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정식 빠삐용

내 심장을 쏴라 - 2009년 제5회 세계문학상 수상작
정유정 지음 / 은행나무 / 2009년 5월

2009년도에 출간된 책이니 관심이 있거나, 알 만한 사람들은 다 읽어본 책일 게다.
나는 이 책을 모르고 있었다. 일전에 읽고 리뷰를 쓴 7년의 밤을 살 때 같이 구입해서 읽게 되었다.
7년의 밤 리뷰에도 언급했듯이,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작가가 출연, 신작을 소개하는 내용을 들었었다. 그 때 이 책을 간단하게 언급했었다.
그래서 구입하는 김에 함께 샀고 읽게 되었다.

책 내용에 대해 언급하기 전에, 작가의 치밀한 표현과 구성은 한결같다는 말을 먼저 하고 싶다.
7년의 밤을 읽겠다고 마음먹은 것은, 라디오에서 작가가 자료조사를 할 때 얼마나 끈질기고 꼼꼼하게 했는지에 대해 이야기하는 내용을 듣게 되어서였다. 일반인은 쉽게 접근하기도 힘든 댐 수문 관리에 대한 묘사, 주인공이 직업처럼 잠수하는 모습을 묘사하기 위해 실제 잠수 전문가에게 많은 도움을 받고, 원고를 쓴 후, 다시 검수까지 받았다는 작가의 말에 관심을 갖게 되었었다.

이 책은 주 무대가 정신병원이다.
당연히 일반인으로서는 그곳이 어떤 곳인지, 어떻게 운영되는지 알 길이 없다.
그런 부분에 대한 세밀한 묘사는 마치 사진을 들여다보는 것 같았다. 작가가 전직 간호사였다고 하니 작가 이전의 직업이 분명 이 책의 완성도를 높이는 데에 큰 기여를 했으리라 생각된다.

이 책은 갈망에 대한 이야기이다. 또는 자유, 인간다움에 대한 갈증, 그리고 지극히 당연하게도 누구나 누려야 할 것들을 상실하거나 빼앗긴 사람의 치열한 투쟁과 그 끝을 보여준다.

현대인은 누구나 정신병자라고 한다. 누구나 정신병원에서 상담을 받으면 크던 작던 정신질환자라고 판명을 받게 된다고 한다.
따라서 현대 사회에서의 정신병원은 어쩌면 우리가 살고 있는 이 공간, 이 사회, 이 나라일지도 모른다.
그런 공간에서, 어릴적의 트라우마로 인해 정신병을 안게 된 화자, 그리고 그와 함께 병원에서 생활하는, 실질적인 주인공의 이야기가 있다.

이 책을 읽는 내내 영화 빠삐용을 떠올렸다.
어쩌면 정유정 작가의 빠삐용은 바로 이 책에서 그 모습을 나타내는 거지도 모르겠다.
빠삐용과 드가를 승민이와 수명이로 바꾸고 무대를 감옥에서 정신병원으로 바꾸면 바로 “내 심장을 쏴라”의 이야기가 될 것 같다.

물론 영화 빠삐용과 소설 내 심장을 쏴라의 결말은 다르다. 그런데 나는 둘의 결말이 같은 모습이라는 생각이 든다.

어쨌든 2011년 현재, 이 세상에서 제정신으로 살아가기는 참 힘든 세상이라는 생각을 다시금 하며...
정유정이라는 작가의 작품을 만나게 된 것이 참 기쁘다.      

진실을 찾아서

7년의 밤
정유정 지음 / 은행나무 / 2011년 3월

7년의 밤
정유정 / 은행나무
 

이 책은 진실을 찾는 이야기이다

이 책은 사실 속에 숨어있는 진실을 파헤치는 이야기이다.
수몰 댐 지역에서 벌어진 엽기적인 살인과, 댐 방류로 마을 하나를 통째로 날려버린 살인마, 그의 아들, 살인마에게 딸의 목숨을 잃은 아버지의 꼼꼼한 복수를 이야기한다.
 

