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혹함에 대하여 - 악에 대한 성찰 철학자의 돌 2
애덤 모턴 지음, 변진경 옮김 / 돌베개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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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이나 TV, 심지어 인터넷을 보면 가슴 한 쪽이 꽉 막혀 있는 느낌이다. 세상은 살만한 곳이 아니다. 3포를 지나 5포 그리고 이제는 n포세대라고 한다. 모든 꿈과 이상을 포기해야만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이다. 그런 세상을 더욱 참혹하고 견디기 어렵게 만드는 것을 "악"이라는 말로 수렴될 것이다. "악의 축"이라는 말이 한 때 세계를 흔들었으며 그 말은 여전히 지금도 세상을 이해하고 구분하는 중요한 잣대인 듯하다.

이처럼 우리는 세상을 이해하기 위해 그리고 이 세상 속에서 살기 위해 '악'이라는 개념과 존재를 상정해왔다. 그리고 세상의 불편함을 그 악에게 전가해왔다. 다시 말해 악은 항상 우리와 함께 해왔다. 그러나 재미 있는 사실은 그 악에 대해 누구나 말하지만 그 누구도 악에 대해서 제대로 설명하지는 못한다. 옛 모 방송프로그램의 "나만 아니면 돼"가 악을 설명할 수 있는 유일한 원리인 듯 하다. 

이 책에서 모턴은 인간의 잔혹함과 그 근원에 있는 악에 대해서 "현실적인" 이해를 하려고 한다. 이 책은 악에 대한 철학적 성찰도 아니고 심리학적인 고찰도 아니고 과학적 탐구도 아니다. 좀 더 나은 삶을 살기 위한 악과 잔혹함에 대한 이해 노력이다. 이런 맥락에서 모턴이 주장하는 기본적인 악은 우리의 외적 존재나 개념이 아니라는 것이다. 즉 우리가 악이라고 상정하는 개념과 존재는 우리의 내부 안에 있다. 누구나 악이 또는 악한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주장은 모턴도 슬쩍 언급하고 있지만 중세의 아우구스티누스가 악의 근원으로 인간의 자유 의지를 상정하고 있다는 것은 의미심장하다. 우리는 한 마디로 우리의 의지에 의해 선할 수도 있고 악할 수도 있다.

모턴이 이러한 주장을 내세우는 데에는 단지 악의 내재성을 말하기 위해서는 아니다. 모턴은 악이 우리의 안에 있을 수 있다는 주장을 통해 이 세상을 휘두르고 있는 악과 그 악의 잔혹함을 해결할 방안을 모색해보고자 한다. 물론 이런 모색으로 이 세상의 악이 사라질 수 있을까? 아마도 모턴 또한 그와 같은 기대를 하지는 않을 것이다. 단지 이런 '불편한 진실'을 인지하고 이해하면서 살아간다면, 세상 살기가 좀 더 편해지지 않을까 하는 기대의 출발선에 놓일 수 있다는 확신에서이다. 그렇다면 모턴이 말하는 출발선은 무엇인가? 그 바탕에 사람에 대한, 특히 타인에 대한 이해라는 정신적 성숙이 자리잡고 있다. 정신적으로 성숙한 인간을 키우고 그 정신적인 성숙함을 바탕으로 하는 문화를 가진 사회를 만들어내고자 한다. 즉 악의 문제를 이해하고 해결할 수 있는 출발은 개인에 있지 않고 사회에 있다는 것이다. 악과 악한 행동은 흔히 범죄 드라마에서 말하는 개인의 성격적 결함에 있는 것이 아니라 본질적으로 타인에 대한 이해와 배려의 부재에 있다. 그러니 타인을 배려하고 이해하고 화해하고 용서할 수 있는 정신적 성숙함이 우리를 악의 구렁텅이로부터 우리는 구원해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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