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갈래 길
래티샤 콜롱바니 지음, 임미경 옮김 / 밝은세상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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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 갈래 길은 인도, 이탈리아, 그리고 미국에 사는 3명의 여성이 운명을 헤처나가는 이야기이다. 여성들이 주인공이니 일종의 페미니즘 소설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그렇지 않다고 볼 수도 있다. 왜냐하면 이들이 겪는 시련은 여성만의 시련은 아니고 (여성이라서 훨씬 힘들었을 수 있지만), 남자에게도 충분히 닥칠 수 있는 것이고 또한 남성도 이겨내기 힘든 것이기 때문이다.


인도의 불가촉천민 스미타의 이야기가 가장 가슴 아팠다. 카스트 제도를 통해 신분을 마눠서 사람을 차별하고 괴롭힌다는 이야기는 들었지만, 카스트 제도 내 4개의 신분에도 속하지 못하는 불가촉천민의 실상은 처음 접하는 것이라 너무 충격적이었다. 자신의 딸이 자신과는 다른 삶을 살수 있기 위해 고향을 떠나 탈출하는 이야기는 모녀가 어떤 위험에 처할까봐 가슴을 졸이며 읽었는데, 뉴스를 통해 들은 인도의 실상이라면 분명 이들 모녀가 탈출 도중 살해되거나 다른 고통을 받을 것이 확실하다고 생각하였기 때문이다. 소설에서도 해피엔딩을 보여주는 대산 미래에 대한 희망을 가지는 순간에서 끝을 내었는데, 그들의 처지가 행복한 결말을 기대하기 어렵기 떄문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스미타의 이야기가 너무 강력하여 나머지 두 여성의 이야기는 다소 힘이 빠지는 면이 있다. 목숨이 왔다갔다하는 스미타에 비해, 두 사람은 그럭저럭 살아갈 방도가 없는 것도 아니고...


이탈리아의 줄리아의 이야기는 자신의 사랑도 지키면서 집안의 경제적 위기도 이겨내는 이야기인데, 자신에게 닥친 문제를 이겨내는 동력이 자신이 좋아하는 남자와의 사랑을 지키고 싶은 것에서 출발한 것이 특이하다고 생각되었다. 미국의 사라는 자신에게 발병한 암으로 인하여 직장에서 자신의 위치를 잃게되지만 이를 이겨내고 자신이 당한 부당한 대우에 당당히 싸운다는 내용인데, 100% 공감하기는 어려웠다. 왜냐하면 자신으로 인해 회사에 피해를 준 것도 사실이기 때문이고, 암에 걸렸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욕심만에만 급급한 모습에서 답답한 느낌도 받았기 때문이다 (그녀가 부당한 대우로 피해를 받았다고 하더라도).  


등장인물들의 모습이 100% 숭고하지는 않았지만, 자신에게 닥친 어려움에 굴복하지 않고 이겨나가려고 노력하는 모습은 충분히 아름다왔고 책을 읽는 나 자신에게도 큰 힘을 주었다. 서로 사는 곳은 달라도 자신에게 닥친 시련을 이겨내는 여성이 한가지 사물을 통해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메세지는 문제를 겪고 있는 사람들이 스스로는 깨닫지 못하는 속에서도 서로 연대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려있다는 의미로 해석되었다. (솔직히 너무 작위적인 구성이라는 느낌도 들었지만)


마지막으로, 인생에서 어려움이 닥쳤다고 불행해지는 것은 결코 아니라는 것을 느꼈다. 오히려, 시련이 있기에 이를 극복하고자는 노력을 통해 자신의 존재 의미도 깨달을 수 있기에 행복해질 수 있다고 생각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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