7년 동안 밤처럼 어두운 세상을 살아야 했던 살인마의 아들, 캄캄한 어둠 속에 묻혀있었던 비극이 벌어지던 날의 진실, 그 모든 것들이 다시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는 것이다.

그리고 다시 한 번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세상은 절대 눈에 보이는 것, 글자로 읽히는 것만이 전부가 아니다. 오히려 그 속에는 전혀 상상하지 못했던 진실이 숨어있다.
그리고 진실은 결국 세상에 그 모습을 드러내게 되어있다. (고 작가는 믿고 있나보다.)

언젠가 운전을 하며 들은 라디오 프로그램이 이 책을 읽게 된 계기가 되었다. 밤 열시 넘어 하는 프로그램이었는데, 진행자와 작가가 편하게 작품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발랄한 목소리의 정유정 작가는 자신이 이 작품을 쓰는 동안 겪었던 일들, 전문적인 지식을 얻기 위해 고생했던 이야기를 털어놓으며 작품에 대한 애착과 자신감을 들려주었다. 이 책에는 다이빙과 댐의 구조적인 부분에 대해 꽤 정밀하게 묘사를 하고 있다.

작가는 이를 위해 전문 스쿠버 다이버를 인터뷰하고, 댐 관리 사무소를 찾아가서 자료를 구한 이야기를 담담하게 털어놓았다.

작가의 열정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그 정도의 열정을 가진 작가가 쓴 작품이라면 읽을 만하겠다는 생각을 했고, 며칠 후 작가의 또 다른 작품인 ‘내 심장을 쏴라’와 함께 주문했다.

제법 두툼한 소설은 그 분량만큼 묵직하게 나를 잡아끌었고, 정신없이 읽다보니 어느 순간 나는 마지막 장을 덮으며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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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살면서 매일 만나는 뉴스는 세상이 이야기보다 더 극적이라는 사실을 일깨워준다.
영화 세븐에서나 나올 것 같은 십자가에 매달린 시체가 발견되었다는 소식이 있었고, 오바마 대통령이 이끄는 미국이, 미국의 특공대가 오사마를 암살했단다. 멕시코에서는 목이 잘린 시체 5구가 발견되었다고 하고...
그런데 과연 그런 사건들이 정말 우리가 뉴스에서 접하는 소식이 전부일까?

가끔 기자들은 추리소설을 쓰곤 한다. 전혀 사실과 다른 내용이 기사화되고 그로 인해 온갖 억측이 난무한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사실이 밝혀지면 손가락질 받는 것은 그 기사를 쓴 기사, 언론사가 아니다. 네티즌으로 탈바꿈한 일반 독자들이 몰매를 맞는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면 사건은 그대로 묻혀버린다. 가끔은 몇 년 지나서 다시 조명을 받기도 하고, 또 다른 이슈가 되어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키기도 한다. 

다시 만들어진 명작

건축무한육면각체의 비밀 1 - 직선은 원을 살해하였는가 ㅣ 시공사 장르문학 시리즈
장용민 지음 / 시공사 / 2007년 9월

건축무한육면각체의 비밀 1, 2
장용민 / 시공사 

꽤 오래전, 건축무한육면각체의 비밀을 읽었었다. 아마도 십 몇 년 전쯤이었을 것이다.
책을 읽고 몇 년 후, 동명의 영화도 본 기억이 난다. 김태우와 신은경이 주연을 했었다.
시간이 많이 지났으니 내용이 어땠는지, 주인공의 이름조차 가물거리기는 했지만 이상의 시, 건축무한육면각체의 비밀에 대해 조금은 더 고민해볼 기회가 되었었다. 

사실 이상이라는 사람이 누구인지, 언제 죽었는지조차 모르고 그냥 막연하게 이상이라는 이름과 날개라는 작품만 얼핏 읽어본 기억만 있던 나로서는 건축가로, 시인으로 다양한 삶을 살다가 서른도 안 된 나이에 요절했다는 그의 이야기는 호기심을 갖기에 충분했었다.
게다가 그의 시라고 하는 작품들은 하나같이 뭔 말인지 전혀 이해할 수 없는 것 투성이이니 더 말해 뭐하겠는가? 

