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틀 아이즈
사만타 슈웨블린 지음, 엄지영 옮김 / 창비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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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개인이 세계 어느 곳에서나 임의의 낯선 사람의 삶에 가상으로 연결될 수 있다면 두 사람 모두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까? 개인의 사생활조차 상품이 되어 팔리는 미래의 세계에 개인의 비밀이란 존재할 수 있는 것인가?

그리 멀지 않은 미래를 그린 슈웨블린의 장편 <리틀 아이즈>는 2018년에 발표한 장편 <Kentukis>의 다른 이름으로 만다라체상을 받고 이 작품 역시 인터내셔널 부커상 후보에 올랐다.

 

"카메라는 인형의 눈에 달려 있었는데, 동물 모양을 한 이 인형은 밑바닥에

바퀴 세 개가 숨겨져 있어서 빙글빙글 도는가 하면 앞뒤로 움직이기도 했다"

 

켄투키라는 동물 모습을 한 인형에는 카메라가 내장되어 있고 켄투키 인형을 사는 사람은 켄투키 연결카드를 사는 사람에게 관찰당하게 된다. 즉 연결 카드를 산 사람이 켄투키가 되어 자신의 주인을 지켜보고 되는 것이다. 그들은 서버에 의해 랜덤으로 연결되기 때문에 상대를 선택할 권리는 없다.

 

"주인이 되는 것과 켄투키가 되는 것의 장단점을 두고 다들 이런저런 말들을 해댔다.

전혀 모르는 사람에게 자신의 사생활을 드러내 보이려는 사람은 드문 반면,

다른 이의 삶을 엿보는 것을 마다할 사람은 없었다"

 

 

남의 사생활을 엿보거나 간섭을 하는 것에 흥미를 느낀다는 사실은 부정하기 쉽지 않을 것이다. 가리어져 있는 누군가의 삶, 훔쳐보기가 가져다주는 짜릿함 때문일까? <리틀 아이즈>의 내용을 보면 현실과 동떨어진 이야기라고 생각할 수도 있으나 가까운 미래에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국내에서도 미성년자들을 협박하여 끔찍한 음란물을 촬영하도록 만든 N번방 사건을 비롯하여 수많은 성범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남의 사생활이나 성행위를 훔쳐보는 관음증은 사회적으로 통용되지 않은 성행위를 즐기며 성적인 만족감을 느끼는 것으로 사회적으로 큰 문제가 될 수 있다.

개개인의 성적 만족을 위한 관음 행위를 벗어나 정부적 차원에서의 감시도 상상해 볼 수 있다. 조지 오월의 1984에서의 텔레스크린과 사법경찰들의 감시, 심장 박동까지 감시받으며 살아가야 하는 사람들은 슈웨 볼린의 우려하는 또 다른 미래의 모습인지도 모른다.

4차 산업혁명으로 모든 것이 연결된 지금, 겉으로는 인간의 자유와 해방이 실현된 것처럼 보이지만 분명 또 다른 형태의 억압과 불평 등이 존재하는 곳이다. 고도화되고 정교화된 CCTV 카메라 자이와 디지털 파눕티콘 구조 속에 사람들은 차츰 인간의 존엄성을 상실해 버리고 있지는 않은가? 슈웨 볼린의 글들이 진정한 공포로 다가오는 건 그녀의 상상이 멀지 않은 우리의 미래와 닮아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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