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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은 무엇을 원하는가 - 이미지의 삶과 사랑 ㅣ 프리즘 총서 3
W.J.T. 미첼 지음, 김전유경 옮김 / 그린비 / 2010년 11월
평점 :
이 책에서 가장 많이 반복되는 단어가 있다면 '살아 있는 이미지'라는 표현이 아닐까 싶다. 물론 이 살아 있는 이미지란 말은 이 책의 부제인 이미지의 삶과 사랑을 설명한다. 다시 말해 이 책은 인생 또는 삶과 사랑을 다룬 이미지에 대한 책이 아니라 이미지는 어떻게 태어나 살아가고 무엇을 욕망하는가에 관한 이미지 자체에 관한 책이다. 한 마디로 일반독자들이 예상하고 기대하는 미술과 관련된 책은 아니다.
이 책이 지향하고 있는 방향은 이전의 이미지에 대한 분석적, 비판적 고찰과는 다르다. 이미지를 조각조각 해체하고 해부하여 뼈와 살을 나누고 분류하는 방식이 아니라 하나의 생명활동을 하는, 그래서 한편으로는 매우 애매모호한 측면을 지니고 심지어 종교적 신비로움도 지니고 있는 것으로 이미지를 파악하고자 한다. 때문에 어떤 의미에서 근대 이전의 이미지에 대한 인식과 연관되는 측면이 있고 이는 페티시즘, 우상, 토템에 대한 논의와 연관된다.
그런데 이와 같은 필자의 이미지에 대한 연구는 최근 모든 학문분야에서 생물진화론적 시각이 도입되고 있는 흐름과 일맥상통하는 느낌도 든다.
벤야민의 [기술복제시대의 예술작품]을 기억하고 있는 독자들은 이 책의 거의 마지막에 다루는 [바이오사이버네틱 복제 시대의 예술작품]을 읽는다면, 필자가 제시하는 예술 또는 이미지를 바라보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슬쩍 이해할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