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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상서점 - 잠 못 이루는 밤 되시길 바랍니다
소서림 지음 / 해피북스투유 / 2023년 2월
평점 :
품절
일반적인 경우라면 종이책 형태의 원작이 먼저 출간된 다음 다른 매체를 통해 독자에게 전달되는 과정을 거치지만 <환상서점>은 오디오 드라마로 먼저 제작되었다가 독자의 요청으로 종이책이 출간된 특이한 케이스이다. 어떤 흥미로운 내용을 담고 있는 소설이길래 독자들의 요청으로 종이책이 출간되었는지, 그리고 표제 자체가 나의 개인적인 코드와 맞을 것 같기도 한 개인적인 느낌으로 접하게 되었다.
회사를 그만두고 동화 작가를 목표로 둔 연서는 2년 동안 총 일곱 번의 출판 거절의 메일을 받는다. 화가 난 그녀는 산행을 결심하고 산에 올랐지만 날은 저물고 길을 헤매게 되고 외딴 절벽을 마주할 때 신비한 분위기의 남자 '서주'를 만나게 된다. 수상한 그를 경계하며 자리를 피하려고 하다가 불어온 강풍에 의해 절벽으로 떨어지게 되지만 알 수 없는 존재에 의해 구해지게 된다. 그녀는 서주의 서점에 들르게 되고 이름 모를 소녀의 어리광에 의해 서주의 옛이야기가 시작된다.
"저는 이 자리에서 오랜 시간을 지냈습니다."
이승과 저승을 오가는 신수의 뿔을 자른 죄로 저승차사가 된 남자의 이야기를 담은 <구색록>, 유일한 인간 친구가 살해당해 그의 환생을 기다리는 신의 이야기 <옥토>, 저승사자가 가지고 있는 인간의 수명이 적힌 명부에서 자신의 기록을 지워버려 영원히 살게 된 남자의 이야기 <불가록>, 불행의 족쇄가 채워져 있는 생을 반복하더라도 사랑하는 사람과의 만남을 바라는 한 여인의 이야기 <소화담>.
"다시 만날 수 있으면 됐어요. 바람 하나를 이뤘으니 이제부터 다음을 생각하겠습니다. 긴 시간이 걸릴지라도 나는 우리가 활로를 찾으리라고 믿어요. 불운이 나를 밀어 넘어뜨리면, 다만 내가 살아있는 줄 알겠습니다."
신조차 어찌할 수 없는 운명의 굴레에서 연이라는 실로 연결된 인물들의 애처로운 이야기를 들려주는 서주와 그의 이야기를 통해 전생을 기억해 내는 연서. 윤회를 거쳐 다시 인간으로의 환생을 기다리는 인물들의 애틋함을 잘 표현한 소설이었다.
"보고 싶습니다. 저승의 강을 건너더라도 데려오고 싶어요. 망각수를 전부 토해내고 나를 기억하라고 말하고 싶어요. 환생 같은 거 하지 말고, 영혼이라도 좋으니 함게 있어 달라고, 그렇게 애원하고 싶습니다."
진부한 내용일 수도 있지만 잘 짜인 스토리와 구성은 오디오 드라마였던 <환상서점>이 역주행 인기를 얻은 이유를 충분히 실감하고도 남았다. 이 소설이 담고 있는 주된 이야기는 기다림이다. 존재하는 것 자체가 기다림이며 그 오랜 기다림 속에서 연을 놓지 않고 누군가를 기다린다는 가슴 아픈 이야기는 '한'이라는 정서가 가지고 있는 매력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