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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버 드림
사만타 슈웨블린 지음, 조혜진 옮김 / 창비 / 2021년 3월
평점 :
<입속의 새>에 이어 사만타 슈웨블린의 2번째 리뷰는 대표작 <피버 드림>이다. 원제 Distancia de rescate로 구조 거리이지만 영미권의 표제를 그대로 쓰고 있다. 작품을 읽게 되면 특이한 형식의 작품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응급실에서 죽어가는 아만다와 다비드의 대화만으로 이루어진 형식을 취하고 있다. 서로 간의 관계를 알 수 없는 독백에 가까운 대화들 속에서 희미한 기억을 잡아가며 그녀가 병원에 도착하기까지의 사건들을 되짚어본다.
정확한 순간은 바로 세세한 점에 있어요.
그러니 자세히 살펴봐야 해요.
소설 곳곳에서 죽음을 연상케 하는 초자연적인 소재들로 소설의 분위기를 무겁게 이끌고 간다. 과연 초자연적인 무언가로 인해 마을에 생기는 재앙을 설명할 수 있을까? 아만다와 다비드의 대화에서 계속 언급되고 있는 세세한 점과 자세히 살펴봐야 한다는 것은 무엇일까? 소설을 끊기 있게 읽어 나간 독자라면 눈치챘겠지만 이것은 초자연적인 무언가가 아닌 바로 환경오염으로 비 져진 재앙이었던 것이다. 사만타 슈웨블린은 비극의 원인을 직접적으로 밝히지 않는 대신 이 재앙은 환경문제로서 우리 삶 어디서든 발생할 수 있고 결코 무시되어서는 안될 문제라는 것을 말하고 있다.
"집에 가까워질수록 점점 속도가 느려지고 있다는 것도 눈치채지 못하고. 수많은 자동차가, 갈수록 더 많은 차들이 아스팔트 위를 덮고 있다는 것도 교통이 정체되어 몇 시간 동안 오도 가도 못한 채 뜨거운 배기가스를 내뿜고 있다는 것도. 그이는 중요한 것을 보지 못해. 어딘가에서 불붙은 도화선처럼 마침내 느슨해진 실을. 이제 곧 분출되지 일보 직전인, 움직이지 않는 재앙을."
소설 속에서 드럼통 안에 들어있던 '이슬'은 세계적으로 가장 널리 쓰이는 농약 성분인 '글리포세이트'로 이것의 발암 가능성을 놓고 논쟁이 한창이다. 세계적 유전자재조합 종자회사이면서 농약회사인 몬샌토의 제초제 '라운드업'에 포함된 이 성분을 세계보건기구 산하에 있는 국제 암연구소가 2015년 3월 발암 가능성이 높은 물질로 분류하면서 GMO 수입국인 우리나라에서도 위기감이 높아지고 있다. 글리포세이트 성분은 인체의 암 발생 문제와 연관됐다고 보고되고 있고 일부 연구에서는 선청성 기형아 발생 위험과의 연관성도 우려했다. 사만타 슈웨블린 역시 무분별한 살충제 살포와 그로 인한 환경오염에 대한 문제의식에서 이 작품을 구상하게 되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