작년, 파주 출판단지에 갈 일이 있었다. 그곳의 서점을 둘러보다가 ‘건축무한육면각체의 비밀’이라는 제목의 책 두 권을 발견했다.
오래전 내가 읽었던 작품은 아니고, 07년에 작가가 새로 쓴 작품이다. 오래된 책이라 권 당 2000원에 팔리고 있었다. 이 책과 함께 몇 몇 책을 말 그대로 싼 값에 집어 왔다. 

제법 두툼한 돈키호테와 함께 사들고 왔는데, 딱히 손이 가지 않아 밀쳐두었던 것을 그제, 어제 이틀에 걸쳐 다 읽었다. 

읽으면서 계속 고개를 갸웃거렸다. 예전에 읽었던 첫 작품에 대한 희미한 기억 때문이다. 참지 못하고 인터넷을 검색해보니 예전 작품과는 주인공의 이름도 다른 것 같고 이야기도 많이 다르게 전개되고 있다.  단순히 시대 상황에 맞게 수정을 했다기 보다는 전면적으로 다시 썼다고 보는 게 맞을 것 같다. 

책의 내용이야 워낙 유명하니 줄거리를 적을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이 책을 읽는 내내 작가 장용민이라는 사람은 우리 민족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을까 하는 궁금증이 생겼다. 

이 작은 땅덩어리 안에서 몇 쳔 년을 부대끼며 살아온 우리 민족은 분명 우리만의 고유한 정신세계, 고고하게 흐르는 정기가 있다고 믿는 것 같다. 어쩌면 그런 생각은 내 생각이고, 책을 읽으면서 그런 부분을 확인하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아마 처음 이 책을 읽었던 십 몇 년 전에도 그런 생각을 했던 것 같은데, 이상의 건축무한육면각체라는 작품을 해석하는 작가의 상상력이 부럽다. 

아무리 읽어봐도 말장난, 언어유희에 지나지 않는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작가는 이렇게 멋진 해석과 함께 그럴듯한 소설을 탄생시켰으니 말이다. 

다시 한 번 이 책이 영화로 만들어지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했다. 

십 몇 년 전에 보았던 작품도 물론 그 나름대로 최선을 다한 작품이었겠지만 보고 나서 무언가 아쉽다는 생각을 했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특히 마지막, 비밀의 미로를 통과하는 부분에서는 머릿속으로 상상을 하며 읽었다. 

만일 다시 영화로 만들어진다면 최근의 엄청나게 발전한 특수효과를 이용해서 정말 완성도 높은 영화가 탄생하지 않을까 싶다. 

십 몇 년 만에 다시 만난 건축무한육면각체의 비밀... 
다시 읽을 만했다.
재미있게 읽었다.

건축무한육면각체 (Au Magasin De Nouveatutes)

사각형내부의사각형의사각형의내부의사각형의내부의사각형
사각이난원운동의사각이난원운동의사각이난원
비누가통과하는혈관의비눗내를투시하는사람
지구를모형으로만들어진지구의를모형으로만들어진지구
거세된양말(그여인의이름은워어즈였다)
빈혈면포,당신의얼굴빛갈도참새다리같습네다
평행사변형대각선방향추진하는막대한중량
마르세이유의봄을해람한코티의향수의마지한동양의가을
쾌청의공중에붕유하는Z백호
회충양악이라고씌여져있다
옥상정원,원후를흉내내이고있는마드무아젤
만곡된직선을직선으로질주하는낙체공식
시계문자반에XII에내리워진일개의침수된황혼
도어-의내부의도어-의내부의조롱의내부의카나리아의내부의감살문호의내부의인사
식당의문깐에방금도달한자웅과같은붕우가헤어진다
파란잉크가엎질러진각설탕
이삼륜차에적하된다
명함을짓밟는군용장화
가구를질구하는조화금련
위에서내려오지아니한밑에서올라가지아니한위에서내려오지아니한사람
저여자의하반의저남자의상반에흡사하다
(나는애련한해우애련하느나)
사각이난케-스가걷기시작이다
(소름이끼치는일이다)
라지에-타의근방에서승천하는굳빠이
바깥은우중
발광어류

