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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쿠아리움이 문을 닫으면
셸비 반 펠트 지음, 신솔잎 옮김 / 창비 / 2023년 3월
평점 :
"뜻밖의 일들이 벌어질 수도 있습니다."
아카데미상 수상 다큐멘터리 '나의 문어 선생님'의 감동적인 영상을 본 후로 문어에 대한 나의 시각이 바뀌었다. 그전까지만 하더라도 식용으로만 생각하던 동물을 고양이와 개처럼 먹어서는 안 될 동물로 여기게 되었다. 신비로운 생물 문어와의 깊은 교감은 현실의 모습도, 소설에서도 매력적인 소재임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셸비 반 펠트의 데뷔작 [아쿠아리움이 문을 닫으면]은 펜더믹 봉쇄 조치로 이동이 제한되면서 쓰기 시작한 소설로 팬데믹으로 인해 자유롭지 못하는 마음을 소설에 담았다.
지능이 높고 글도 읽을 수 있는 문어 '마셀러스'는 수족관에 갇혀 지내고 있다. 인간이 주는 먹이가 마음에 들지 않는 마셀러스는 수족관을 탈출해 다른 수조의 생물을 잡아먹는다. 여느 날처럼 다른 수조에 다녀오다 전선에 묶여 있는 걸 소웰베이 아쿠아리움에서 가장 나이가 많은 청소부 할머니 토바가 발견해 구해주게 되고 둘의 우정이 시작된다.
"최악의 의사소통 능력, 그것이 인간이란 종의 특징인 듯하다. 다른 종이라고 훨씬 나은 건 아니지만, 청어조차 자신이 속한 무리가 어느 방향으로 가는지 알며 그에 따라 헤엄쳐 나간다. 그런데 왜 인간은 무엇을 원하는지 서로에게 속 시원하게 말하기 위해 자신들이 가진 수백만 개의 단어를 사용할 수 없는 걸까?
죽은 아들에 대한 기억을 안고 여분의 삶을 살아가는 할머니 토바와 부모의 사랑을 받지 못하고 자란 캐머런. 모두 깊은 아픔을 견디며 살아가는 사람들이다. 마음속 깊은 곳에 숨겨둔 아픔을 알리려 목숨까지 걸며 도와주는 마셀러스의 모습에서 또 한 번 문어라는 생명체에 큰 애정을 느끼게 되었다.
"인간들 대체로 멍청하고 어리석다. 하지만 한 번씩 놀랍도록 똑똑한 생명체가 되기도 한다."
무뚝뚝한 마셀러스의 도움으로 토바와 캐스먼 두 사람은 깊은 상실감에서 벗어나지만 이것은 인간 본연의 상처를 딛고 일어서려는 인간이라는 존재의 경이로움이지 않을까. 인간들 간의 관계에서도 쉽게 찾아보기 힘든 이해와 교감은 팬데믹으로 더욱 각박해진 사회에 따뜻한 온기를 전해주는 마음 따뜻해지는 소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