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셋, 죽기로 결심하다 - 편도 티켓 들고 떠난 10개월간의 아프리카 방랑기
조은수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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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물셋, 지독하게 상처입은 소녀는 죽기로 결심을 하고 아프리카로 떠났다.

 

  그녀가 말하는 팩트를 다시 삼인칭으로 써본다. 마치 소설의 첫 문장같은 사실. 그리고 소설보다 더 소설같은 지독히 위험하고 그래서 아름다운 모험담. 이 책은 여행기라기 보다는 한 편의 성장소설에 더 가깝다. 

 

  소설보다 더 소설같은 그녀의 모험담을 읽으며 나는 이 삶에서는 죽을 결심 정도는 해야 모험이 가능한 것인가 싶어 마음이 시렸다. 무엇이 꽃처럼 아름다운, 젊디 젊은 그녀를 죽을 결심으로 밀어넣은 것일까. 무엇이 그 소녀를 뜨겁고 황량한 대륙을 떠돌게 만들 정도로 아프게 했을까. 그 아픔의 깊이가 너무 깊고도 어두워 감히 짐작할 수가 없었다. 얼마나 아팠을까. 그리고 얼마나 외로웠을까.

 

  그럼에도 그녀는, 살아서 돌아온다. 그녀는 죽기에는 너무나 건강하고 강인했다. 그래서였을까. 사람들 사이에서 부대끼며 받은 상처를 다시 사람들 사이에서 부대끼며 치유해 나간다. 사람을 견딜 수 없어, 심지어 자신마저 견딜 수 없어 멀리 떠난 그녀지만 사람을 떠나지 않고, 사람을 붙잡고, 사람과 함께 더불어 살아간다. 죽으러 떠난 그녀는 그렇게 살아간다. 그리고 살아서 돌아온다. 살아 남은 소녀는 성장한다. 그리고 더욱 아름다운 꽃으로 피어난다. 책을 덮고 난 후 내 방안은 그녀가 피워낸 꽃향기로 가득 차 있었다. 독특하고 강렬해서 잊혀지지 않는, 그래서 더욱 아름다운 향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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