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성동맹과 함께 살기 - 고종석 시평집
고종석 지음 / 개마고원 / 2006년 9월
평점 :
절판


자유주의자라는 말에 어떤 생각이 떠오르는가? 복잡한 역사를 지닌 단어이기에 한마디로 요약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겠지만 대충 개인의 자유, 그중에서도 양심과 사상의 자유 등을 그 어떤 가치보다도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을 일컫는 말일 것이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한국사회에서 자신을 자유주의자라고 부르짖는 사람들을 보면 오히려 자신과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을 억압하는 것을 꺼리지 않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이렇게 심각하게 왜곡된 한국의 자유주의자들과 다르게 진정한 자유주의자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아마 첫 번째로 언론인이자 소설가인 고종석을 꼽을 수 있을 것이다. 그동안 그가 써온 글들이 '신성동맹과 함께 살기'라는 책으로 묶여져 나왔다.

 진정한 자유주의자를 지향하는 사람답게 '자신과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지만 그 사람이 말할 수 있는 자유'라는 권리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 한국사회에서 사상의 자유를 억압하는 대표적인 악법인 국가보안법에 대한 그의 생각에서 그런 사실을 읽을 수 있다.

   제가 동의하는 사상에 대해서는 파시스트도 공산주의자도 기꺼이 자유를 보장한다. 자유주의자들이 그들과 다른 점은 제가 증오하는 사상에 대해서까지 너그러운 것이다. 그런데 자유를 내세우는 한국의 우익은, 헌 날개든, 새 날개든, '다른 생각'에 대한 불관용을 도덕률로 삼고 있다. 문제의 핵심은 이들이 정략적으로 ,빨갱이 만들기'를 일삼는다는 사실 못지않게, 생각이 다르다는 것 자체를 절멸 대상으로 여긴다는 데 있다.  - p.79 <'시청 앞 인공기' 단상> 

 한국의 정치 환경에서 좌파에 속하는 민주노동당에 대한 지지도 민주노동당의 이념에 완전히 동의하지는 않지만, 그들이 공적인 공간에서 말할 수 있는 기회를 균등하게 주어야한다는 신념에 따른 결과이다.

 그때그때의 정치 환경에 변화에 따른 단기적인 정치비평 등도 실려 있다. 하지만 글을 속내를 들여다보면 다양한 사상과 양심의 자유를 존중하는 자유주의자로서의 시각을 배제하지 않는 것을 읽을 수 있다.

 자유주의자라는 단어에 혐오감을 가진 사람이나 호감을 가진 사람이나 사실은 진정한 자유주의자란 어떤 사람인가를 잊고 있는 것인지 모른다. 진정한 자유주의자를 지향하는 고종석을 글들은 진짜 자유주의자의 가치를 다시금 상기시켜준다. 다양한 영화와 문화에 대한 평이나 언론인으로서 그가 만난 다양한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는 책을 읽는 재미를 배가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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