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징 솔로 - 혼자를 선택한 사람들은 어떻게 나이 드는가
김희경 지음 / 동아시아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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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7월 온라인 뉴스에서 여성을 묘사하는 방식이 어떻게 변화했는지 확인하기 위해 10년 치 뉴스 763만 8,139건을 전수 분석한 결과, '노처녀'라는 표현은 2020년 4월을 끝으로 뉴스 제목에서 사라졌다. 10년도 전에 일이다. 일반적인 사회 인식에서의 혼기가 지난 사촌 누나는 명절 때마다 해외로 도피하듯 떠나버렸다. 결혼은 안 하냐는 둥, 눈이 높은 거 아니냐는 등의 친지의 잔소리가 듣기 싫어서였다. 10년 전만 하더라도 결혼 적정기에 결혼을 하지 않는 사람들을 보면 어딘가 결함이 있는 게 아닐까 하고 추측 아닌 추측을 하던 것이 엊그제 같았는데 이제는 노처녀라는 표현을 쓰지 않는 세상이 온 것이다.

"남들이 어떻게 보든지 말든지 나는 '남편도, 자식도 없이' 어디에도 묶이지 않았던 덕택에 홀로 긴 여행을 여러 번 떠났고, 새로운 모험을 할 수 있었다. 안전한 일터를 떠나 낯선 분야에 뛰어들지 않았더라면 겪기 어려웠을 소중한 경험을 쌓았다. 물론 가족이 있다고 불가능한 경험은 아니었겠지만, 인생의 중요한 의사결정을 할 때 내 변수만 고려하면 되는 솔로라서 생각을 행동으로 옮기기가 쉬웠다."

내 주위에도 친구를 비롯하여 혼자 비혼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이 존재한다. 주위의 시선은 아랑곳하지 않는 비혼주의 사람들. 특히 비혼 여성의 삶이 늘 궁금했었다. 그 호기심의 시작은 어쩌면 혼자 사는 삶은 결혼한 삶보다는 불안전하다고 믿고 있었던 나는 여성임에도 당당하게 살아가고 있는 그녀들에게 매료되었던 것인지도 모르겠다.

<에이징 솔로>에는 저마다 다른 직업과 다른 생활 환경을 가진 4050 비혼 여성들이 겪게 되는 인간관계와 노후 문제, 인간으로서의 외로움에 대처하는 법 등 혼자 살아가면서 부딪쳐야 하는 여러 경험담과 고민을 다루고 있다. 예상 밖으로 대체적 충분히 행복한 삶을 살고 있었지만 무시하기에는 무거운 문제도 존재했다. 그것은 사회적 고독과 고립, 홀로 살아가면서 아플 때와 위험한 상황, 노후의 경제적 안정을 위한 안정된 직장 문제, 비혼 여성에게 부담이 될 수 있는 부모 돌봄 문제 등이다. 혼자 살아가는 삶에서도 서로를 간섭하지 않는 한에서 서로를 위한 배려와 돌봄의 중요성을 제시하며 더 나아가 정부 차원에서 1인 가구의 복지 확대와 한국 사회의 그릇된 인식 변화가 중요하다고 말하는 그녀들의 이야기는 비혼인 이들에게 선입견을 가지고 있던 나의 생각을 바꾸기에 충분했다.

혼자임에 익숙한 사람들의 이야기이지만 그들은 혼자가 아니었다. 자신의 가족을 구성하지는 않았지만 저마다 다양한 방식으로 '함께 하는 삶'을 만들어왔다. 함께 시간을 보내며 서로의 온기를 느끼며 서로를 돌본 시간이 만들어낸 '친밀함'이 서로를 지켜주고 있었던 것이다. 각자의 방식으로 자신의 혼자 사는 삶의 빈틈을 채우며, 사회가 만들어낸 선입견을 뒤로 한 채 혼자임을 선택하는 것은 더 이상 비난받을 일이 아닌 것이다.

흔히들 말한다 한국의 여자들은 나이를 먹으면서 체념하는 것이 많아진다고. 결혼과 자녀의 행복만이 인생의 목표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강요받은 삶을 거부하며 혼자임에도 당당하게 살아가며 다양한 삶의 방식을 조언해 주는 인생 선배들의 이야기는 내 힘으로 걸어 나가고자 하는 이들에게 커다란 위로와 따뜻한 응원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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