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무슨 책 읽고 계세요?
역사인류학이란 무엇인가
리햐르트 반 뒬멘 지음, 최용찬 옮김 / 푸른역사 / 2001년 11월
평점 :
품절


역사학 서적이 베스트셀러의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다. 자세히 살펴보면 인기가 있는 역사학 서적은 두 종류로 나누어 볼 수 있다. 먼저 별로 새롭지도 않은 '고구려, 발해'류의 민족주의적 감성에 기댄 책들이 있다. 또 그동안 주류 역사학계에서 주목받지 못했던 개인의 사생활에 대해 서술한 책들이 있다. 이 책들은 역사가 우리와는 아무런 관계가 없는 거대담론이라는 편견을 거부하고 역사란 주목받지 못했던 개인들이 만들어가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렇기에 그들은 민중들의 일상, 풍속 등에 주목하고 독자들은 자신들의 이야기인 이러한 역사에 귀를 기울이게 된다.

그렇다면 이러한 작은 역사에 대한 학문적 관심의 배경과 연구방향을 구체적으로 알아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이런 과제를 해결하는데 이 책은 아주 좋은 개설서 역할을 하고 있다. 그동안 우리가 좋아했던 일상에 대한 연구가 어떤 학문적 배경을 갖고 있으며 주요한 연구주제는 무엇인지 저자는 명확하게 설명해 주고 있다.

먼저 저자는 사회사와의 관계속에서 역사인류학이라는 새로운 학문의 탄생과정을 설명한다. 기본적으로 거시사와 구조를 비판한 역사인류학자들의 학문적 논의와 그것을 뒤바침 해주는 지원 속에서 역사인류학은 탄생 할 수 있었다. 이어서 저자는 역사인류학이 기본적으로 가지고 있는 문제와 시각에 대한 설명을 한다. 그동안 역사는 몇몇의 영웅들이나 거대한 구조속에서 움직인다는 생각을 거부하고 다양한 개인들을 역사의 주체로 내세우는 역사인류학자들은 다양한 문화에 대한 이해를 가능하게 하였고 또한 근대를 중심으로 놓고 전근대와 중세를 비판하던 사고방식을 뒤집어 보게 하는 기능을 하였다. 요즘 관심의 대상이 되는 미사사적인 연구방법에 대한 개척은 물론이고 맑스나 베버 등의 거대담론에 대한 비판은 역사인류학이 진정한 의미를 가지는 영역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역사인류학의 여러 주제를 다루는 장은 최근 역사학계가 주목하는 다양한 민중들의 일상과 관습에 대한 연구가 바로 역사인류학이라는 학문을 바탕으로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게 해준다. 마녀, 육체와 성, 개인주의, 독서 등에 대한 연구가 그것이다. 이러한 설명을 통해 파편적으로만 보였던 다양한 주제들에 대한 연구를 하나의 일관된 학문적 성향으로 파악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역사인류학이 나아가야할 방향에 대해 서술하고 있는데 특히 거시사의 강점과 미시사의 강점을 언급한 부분은 되새겨 볼만 하다. 
 

더 말할 나위 없이 미시사적인 시각과 거시사적인 시각은 나란히 진행되어야 할 것이다. 거시사 없는 미시사는 인식능력을 상실할 것이고 반대로 미시사의 결과를 고려하지 않는 거시사는 실제에의 근접성과 폭넓은 인식을 포기하는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모든 시각을 고려하는 객관적인 역사는 환상의 제국에나 있음직 하다. 따라서 모든 역사가들은 자신의 연구목표에 대해 분명히 밝혀야 하고, 자기가 표현하는 것들의 구성적 성격을 의식하고 있어야만 한다. 왜냐하면 하나의 '대상'에 점점 가까이 다가가면 갈수록 해석 또한 그에 따라 점점 변하기 마련인데, 이는 그 해석이란 것이 개인이 어떤 인식을 얼마나 얻었는가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역사를 서술한다는 것은 큰 것뿐만 아니라 작은 것도 항상 다양한 관계성 속에서 주시하는 과정이며 오로지 접근만을 약속할 수 있는 과정일 따름이다.  - p.146.

구체적인 역사를 다루는 서적을 읽는 것은 물론 중요하다. 하지만 그런 책들이 따르고 있는 방법론이나 학문적 배경에 대해 한번쯤 알아두는 것은 구체적인 역사를 파악하는 것 만큼이나 필수적이다. 리하르트 반 뒬멘의 이 책은 역사인류학이라 불리는 역사학 방법론이 주목을 받고 있는 지금 한번쯤 읽어보아야 할 책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