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없어도 괜찮아 - 욕심 없는 부부의 개념 있는 심플 라이프
김은덕.백종민 지음 / 박하 / 2016년 11월
평점 :
절판
이 책을 읽는 내내 의문이 들었다.
정말 이들은 없어도 괜찮은 걸까? 진짜, 그런걸까?
미니멀한 삶에 관심이 높아지는 요즘, 이런 저런 관련 책들을 사서 읽고 있다.
평생을 맥시멈리스트로 살아왔고 그로 인한 불편함을 크게 느끼고 있는지라
미니멀한 삶을 지향하면서 실천하고 있는 이들에게 지혜를 빌리고 싶은 마음이 너무나 컸다.
그래서 이 책에 대한 기대가 컸다. 요즘처럼 모두 '같은 노선'을 강요하는 사회에서
자신들의 삶의 방식을 개척해 나가고자 하는 이들의 용기가 대단해 보였고
특히 이들이 내 또래라는 점에서 더욱 이야기를 듣고 싶었다.
그런데. 기대가 너무나 컸던 탓일까, 책을 읽는 내내 실망을 감출 수 없었다.
이들이 생각하는 미니멀의 개념은 과연 뭘까?
나는 미니멀한 삶을 자신의 앞가림을 해 나가는 상태에서
소비에 휘둘리지 않고 소신을 가지고 삶을 살아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들은 자신들이 선택한 한달에 50만원 정도면 충분한 자발적인 가난을 미니멀한 삶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그리고 그러한 자발적인 가난의 댓가가 충분하게 누릴 수 있는 시간이라고 말한다.
그런데 돈이 없어서 먹고 싶은 음식마저 제한해야 하는 삶이 정말 자유로운 삶일까?
가난을 택한 댓가로 부모님께 송구스러워 해야 하고
저소득층에게 지원해주는 주택에 지원하고 그 결과에 마음 졸여야 하는 삶이 정말 자유로운 삶일까?
그런 극단적인 가난으로 얻어지는 시간이 정말 자유일까?
내 기준으로는 이들의 방식은 또다른 극단처럼 보였다. 자신을 감옥에 가두는 극단말이다.
극단적인 가난은 결코 자유를 주지 못한다.
가난은 삶의 많은 부분을 경험할 수 있는 기회를 빼앗아간다.
이들은 세계 여행을 하면서 다양한 경험을 누리기 위해 돈을 아끼지 않았다고 했다.
그런 경험을 해본 이들이 가난에 대해 이런 방식으로 생각한다는 건 의문이다.
소비와 욕망에 휘둘리지 않는 정도를 넘어서서 이렇게 극단적으로 보이기까지 하는 방식을 택해야 할 필요가 있는 건지
정말 의문이다.
이들은 자신들이 그런 가난을 선택할 수 밖에 없었던 이유를 나름 이야기 하고는 있다.
자신들이 조직 생활에 적응할 수 없는 인간형이라고.
그런데 그런 이유가 구체적으로 이야기 된 게 아니어서 그런지 전혀 공감이 가지 않는다.
인간관계 정리에서 굳이 자신들과 생각이 다른 이들과 만날 필요가 없다는 말에서도
고개가 갸우뚱해진다. 이들의 태도가 관계에 대한 담백함으로 다가오는 게 아니라
관계에 서투르고 미숙한 이들의 투정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들은 글을 쓰고 싶어하는 사람이 아니던가.
타인의 세계에 대한 이해없이 그저 자신들의 입장만을 늘어놓는 글이 타인의 공감을 얻을 수 있을까?
누군들 피곤한 몸을 이끌고 출근하고 싶겠는가.
누군들 내리 한 달을 야근을 하고 싶겠는가.
누군들 상사의 비위를 맞추며 회식에 참여하고 싶겠는가.
그들의 '견딤'이 정말 저들의 '미니멀리즘'보다 가치가 없겠는가.
견디는 자들이 뭘 몰라서 견디는 걸까?
정말 노동은 시간을 빼앗는 것 외에 다른 가치는 없는 걸까?
그 견딤의 시간속에 성숙이 온다고는 생각을 하지 않는 걸까?
그 힘든 노동을 통해 자신을 성찰하고 실현해 간다고는 생각해 보지 않은 걸까?
책을 읽는 것은 타인의 지혜를 구하고 경청하기 위해서이다.
적어도 나는 그렇다. 그러니 책을 쓰는 이는 자신의 지혜를 나누어 주기 위해 최선을 다해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이들의 삶에 대한 성찰이랄 것이 그닥 깊어보이지가 않는다.
실제로 이들이 미니멀하게 산 세월이랄 것이 길지도 않다. 고작 일년 정도이다.
다른 이들에게 지혜를 나누어 줄 수 있을 만큼 자기 수행이나 경험을 쌓기에는 짧은 시간으로 느껴지는데.
내가 예민한 것일까? 게다가 이들이 자신의 삶을 살아가기 위해 선택한 삶의 방식인 달리기, 여행, 독서, 연대는 이미 많은 사람들이 직업을 가지고 노동을 하면서도 하고 있는 것들이다. 여기서 노동을 빼면 그 삶에 뭔가 더 의미가 생기는 것일까?
나는 지혜를 구하기 위해 이들에게 귀를 기울였는데
그래서 시간을 투자했고 심지어 내가 번 돈까지 투자했는데
이들은 그저 자기 변명과 투정만 늘어놓고 있는 것 같아서 씁쓸했다.
책을 써서 팔겠다는 사람들이 책은 마을문고에서 빌려보고 있다고 자족하는데
그럼 독자는 왜 이들이 쓴 책을 '사서' 봐야 하는지 의문이 생긴다.
게다가 책 말미에 쓰인
이 책이 '자발적 가난'을 선택한 젊은 부부의 '정신승리'로 기억될지
그저 잘 포장한 '미니멀라이프'가 될는지, 에 대한 판단을 독자에게 맡긴다고 하는 부분은
최악이다. '자발적 가난'이라는 말은 너무나 위선적으로 들리고 '정신승리'는 편협한 자기합리화로 보이며
잘 포장한 '미니멀라이프'라는 말에 감추어진, 우리는 그렇지 않아요, 진짜에요, 라는 어감은
너무나 가식적으로 들린다.
지금까지 마지막 책 장을 넘긴 독자인 나의 답변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