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타리나 블룸의 잃어버린 명예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80
하인리히 뵐 지음, 김연수 옮김 / 민음사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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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교 신입생들을 위한 추천 도서 목록에서 카타리나 블룸의 잃어버린 명예를 보고 정말 오랜 시간이 흐른 후 이 책을 읽을 기회를 가지게 되었다. 당시 우리나라의 언론은 비교적 정상적이었고 오히려 그 이후 기레기라고 불릴 정도로 야만적으로 변하여, 그 당시보다는 오히려 최근이 이 책을 읽어야 하는 시대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이야기 자체는 단순하다. 경찰이 추적하고 있는 범죄자를 은닉한 혐의로 조사를 받은 카타리나 블룸이라는 여성이 자신에 대해 선정적이면서 악감정이 있다고밖에 말할 수 없는 기사를 쓴 기자를 살해한 사건이 발생하고, 그 이후 카타리나 블룸에 대해 좀 더 안다고 할 수 있는 사람들의 대화를 통해 왜 카타리나 블룸이 살인을 저지르게 되었는지 유추할 수 있는 사건의 맥락이 소개되는 것으로 작품은 끝을 맺는다.

 

이 책은 저자 하인리히 뵐이 당시 언론의 형태를 비판하기 위해 쓴 단편소설로서, 진정한 언론의 자세와 역할은 무엇인지와 사람이 사회 속에서 가지고 보호받아야 하는 인권의 중요성에 대해 독자 스스로 생각해 보도록 쓴 이야기이다. 작품 자체가 훌륭하다거나 완성도가 있다기보다는 인권의 중요성, 민주주의를 이루기 위해 꼭 필요하지만, 또 하나의 권력이 되어 개인들에게 폭력을 행사할 수 있는 언론에 대한 환기를 한 것이 이 작품의 의의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우리나라의 현재 언론이나 민주주의에 대한 내 생각을 말해 보자면, 국내 언론 수준은 이 소설의 배경이 되는 1975년대 독일보다 결코 낫다고 하기 어렵고, 지배계층의 사고 방식 역시 드레퓌스 사건이 발생한 1894년 프랑스 권위주의 체제보다 깨어있지 못하다고 생각된다. 오히려 이러한 사건들의 문제점을 꾸준히 지적하는 지성인들이 국내에는 거의 없는 것을 생각하면 더 암울하다고 생각된다. 그런 의미에서 인권과 언론의 바른 자세를 알려주는 이 책 카타리나 블룸의 잃어버린 명예는 현재를 사는 한국인들이 모두 읽고 성찰하여야 하는 좋은 책이라 여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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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째 아이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7
도리스 레싱 지음, 정덕애 옮김 / 민음사 / 199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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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문학상 작가 도리스 레싱은 여성주의 작가로 알려져 있지만, 그랜드 마더스 등의 색다른 소재의 재미있는 이야기도 많이 쓴 작가로서, 개인적으로도 작품 속 셰계를 많이 접하고 싶어 꾸준히 읽고 있는 편이다.

 

다섯째 아이는 자녀가 부모의 속을 많이 썩히는, 무자식이 상팔자라는 말이 나올 많한 경우를 다룬다. 어느 정도 말썽을 피우는 것이 아니라 부모의 유전자 속에 네안데르탈인의 유전자 가 숨어있다가 발현된 것을 예상될 만큼 지적 능력은 떨어지고, 강한 폭력성을 띄고 있어 그야말로 육아의 고통을 다루는 이야기이다.

 

개인적으로 기성세대가 기후 위기나 연금 등의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후손들에게 해결을 미루는 것을 무척 싫어하고 기성세대는 후손들을 위해 준비하는 삶이라고 생각하는 편이지만, 후손의 생각이나 태도를 기성세대가 도저히 용납하지 못할 경우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같은 질문과도 연결될 수 있는 이야기라 생각한다.

 

개인적으로는 부모의 고통은 차치하고서라도 나머지 네 자녀의 안전과 행복을 위하여 이야기 중간에 나오는 격리시설로 보내는 것이 나은 방법이라고 생각하지만, 이야기 속에서는 어머니인 해리엇이 하루 종일 마취상태로 갇혀 있는 아이 벤의 모습을 보고 데리고 나오면서 나머지 가족이나 친지들과 더욱 멀어지게 되고, 그나마 벤의 기분과 성향을 만족시켜주는 주위의 불량청년들과 어울리게 되면서 심리적으로는 더욱 고통받게 된다. (이 시점에서 악행을 일삼게 된 아이의 모습을 보면 격리시설에서 아이를 데리고 나온 것에 대한 정당성을 과연 인정 받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이야기는 야만적인 아이의 출산에 따른 부모의 고통을 다루지만, 내게는 자신이 열정적으로 추구한 결과물이 자신의 생각과는 다르게 나쁜 결과를 만들어 내는 것이라면 그 창작물을 만든 본인은 과연 그 것을 부인할 수 있을까 하고 은유적으로 질문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 이야기 속에서 어머니 해리엇이 벤을 부정할 수 없었듯이 보통 사람들에게는 아마 무척 어려울 것이라 생각한다.

