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남자
내 방에
허브 화분 있던 거 기억 나니?
한참 물을 안 줬거든.
당연히 죽었겠지 싶었는데
이제 보니까 아직 살아 있더라.
혹시나 해서 물을 줬더니
오늘은
잎이 막 피어나기까지 했어.
그런데 그거 보니까
문득 내가
혼자 지낼 수도 잇겠단 생각이 들었어.
또.. 그래야 할 것 같고.
..아무래도
헤어지는 게 좋을 것 같아.
그 여자
죽은 줄 알았던 허브가
알고 보니 아직 살아 있더라는 것.
황당하게도 그것이
그가 내게 말한 이별의 이유였다.
그런데도 나는 그 말을 순순히 받아들였다.
고개까지 끄덕여 가며..
그리고 난 그 순간
비유법이란 게 세상에 왜 필요한 것인지
그 이유도 깨달았다.
만약 그 사람이 내게
허브 화분이라는 말 대신
예전 그녀의 이름을 말해 버렸다면..
난 아마 그 자리에서 울어 버리거나, 뺨을 때렸을지도 모르니까.
애당초, 내 잘못이었다.
지난 사랑을 다 버리지도 못한 사람에게
남은 찌꺼기라도 좋으니 그거라도 달라고 보챈 것도,
이렇게 일방적으로 헤어짐을 당해도
원망도 할 수 없을 만큼
내 멋대로 좋아해 버린 것도..
그간 계속 부족함을 느꼈지만
난 그걸 속도의 문제라고 생각하고 싶었다.
하지만 이렇게 되고 나니
결국 감정의 종류가 달랐다는 걸 인정하지 않을 수가 없다.
..그는 지난 오 개월 동안
단 일 초도, 나를 사랑하지 않았다.
그 남자 그 여자 written by 이미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