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고의 구멍 ㅣ 초월 3
현호정 지음 / 허블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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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호정 작가의 소설은 <고고의 구멍>이 처음이다. 그녀의 이번 소설을 간단히 말하자만 'SF라는 장르 위에 그려진 동화 같은 이야기'라고 말하고 싶다. 전작을 읽어보진 않았지만 두 작품 모두 신화를 배경으로 한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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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르다는 이유로 추방되어야 하는 내용은 미야베 미유키의 '이코'가 떠오른다. 머리에 뿔이 난 채 태어났다는 이유로 안개의 성의 제물로 바쳐진 주인공. 쌍둥이만 태어난다는 마을에서 고고 역시 홀로둥이로 태어나게 되고 또 다른 홀로둥이 누누와 함께 살게 되지만 누누가 새가 되어 날아가자 홀로 남은 고고는 마을에서 추방된다. 추방된 고고는 습지에서 자유로운 나날을 보내게 되지만 어느 날 자신의 가슴에 구멍이 생긴 것을 발견하게 된다. 가슴에 생긴 구멍으로 서서히 죽어가던 고고는 망울의 대지에 난 크레이터(구멍)을 메우는 일을 하는 거인족 협곡인이 떠올리고 자신의 구멍을 치유하기 위한 여행을 떠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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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안에 있던 것이 충분히 밖으로 나왔다고 해서 찢어진 겉이 저절로 아무는 건 아니라는 점이야. 그 어떤 상처도 스스로 아물지 않는다고 나는 믿어. 그래서 나는 땅을 도와. 메울 수 있는 부분은 메우고, 붙일 수 있는 부분은 붙여. 채워야 하면 채우고, 정 안되면 가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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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적으로 환상적이라 할 수밖에 없는 이 소설의 전체를 이루고 있는 것은 상실이다. 무언가 읽게 된다는 것. 상실감이 주는 아픔엔 자유로운 사람은 없다. 모두 같은 궤적을 그리며 살아갈 수 없듯이 상실이 주는 아픔 또한 모두 다른 모습이다. 그렇게 상실이 주는 아픔을 감추며 무언가로 채우려는 것은 우리의 인생과도 닮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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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전부터 상실은 감정을 구성하는 것이 아니라 감정을 소비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고고의 가슴에 난 구멍에서 흘러나오는 것들은 고고의 마음 그 자체였던 것이다. 금이 고고의 구멍에 들어가며 얇은 막이 생긴 것도 고고를 완전히 이해하지는 못하지만 고고의 허전한 마음을 막아줄 '따뜻한 이해'를 품고 있었기 때문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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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반쪽이었던 노노를 만나면 채워질 것 같았던 구멍은 노노를 만난 후에도 치유되지 않았다. 그것은 어쩌면 고고가, 이 소설을 읽고 있는 우리가 가장 필요로 했던 것은 소중했던 누군가의 예전 모습이 아니라, 그 사람을 온전히 사랑하고 있는 자신의 옛 모습일지도 모른다. 자신의 아픔을 직시하며 앞으로 나아가는 고고라는 존재가 나에게 그렇듯 이 소설이 아픔을 딛고 걸어나가는 모두에게 따뜻한 온기가 되어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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