여름밤 내내 내 집 앞산을 흔들던 이름 모를 새의 울음소리와 마을 어귀 팽나무 아래 평상에 앉아 수박을 먹던 그 아련한 시간은 두 번 다시 돌아오지 않는 것임에 안타깝고 또 안타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