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톤 서설 - 구송에서 기억으로, 고대 그리스의 미디어 혁명 현대의 고전 2
에릭 A. 해블록 지음, 이명훈 옮김 / 글항아리 / 201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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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플라톤의 [국가]는 널리 알려져 있다. 그리고 그 [국가]에서 플라톤은 시인을 자신의 꿈꾸었던 이상사회에서 추방하고자 했다는 것 또한 주지의 사실이다. 플라톤은 한 마디로 문학 또는 예술에 대한 부정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다. 하지만 플라톤이 왜 시인을 추방하고자 한 것인가에 대한 철학적 이해는 널리 알려져 있는 반면에 플라톤 당대의 상황과 연관지어 설명하고자 한 것은 드물다. 해블록의 이 책은 이런 측면에서 상당히 관심을 끌만한 저작이다.

해블록은 이 책에서 플라톤의 '시인추방론'에 대한 문화적 고찰을 시도하고 있다. 해블록에 따르면, 플라톤의 [국가]를 그의 철학을 설명하지 않는다. [국가]는 당대 그리스의 교육에 대한 비판과 새로운 철학교육에 대한 주장이다. 이 책의 부제인 "구송에서 기록으로"는 당대 그리스의 구송 문화에서 기록문화로의 변천과정, 그리고 그 과정에서 요구된 새로운 교육 방식에 대한 설명임을 보여준다. 그래서 전체 2부로 구성된 이 책에서 주로 1부는 호메로스의 서사시를 설명하면서 서사시가 그리스의 전통적인 교육의 텍스트였음을 주장하고 그 호메로스의 서사시, 특히 [일리아스]를 통해 그리스의 교육과정과 내용을 설명한다. 2부는 전통적인 구술문화에 대비를 이루는 기록문화에서 어떻게 교육이 이루어져야 하는가를 설명한다.

따라서 이 책은 플라톤에 대한 우리의 이해를 넓혀줄 뿐 아니라 호메로스의 서사시를 더 잘 이해할 수 있도록 해준다. 동시에 구술문화와 기록문화에 차이를 꼼꼼히 살펴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그래서 이 책의 제목인 "플라톤 서설"(Preface to Plato)은 플라톤의 철학을 이해하기에 앞서 읽어야 할 책임을 보여준다.

하지만 이런 유익하고 재미있는 내용말고도 나의 관심을 끈 것은 해블록의 [국가]에 대한 태도이다. 플라톤의 시인추방론을 단순히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왜 그가 인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가지고 있었는가라는 의문을 가지고 그 이유를 설명하려고 한 것이다. 그리고 그 결과가 이 책인 것이다. 우리는 책을 통해 다양한 내용을 수용한다. 하지만 좀 더 적극적인 글읽기는 책의 내용을 수동적으로 수용하는 것이 아니라 능동적으로 그 내용을 확인하고 설명하려는 노력이다. 즉 해블록의 연구는 바로 적극적인 플라톤 읽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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