 

가장 먼저 떠 오르는 사례이라면 핵폭탄을 만들어 낸 맨해턴 프로젝트에 속한 과학자들의 심정이 이와 비슷하지 않았을까 생각하고, 다양한 핑계를 만들어내면서 자신들의 일을 긍정적으로 포장하려고 노력하는 경우가 많았던 것 같다. 오히려 이를 부정하려고 한 오펜하이머 등은 다른 과학자들이나 정치가들에 의해 지탄받으면서 외롭게 생을 마감하게 되었던 것 같다. 하지만 오랜 세월이 흐른 후 결국은 오펜하이머의 명예가 회복된 것처럼, 좋은 의도에서 시작되고 자신의 노력이 아무리 많이 들어가도 나쁜 결과를 내는 것이면 자기 반성과 함께 부정되어야 할 것이다.

 

결코 경험하고 싶지 않은 이야기를 통해 인생을 살아가는 방법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만드는 문제작이라 생각되는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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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피아빛 초상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406
이사벨 아옌데 지음, 조영실 옮김 / 민음사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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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피아빛 초상영혼의 집의 작가 이사벨 아옌데의 칠레 역사 속에서의 한 집안의 이야기를 다룬 3부작 중 하나로서 영혼의 집이전 세대의 이야기에 해당된다. ‘영혼의 집이 영화화된 작품을 예전에 감상하였고, 개인적으로 우리 역사와 유사한 면이 많은 칠레 쿠데타를 다루고 있어 무척 관심 깊게 보았다면 이번 작품은 아옌데 작가의 이야기를 풀어가는 능력이나 남미 문학 특유의 마술적 분위기와 어우러진 가정사가 흥미있어 읽게된 작품이라고 하겠다.

 

3부작 중 운명의 딸이나 세피아빛 초상은 연결고리가 있지만, 그 다음 세대에 해당되는 영혼의 집과는 연결고리가 약하고, 정치적 태도도 영혼의 집과는 다소 거리가 있다.

 

개인적인 느낌으로는 작가가 영혼의 집에서 다루었던 소재들을 변형시켜 유사한 소재를 다른 시대에서 변주시킨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이야기 속에서 가장 아름답게 묘사되는 여성이 갑자기 죽게 되는 것이나 등장인물 중 카리스마 있는 등장인물이 사업수완을 발휘하여 대단한 성공을 이루는 것, 정치적 격변 속에서 학살이 벌어지는 장면 등 (칠레 쿠데타 이전에도 정치적 갈등으로 칠레에서 자국민들을 대상으로 학살이 벌어진 줄은 이번에 처음 알게 된 사실이다) ‘영혼의 집에서 사용된 소재들이 다른 시대에서 새롭게 이용된 내용을 보는 것이 흥미롭다.

 

영혼의 집과는 달리 남미 문학 특유의 마술적인 분위기가 거의 없었고 (그 이전 세대임에도 물구하고), 수동적이고 희생적이었던 여성 주인공이 시간이 흘러감에 따라 독립적이고 자신의 주장이 강해지는 모습을 보여, ‘세피아빛 초상은 여성주의 문학에 더 가깝다고 생각된다. 다만 전체적인 내용이 다양한 집안 구성원들의 이야기를 다루다가 마지막에 갑자기 주인공의 자각을 다뤄 다소 뜬금없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으나 흥미로운 이야기였고 삼부작의 나머지 이야기 운명의 딸도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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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자병법 - 이겨놓고 싸우는 인생의 지혜 현대지성 클래식 69
손무 지음, 소준섭 옮김 / 현대지성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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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학생 시절 삼국지를 읽은 후 이야기 속 등장하는 각종 전략에 대한 지혜를 좀 더 읽기 위해 손자병법을 읽었던 적이 있다. 당시에는 기대와는 조금 다른 느낌이 들었고 완전히 이해하지는 못했던 것 같다.

