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인생
카렐 차페크 지음, 송순섭 옮김 / 리브로 / 1998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카렐 차페크의 이 철학소설을 처음 대했을 때, 제목만 보고 진짜 '평범한 인생'이란 무엇일까 궁금했다. 그냥 남들만큼 살아가는 것. 별다른 점 없이 튀지 않게, 그냥 그렇게 적당히 물 흐르듯 살아가는 것. 아니, 자신은 나름대로 노력해서 성실하게 살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남들 눈에 그닥 띄지 않는 그런 삶이 평범한 삶이 아닐까. 적어도 책장을 넘기기 전까지는 그렇게 생각했다.

그러나 여기 이 주인공은 우리가 아는 '범인'의 삶 만큼 평범해 보이지 않는다. 어릴 적부터 남보다 특별히 공부를 잘해서 대학에 진학하고, 대학시절 시에 빠져 한동안 시인의 마음으로 살다가 그 후 철도청 공무원으로 차근차근 꼐단을 밟아 출세해 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인공은 자신은 지극히 평범한 인생을 살았다고 이야기한다. 주인공은 병으로 사망하기 전, 자신의 평범하지만, 결코 평범하지 않은 생을 정리하면서 그 이야기를 자서전으로 쓰는데, 이 책은 주인공의 친구가 주인공은 자서전을 펼쳐보는 형식으로 내용이 전개된다.

주인공은 유년기, 청년기, 장년기, 그리고 노년기에 이르기까지의 삶을 담담하게 풀어내면서 자신의 여러가지 모습들을 만나게 된다. 시인으로서의, 아버지와 같았던, 영웅스러웠던, 억척스러운, 우울증 환자와 같았던 여러 모습의 자아들.

그러나, 생각해보면 늘 한가지 모습인 것만 같은 내 자신의 모습도 만나는 사람에 따라, 부대끼는 상황에 따라, 혹은 인생의 커다란 계기로 인하여, 늘, 늘 변하고 있자않은가? 변하지 않는 듯 보이나 변하는 나 자신. 변한 것 같으나 어릴 때와 별반 다를 바 없어 보이는 내 자신의 모습... 그것이 누구나 겪는 평범한 그러나 결코 평범하지 않은 인생일 것이다.

세상에 떨어지는 눈꽃송이, 멀어질 듯 쳐다보면 다 매한가지가 아닌가. 그러나 내 옷깃에 떨어진 눈송이 하나 자세히 보면 다들 다른 모양아닌가? 우리 인간도 마찬가지다. 군중은 평범하나 개개인 서로 다 다른 나이테에 다른 색깔을 가지고 그렇게 살아가는게 인생인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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