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흐의 무반주 첼로 모음곡을 찾아서

바흐의 무반주 첼로 모음곡을 찾아서 - 바로크 음악의 걸작을 따라서 떠나는 여행
에릭 시블린 지음, 정지현 옮김, 장혜리 감수 / 21세기북스 / 2017년 11월

책을 읽는 내내 아름다운 책이라고 생각했다. 바흐의 무반주 첼로 모음곡이 듣는 사람믜 마음을 안정시켜주고 영혼을 맑게 해준다고 하는 것만큼 이 책 역시 책을 읽는 사람들의 마음을 아름답게 해주고, 정화시켜준다고 생각한다. 

이 책의 흐름은 크게 3축으로 이루어 진다. 무반주 첼로 모음곡을 남긴 바흐의 삶, 그리고 무반주 첼로 모음곡을 발굴하고 그 원석을 갈아 대중들에게 빛나는 보석으로 만들어 선 보인 파블로 카잘스. 마지막으로 이 들의 삶을 추적하며 바흐의 음악에 좀 더 깊은 이해를 위한 노력을 하는 작가. 이 3축으로 갈라진 이야기가 엮기면서 바흐의 무반주 첼로 모음곡이 완성되는데, 책을 읽는 내내 행복감이 들었고 예술의 세계에 흠뻑 빠진 듯한 느낌이 들었다. 

책의 순서는 무반주 첼로모음곡의 각 부분과 같은 이름을 가지면서 이야기가 흘러 간다. 각 장의 앞부분에 그 장에 대한 느낌을 서술한 내용을 제외하면 책 내용과 큰 연관은 없지만,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음악이 완성되는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어서 좋았던 것 같다. 또한 국내판의 각 장에는 QR코드가 있어서 첼리스트 양정원의 음악을 맛 볼 수 있다. 또한 유튜브에는 이 책에도 언급된 미샤 마이스키의 연주 등이 있으니 음악을 들으면서 책을 읽는 것도 추천해 본다. 하나의 음악에 대한 책이지만 큰 어려움이 읽을 수 있어서 더욱 좋았던 것 같고, 비슷한 방식으로 하나의 음악에 대해 이 책처럼 깊은 성찰을 한 책이 많이 나왔으면 하는 느낌이다.

바흐에 대해서는 그의 음악으로 인해 엄격하고 고지식한 인물이 아니었을까하는 선입견이 있었는데, 이 책을 통해 만난 바흐는 열정이 넘치는 성격에 한 바수니스트와 칼싸움을 벌이기도 하고, 어느 공작의 감옥에 갇힌 적도 있었고, 적어도 20명의 자식을 두었던 열정적인 인물이었다. 

무반주 첼로 모음곡을 우리에게 발굴해 준 카잘스의 인생 역시 그의 음악만큼 강한 인상을 준다. 특히, 프랑코의 독재정치에 항거하면서 오랜 기간동안 공연을 하지 않았지만, 90세가 넘는 나이가 되어서도 하루도 거르지 않고 연습하는 모습을 첼로과 음악을 진정으로 사랑하는 사람의 모습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두 음악의 거장의 이야기 이외에도 저자의 이야기 역시 무척 흥미로왔다. 특히 동네 카페에서 첼리스트 발터 요하힘을 만나 그와 우정을 쌓고 카잘스에 대한 이야기를 듣는 모습이 무척 아름다왔다. 발터 요하힘의 권유에 따라 저자는 첼로를 배우기도 하고, 기타로 그 음악을 연주하면서 바흐 음악을 좀 더 이해하기도 하는데, 얼마 후 신문에서 발터 요하힘의 부고를 보게 된다. 하지만, 저자가 말한 대로 둘 사이는 서로의 영혼이 필요한 간절한 것을 바로 그 순간 서로에게 선물을 준 우정을 나눈 사이임이 틀림없었다.

책의 마지막은 바흐가 남긴 무반주 첼로 모음곡의 악보 (엄밀하게는 그의 아내가 작성한)가 세상에서 사라지고, 그 후 우연하게 발견되는 모습을 담았다. 전혀 상상하지 못한 곳에서 발견된 모습 등은 약간은 신비로운 느낌의 전설을 듣는 것 같기도 하다.

마지막으로, 이 무반주 첼로 모음곡에 대한 저자의 감상을 인용한다. 나도 음악에 대한 이해의 폭이 널어져 이런 글을 쓸 수 있는 날이 오길 소망한다.

- 바흐는 이 첼로 모음곡 1번에 젊음과 순수함, 불가능은 없다는 분위기를 담았다. 2번은 언제나 나에게 비극으로 남을 것이고, 3번은 사랑, 4번은 투쟁, 5번은 미스터리다. (그리고 6번은 며시되지 않은 5개의 현이 달린 악기를 위해 만들어 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