 

이제 나이를 들어 다시 손자병법을 읽었는데, 학생시절과는 좀 더 이해할 수 있는 것 같다. 예전에는 재미 또는 역사공부를 위해서 중국 역사소설을 읽었지만 큰 교훈을 얻지는 못했던 것 같다. 하지만 직장생활을 하면서 동료가 초한지의 주제는 빠로 한 사람이 모든 일을 처리하는 것보다 여러 사람이 힘을 합쳐 노력하는 것이 낫다 (사람을 잘 지휘하는 용병술이 직접 처리하는 것보다 낫다)는 것이라는 것을 들었다. 개인의 능력은 항우가 훨씬 뛰어나지만, 그보다 능력이 떨어지는 여러 사람들을 각 사람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곳에서 잘 배치하여 잘 쓴 유방이 승리한 것의 의미를 잘 설명한 것인데 이번에 읽은 손자병법에서도 이 부분이 가장 강조되어 있는 것 같다.

 

손자병법에서 가장 유명한 문구는 역시 지피지기 백전불퇴 일 것이다. 적과 자신을 아는 것이외에도 손자병법에서는 지리와 날씨, 민중의 생각 등 전투를 둘러싼 주변의 모든 것에 대해 철저하게 잘 알고 있어야 한다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고, 이를 통해서 이길 수 있는 전쟁을 하라는 메시지가 맨 처음 강조된 것이 인상적이었다.

 

학생시절 연구노문을 쓰거나 직장생활에서 일을 할 때 느낀 것 중 하나는 일의 성패는 시작할 때 이미 정해진 것이라는 것이었다. , 그 일을 왜 하는가, 일을 하는 이유를 시작할 때 분명히 잘 알고 있다면 그 일에서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인데, 바로 손자병법에서 강조하는 이겨 놓고 싸우라’ (먼저 필승의 형세를 갖춘 뒤에야 싸움을 시작하라) 라는 말과 통하는 것이라, 손자병법이 전하는 지혜가 단순히 싸움을 이기는 기술이 아니라 인생을 사는 방법에 대한 정말로 진심어린 충고라는 생각이 들었고 앞으로도 재독을 통해 그 의미을 꾸준히 되새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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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상의 책 - 개정판 폴 오스터 환상과 어둠 컬렉션
폴 오스터 지음, 민승남 옮김 / 북다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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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환상의 책은 시리즈로 구성되어 함께 읽은 어둠 속의 남자와 유사하게 한 남자가 다른 이야기를 추적하는 내용이지만 그 이야기 속에 자신의 이야기가 담겨 있는 이야기이고, 작가 폴 오스터 자신의 이야기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시리즈를 읽기 전에 그의 유작으로 읽은 바움 가트너도 비슷한 형태를 띄고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어둠 속의 남자가 자신을 구성하는 작가를 처치하기 위한 여행을 떠나는 이야기로 시작하여 자신의 과거의 상처에서 고통을 받아 그것을 멈추고 싶어하는 작가 이야기로 끝나는 것에 비해 환상의 책무성영화 배우 헥터 만의 생애와 영화에 관심을 가진 작가가 그에 대한 책을 출간한 후, 그 배우가 살아있다는 소식과 함께 행방을 감춘 이후 그가 제작한 영화를 볼 기회를 얻어 그의 뒷 이야기를 듣고 그가 제작한 새로운 영화를 감상하기 위해 그를 찾아간다. 하지만 그를 만난 그날 그 배우는 세상을 떠나고 그의 죽음을 슬퍼한 그의 아내에 의해 그의 영화는 불에 태워지게 되면서 그의 삶과 영화는 다시 세상에서 감춰지게 된다.

 

그가 찾는 헥터 만의 삶과 그가 새롭게 찾은 영화는 그의 삶과 닮아 있다. 과거의 상처를 피해 세상과 거리를 두고 살아가지만 새롭게 만난 여성으로 인해 새로운 삶의 의욕을 찾게 되는 것은 헥터 만의 과거, 데이비드 짐머 교수의 과거, 헥터 만이 새롭게 제작한 영화 마틴 프로스트의 내면의 삶의 내용, 데이비드 짐머를 헥터 만에게 데려가기 위해 방문한 앨머와 데이비드 짐머의 이야기 등. 데이비드 린치 감독의 영화 멀홀랜드 드라이브처럼 같은 이야기를 다른 시간과 공간에서 두 차례 반복하면서 과거의 상처로 고통 받으면서 새로운 사랑으로 극복하고 싶어하는 작가의 내면을 보여준다. 헥터 만의 영화 마틴 프로스트의 내면의 삶에서 작품을 희생하고 사랑을 선택하면서 행복으로 갈 수 있다고 결론을 낸 것처럼 작가도 자신의 작품을 희생해서라도 (자신의 과거를 지워버리고) 사랑을 찾고 싶다는 마음을 표현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리즈로 읽은 두 권의 주제가 유사하여 비교적 이해하기 좋았고, 폴 오스터의 다른 작품에도 관심이 생겨 달의 궁전이나 ’4, 3, 2, 1‘도 빠른 시일 내에 읽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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