[100자평] 치우천왕기 세트 - 전6권

치우천왕기 세트 - 전6권
이우혁 지음 / 엘릭시르 / 2011년 5월

뭐 이런 황당한? 9권까지 읽고 기다렸는데 몇 편을 사야 하나요?

범죄든 역사든 진실만이 정답이다.

모든 범죄는 흔적을 남긴다 - 법의곤충학자가 들려주는 과학수사 이야기
마크 베네케 지음, 김희상 옮김 / 알마 / 2008년 7월

모든 범죄는 흔적을 남긴다 - 법의곤충학자가 들려주는 과학수사 이야기
마크 베네케 / 김희상 / 알마

얼마전 끝난 드라마 ‘싸인’을 보면서 범죄수사, 과학수사에 관심을 갖게 된 사람들이 꽤 있을 것 같다. 나 역시 마찬가지...
물론 미국드라마 CSI같은 보다 그럴듯한 드라마도 있기는 하지만, 한국 사람의 정서에는 한국 드라마가 맞는 것인지, ‘싸인’을 보면서 더 깊게 몰입을 했다. 뭐, 마지막 회가 그동안의 몰입에 회의를 들게 할 만큼 엉성한 면이 있기는 했지만 말이다.
‘싸인’을 열심히 챙겨보던 어느 날, 자주 가던 인터넷 서점 한 군데의 메인 페이지에서 이 책에 대한 글을 보게 되었다. 목차를 훑어보다가 주문을 했다.
내가 이 책을 구입하게 된 결정적인 동기는 결국 ‘싸인’이라는 드라마이다.

이 책의 저자는 독일의 범죄 곤충학자이다. 범죄 현장에서 발견되는 온갖 곤충들을 관찰하고 실험하면서 범죄 현장에서 어떠한 일이 있었는지, 그 진실을 파헤치는 그런 사람이다.
책을 읽다보니 ‘싸인’에서 법의학자들의 대사로 들었던 내용들이 몇 군데 등장한다. 뭐, 시체를 발견한 장소에 대한 정보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든가 시체의 직장 온도를 재는 것에 관한 이야기 등등...

상식적으로는 도저히 설명되지 않는 현장의 모습은 결국 그 현장을 얼마나 꼼꼼하고 철저하게 관찰하고 그것을 과학적으로 검증하느냐에 따라 명쾌하게 설명이 가능하다는 저자의 말에 수긍이 간다기 보다는 그 노력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이 책은 뉴스를 통해 유명해진 OJ심슨 사건에서부터 그냥 지방 일간지의 한쪽 구석에나 올라갈 정도의 사건까지 다양한 사례를 이야기한다.
그리고 이 책의 곳곳에서 저자는 이런 말을 하고 있다.
“법의학자가 추구하는 것은 진실이다. 법의학자는 절대 범인을 찾으려 하지 않는다. 또한 법의학자에 의해 밝혀진 진실이 사건의 재판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 하는 부분도 법의학자가 관심을 가져서는 안 되는 부분이다.”
법의학자가 그런 영역에 관심을 갖게 되는 순간, 추구해야 하는 진실에서 멀어질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설령 법의학자가 내린 결론이 범인에게 유리한 정황을 만들어내는 경우가 있다고 하더라도 절대 진실을 왜곡해서는 안 된다는 말이다.

