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을 쓰는 시간 - 권력을 제한하는 여섯 가지 원칙들
김진한 지음 / 메디치미디어 / 2017년 7월
평점 :
품절


헌법에 대한 책이지만 그 자체보다는 헌법을 기초하는 민주주의와 정치, 법철학을 이야기하는 책이라고 생각한다. 법에 대한 책은 아닐지라도 사회과학책, 특히 민주주의에 대한 책은 제법 읽었다고 생각하는데, 이 책에서 새롭게 접한 개념이나 정보가 무척 많아서 참신한 느낌이 들었다. 법이란 것이 무척 어려운 개념이지만 이를 전공한 저자의 탄탄한 내공으로 깔끔하게 설명되어 무척이나 즐거운 독서였는데, 앞으로의 저작도 주목해야할 것 같다.


책의 또 하나의 특징은 이야기의 화두나 설명하는 방법으로 영화나 소설, 이야기를 들면서 시작하기 때문에 어려운 개념에 대해 읽을 때에도 금새 책에 빨려 들어가게 된다. 법에 관련된 개념으로 처음 소개되는 것은 사실과 당위이다. 사실은 법이 작동하는 조건이고, 당위는 법의 내용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와 관련해서 공정한 판단, 법 집행을 위한 첫번째 조건으로 저자가 이야기한 것은 '의견'으로 '사실'을 만들어내지 않는 것이다. 사실 이 점은 과학기술 분야에서 연구를 하고 논문을 쓸 때도 주의해야하는 점인데, 우리나라 사람들이 취약한 부분이라고 생각하는데, 박사모같은 단체도 이런 오류에 빠진 거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정치에 관한 부분에서도 진보와 보수에 대한 정의가 소개되는데, 무척 참신하다고 생각된다. 진보는 사람들의 능력과 이성을 신뢰하여  더 나은 사회를 위한 설계를 만들어낼 수 있고, 실제로 그런 사회를 성취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반면에 보수는 사람들의 이성과 능력에 대해 신뢰하지 않는 경향을 가지기 때문에 전통과 관행을 믿고 현재의 상태를 바꾸려고 하지 않는 이유는 그것을 바꾸려는 노력이 더 큰 문제를 야기할 것이라 생각한다 (이 점을 보더라도 우리사회의 보수는 진정한 보수가 아닌 것 같다).


존 스튜어트 밀의 대의정부론에서 분석한 두가지 유형의 사회도 참신하였다. 그 핵심은 정치적 욕구에 따른 사람들을 두 가지 유형으로 나누는 것인데, 이는 지배하고 싶어하는 사람과 지배당하기 싫어하는 사람이다. 남을 지배하려는 욕구가 강한 사람들은 좋은 지위를 기대하면서 자신의 독립성을 쉽게 포기한다. 반면에 독립성을 지키는 성향이 강한 사람들은 출세의 기회(남들을 지배하는 기회)가 있다해도 그에 현혹되지 않는다.서구는 독립성을 강한 쪽인데, 이 경우는 권력자들이 자신의 권리를 침해하는 경우 가차없이 저항의 깃발을 든다. 반면에 (우리나라 같이) 출세지향의 나라에서는 민주주의는 그저 공직의 문이 소수가 아니라 모든 사람에게 열려있다는 정도로만 이해된다.


권력분립 원칙은 권력 스스로 다른 권력을 제한하는 시스템이다. 이를 위해서 가장 중요한 점은 시민들이 그 장치의 작동원리를 알고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 주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저자는 권력분립의 원칙을 두 아이가 케이크를 나누는 예화를 통해 설명하는데 정말 감탄스러웠다. 권력분립을 위한 지혜는 공평한 분배가 아니라 견제와 균형을 통한 권력 제한이라는 점이다.


최근은 다소 줄어들었지만 개헌에 대한 논의가 계속되고 있지만, 우리사회는 긴 노동시간과 함께 출세만을 지향하기에 정치와 공공의 문제에 대하여 제대로 된 관심과 토론을 할 수 없는 분위기이다. 누가 권력을 가질 것에 대한 것만 관심을 가지지 않는, 좀 더 좋은 나라를 만들기 위해 이 책에서 이야기한 여러 개념에 대해 무리 모두가 고민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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