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뱅이 언덕 - 권정생 산문집
권정생 지음 / 창비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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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전 쌍둥이 아이들에게 제목이 참 희한한 󰡔강아지 똥󰡕이라는 동화책을 사주었다. 사주면서 불편했던 건 때문이었다. 그렇게 권정생 선생을 처음으로 접했다. 잘 알려진 속담처럼 개똥도 약에 쓸 수 있다는 걸 알게 된 이야기, 세상의 모든 하찮은 것도 누군가에는 귀할 수 있다는 걸 권정생 선생을 통해 알게 되었다. 선생의 삶을 바라보면 마치 그 개똥과 같다. 아니 강아지 똥이다. 글을 통해서 접한 그의 세계는 위대하고 많은 이들에게 위안과 희망과 용기를 주지만 그의 실제 모습과 살아온 삶은 그냥 개똥이다. 개똥같은 삶을 살면서 강아지 똥의 위안을 남기고 10년 전 돌아가셨다.

이 책은 선생의 세계를 한 눈에 보여준다. 어떻게 해서 개똥처럼 살면서 강아지 똥으로 생을 마치게 되었는지를. 어디에도 안주하지 못한 삶의 불안과 실존, 그리고 그 결과 평생의 병이었던 결핵을 앓았던 그. 그 가운데 삶의 희망을 잃지 않고 주위의 고통과 아픔에 등 돌려 외면하지 않은 그였다. 그래서 그의 글에 나오는 이야기에는 아프지 않은 사람이 없고 슬프지 않은 사람이 없다. 그러나 그 사람들의 삶 또한 선생의 삶처럼 절망은 없다. 희망의 싹이 움트고 있다.

이런 선생의 삶의 근간에는 무엇이 있을까? 그가 쉬지 않고 말하는 에 있다. “꽃들은 더욱 절실하게 생명을 노래하며 태어났다가 죽어간”(290)다고 그는 말한다. 꽃들의 피고 짐에는 생에 대한 애착이 있고 선생은 그걸 빌뱅이 언덕에서 체득하였던 것이다. 들판에 피는 꽃들에게도 절실한 생명에의 애착이 선생의 삶에도 그대로 드러나고 그 삶이 글로 기록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선생은 한 마리 작은 새의 죽음을 슬퍼하고 한 그루 꽃나무의 죽음에도 안타까워”(279)한다.

선생의 이야기가 감동을 주는 것은 자연에 대한 세밀한 관찰과 명상은 인간에게 확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자연의 꽃의 보여주는 생명의 환희 그리고 마지막에 대한 인식은 그 꽃과 자연과 함께 하고 그에 동화하고 공생하는 인간에게로 나아간다. 그래서 인간이 인간다운 것은 살아 있는 것에 대한 기쁨과 죽음에 대한 슬픔을 느끼”(278)게 된다.

한 마디로 선생은 세상의 크고 작은 일에 눈감지 않는다. 반대로 그 일에 대해 기뻐하고 슬퍼하고 항변하고 분노한다. 그렇기에 선생의 세계는 조용한 빌뱅이 언덕에 머물러 있지 않다. 책의 말미에 선생의 말은 그렇게 큰 울림을 준다.

재 주위는 항상 조용하다. 아니, 조용한 것 같다. 그러나 소리 없이 흐느끼는 영혼들의 울음소리로 내 귓전은 조용하지가 않다. 착각도 환청도 아닌 그 소리 때문에 나는 신경과민에 빠져 있다.”(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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