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뼈가 들려준 이야기 - 인류학 박사 진주현의
진주현 지음 / 푸른숲 / 2015년 10월
평점 :
고고미술사학과에서 고고학을 전공하고 현재는 법의인류학자로 일하고 계신 진주현 박사님의 책입니다.
이 책을 다 읽은 후의 느낌은 뼈에 관한 책이지만, 뼈와 연관하여 진화에 관련된 이야기가 상당히 많이 나왔고, 특히 진화에 관련된 계속되는
논쟁거리에 대해 더 이상 고민할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깔끔하게 정리된 것 같습니다.
이 책의 저자는 대학교 3학년 <최초의 인간 루시>라는 책을 읽고, 원시 인류화석을 발굴하는 현장에 가고 싶은 끓어오르는 피를
주체할 수 없어 고인류학의 전설적인 인물인 루이스 리키와 메리 리키가 발굴했던 올두바이 계곡에서 열리는 필드스쿨을 가거 직접 발굴을 하고,
주위의 마사이족과 교류하는 체험을 하였다고 합니다. 대학교 3학년이 아직 어린 나이라고 할 수 있는데, 정말 당차면서 열정적인 분이라
생각됩니다. 이 정도 열정을 가진 사람이니 만큼 다른 사람이 꺼릴만한 죽은 사람의 뼈를 다루는 일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또한,
한국땅에서 인터넷으로 찾은 정보로 동아프리카의 발굴현장에서 고고학 체험을 할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니 정말 길은 생각보다 많이 열려있는
시대이고, 기회는 찾는 자의 것이라는 몫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직까지 많은 갈등의 원인 중의 하나인 피부색이 인종마다 달라지는 이유를 이 책에서 접하였습니다. 피부색을 정하는 멜라닌 색소는 자외선을
차단하는 필터같은 역할을 해서 자외선 등 햇볕이 강한 곳에 사는 사람들의 피부는 검고, 일년 중 햇볕 볼 날이 적은 북유럽 사람들의 피부는
하얗게 되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흑인이 햇볕이 약한 북유럽에 살게 되면 비타민 D 부족으로 인한 구루병에 걸릴 위험이 커지게 되고, 반대로
백인이 아프리카 등에서 살게 되면 피부암에 걸릴 위험이 커지게 된다고 합니다. 이렇게 환경에 적응하는 과정은 유전자의 변화가 생존에 유리한
조건이 되면 (유전자 추첨에 당첨되었다고 한다고 합니다. 정말 진정한 의미의 당첨) 그것이 비교적 빠른 시간내에 퍼져나가면서 이루어진다고
합니다. 결국, 인종 간 서로 다른 피부색은 생존을 위한 유전자의 선택이었을 뿐인데 너무 많은 차별과 갈등을 만들어내었으니 안타까운 일입니다.
또한 인간에 대한 과학적 지식이 넓어지는 것은, 인간들이 서로 이해하고 서로의 갈등을 줄일 수 있는 수단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배웠습니다.
진화와 관련하여 또 하나 뜨거운 이슈인 창조신학에 관한 이야기도 소개되었습니다. 이는 학교에서 가르치는 진화론에 대응하여 창조론을 학교에서
가르치기 위하여 시작되었다고 합니다. 이 계획이 시작된 곳이 독실한 기독교 신자가 많은 곳이지만 창조론을 교묘하게 과학으로 포장하여 학교에서
가르치려는 것을 학부모들이 용납하지 않아 결국 재판까지 가게 되었고, 보수적인 연방 재판부 판사가 재판을 담당하였지만 결국 과학이 아닌 종교를
과학이라고 주장하며 학생들에게 가르치는 것은 헌법에 위배된다고 결정을 내리게 됩니다. 저자의 말처럼, 종교를 가진 사람이라면 성경에 담긴
지혜와 사랑의 아름다움을 통해 하나님을 만나면 되지 은혜를 과학적으로 증명하려고 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역설적으로, 창조과학에 빠져있는
사람은 지혜나 사랑보다는 다른 것을 추구한다는 반증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최근에 읽은 <잃어버린 게놈을 찾아서>의 스반테 페보에 관련된 이야기도 소개되었습니다. <잃어버린 게놈을 찾아서>의
요약편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재미있게 요약되어있습니다.
책의 전반에는 뼈에 관한 과학적인 내용으로 뼈의 구조, 역할, 특징같은 이야기가 나왔고, 중간에 진화에 관련 이야기가 많이 소개되었습니다.
그리고 후반에는 저자 개인이야기와 함께 최근에 저자가 수행하고 있는 법의인류학 일 (하와이에 있는 미 국방부 전쟁 포로 및 실종자 확인기관에서
실종된 미군의 유해를 분석한 후 가족의 품으로 돌려보내는 일)이 소개되었는데, 이와 연관하여 미드 CSI의 원조가 되는 법의학적 뼈연구나 연구소
이야기도 소개되었는데, 이런 분야까지 연구를 열심히하는 모습을 보면 미국의 힘이 대단하다는 것도 새삼 느끼게 됩니다. 다른 이야기도 무척
재미있었고, 저자의 글솜씨와 사이사이 던지는 유머도 좋았지만, 역시 유전과 진화에 관련된 이야기가 저에게는 가장 인상에 남았는데, (뼈에 관한
이야기도 재미있고 좋지만) 진화에 관한 내용이 담긴 책중에서 가장 이해하기 쉽고 재미있게 쓰인 책이라 생각되어 다른 분들꼐도 추천드리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