이 책은 이렇게 저자 마크 베네케의 경험을 토대로 만들어진 책이다. 저자 자신의 경험, 또는 그를 뒷받침할 동료들의 자료까지 첨부되어 제법 두툼한 책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그런데 내가 이 책을 읽으면서 새삼 관심을 갖게 된 부분은 3부의 ‘낡은 범죄생물학’ 편이었다. 3부는 인종에 관한 내용으로 채워져 있다. 그리고 인종개량이니 인종의 구분이니 하는 부분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독일의 독재자 히틀러와 그를 둘러싼 법의학 관련자들에 대해 상세하게 이야기한다.
독일, 나치에 의한 유대인 인종 청소, 그리고 히틀러의 광기에 관해 상당히 많은 이야기를 하는데, 이 부분을 읽으면서 독일인의 마음 깊숙한 곳에 깔린 인류에 대한 미안함, 수많은 피해자들에 대한 원죄와 그에 대한 고백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그는 이 부분에서 왜 인종의 특질을 구분하는 것이 불가능한지, 우수한 인종이라는 것이 어떤 이유 때문에 허구인지, 따라서 그런 결론으로 2차 세계대전과 그로 인한 무수히 많은 비극을 낳은 것을 이야기하고 있다.
저자의 의도, 책 자체의 내용과는 조금 다른 방향이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나는 우리의 옆 나라인 일본을 떠올리게 되었다.
이 책에서 저자는 결국 자신의 조상, 할아버지, 아버지 세대의 전쟁욕에 대해 철저하게 과학적으로 비판한다. 그들의 판단에는 어떤 잘못이 있었으며 그 모든 비극의 중심에 자신의 나라 독일이 있었다는 점에 대해서도 인정하고 비난을 한다.

일본은 어떨까?
지금 일본은 대지진과 쓰나미라는 사상초유의 사태로 나라 전체가 엄청난 비극에 휘말려 있고, 그들이 지은 원자력발전소가 타격을 받은 덕분에 우리나라를 비롯한 전세계가 방사능 공포에 떨고 있다.
그런데 일본은 자국의 그 엄청난 비극에도 불구하고 뜬금없이 독도를 이야기하고 있다. 나는 이 사태가 이번 사고에 대한 일본 정부의 대응 방법의 하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시선분산과 함께 제국주의적 애국심 불 지피기 정도로 보인다. 무언가 구심점을 만들어서 일본을 하나로 묶어야 하는데, 그 재료로 영토분쟁을 선택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어쩌면 지금의 사태는 일본과 독일의 역사적 책임의식에 따른 차이가 아닐까 싶다. 물론 독일에서도 여전히 히틀러의 나치 시절을 그리워하는 이들이 있겠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찻잔속의 태풍일 것이다. 적어도 국가 차원에서 이를 이야기하지 않는다. 독일의 범죄 곤충학자는 자신의 지식과 경험으로 자신의 선조들이 저지를 죄를 밝히고 있다. 이것은 분명 독일의 역사의식과 자손들에게도 진실을 전달하고자 하는 책임의식의 발로일 것이다.
그에 반해 일본은 명백한 사실조차 후손들에게 전달하려 하지 않는다. 교과서마저 자신들의 입맛에 맞게 고치고, 역사에도 눈을 돌린다. 계속 부정하다보면 언젠가는 사실이 아닌 것이 될 것이라고 믿고, 계속 우기다 보면 언젠가는 자신들의 뜻대로 될 것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는 것이 아닐까?
그러기 위해서 그들은 자신들의 자손들에게까지 진실을 감추려 한다. 스스로 알고 있다면 속이는 게 되겠지만, 모르고 있다면 사정이 달라진다. 언젠가 죽고 없어질 전쟁 세대가 지나고, 또 그렇게 계속 세대가 바뀌면 언젠가는 자신들의 의도가 관철되리라 믿는 것일게다.

범죄수사에 대한 책을 읽으면서 조금 생뚱맞은 생각을 하며 책장을 덮었다.
마지막으로 이 책에 대한 또 다른 나의 결론...
과학, 법학, 수사학 등등... 이런 학문은 일단 너무 어렵다. 일반인 보라고 쓴 책에 등장하는 간단한 도표조차 이해하기 쉽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