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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답게 살다 나답게 죽고 싶다 - 품위 있는 죽음을 위한 종활 일기
하시다 스가코 지음, 김정환 옮김 / 21세기북스 / 2018년 3월
평점 :
품절
품위있는 죽음, 안락사로 죽기 바란다는 작가의 종활일기라고 부르기에는 어색하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의외로 죽음에 대한 이야기가 적은 편이라 조금은 당황스러운 느낌이 들기도 했지만, 재미있으면서 생각할 점도 많았던 좋은 책이었다.
저자가 안락사를 생각하고 준비한다는 내용에 의심이 갈 정도로 저자가 현재 생활을 열심히 하고 (단백질 및 근육 유지를 위해 육류를 꾸준히 섭치하고 수영 등 운동도 열심히 한다), 크루주로 세계일주를 하는 가 하면 안락사 협회비가 비싸서 (우리돈으로 20,000원 정도) 한 10년 후에나 가입해야겠다는 말을 하는 등 너무 유쾌하게 사는 사람이라 인상적이었다.
다시 생각해보면 이렇게 유쾌한 사람이기에 죽음을 대하는 태도가 이토록 당당한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도 들었다. 오싱을 비롯해서 수많은 히트 드라마를 지어내고, 게다가 그 수익료를 남편이 잘 투자하여 경제적으로도 상당히 부유하여 그야말로 세상을 살면서 자신이 하고 싶고 이루고 싶은 일을 다 이룬 사람이기에 죽음이 두렵지 않은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야말로 자신의 분야에서 상당한 업적을 이룬 사람만의 당당함이라고 느꼈다.
2차 세계대전을 치르면서 침략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고 개인적으로는 고통스러운 자신의 삶에 대해서도 전쟁을 저지른 나라의 국민의 일원으로서 책임이 있고 참회와 반성이 필요하다는 말을 하는 모습을 보니 정말로 도덕적이면서 주관이 뚜렷한 사람이 라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또한 성격 자체도 무척 당당하다는 느낌이 들었는데, 이런 바탕에서 안락사에 대한 생각을 가지게 되었으리라 생각한다.
그리고 이 책에서 많은 언급은 되지 않았지만, 저자의 자녀가 없다는 사실이 저자가 안락사를 생각하고, 미래에 대해서도 그다지 큰 미련이 없게 된 것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아무래도 자녀가 있다면 자신의 사후에 대해서도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고, 또한 자신의 죽음이 자신에게 주는 의미말고도 자녀에게 주는 의미까지 생각하여야 하므로 안락사를 고집하기 어려울 수도 있기 떄문이다.
이 책을 읽기 전에 팟캐스트 이게 뭐라고에서 이 책을 다룬 방송도 들었는데, 죽음을 맞이하기 전에 미리 죽음에 대해 생각하고 준비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많이 나와서, 책을 읽으면서도 안락사 이외에도 저자가 죽음을 준비하는 내용에 대해 알게 되길 희망하였는데 안락사를 희망한다는 것 이외에는 그리 많은 내용은 없었다. 오히려 책 앞부분에 소개된 저자의 젊은 시절에 대한 추억이 정말 재미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