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틴어 수업 - 지적이고 아름다운 삶을 위한
한동일 지음 / 흐름출판 / 2017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라틴어라는 언어에 대해 문법을 체계적으로 배우지는 않을 지라도 제법 어휘를 많이 배울 수 있을 것이라 기대했는데, 생각보다 언어 자체보다는 저자가 인용한 라틴어 문장에 따른 저자의 생각이 위주로 된 책이었다. 라틴어 어구를 인용하면서 나온 이야기이기에 문학, 역사, 철학 등 인문학적 성찰이 담긴 책인데, 라틴어 어구 본래의 의미보다는 저자의 생각이 중심이 되었다고 느꼈다.


저자가 라틴어 수업을 서강대에서 진행한 내용을 책으로 담았지만, 저자의 기독교에 대한 생각이 매우 합리적이고 세속적 (종교에 치우치지 않았다는 의미에서)이어서 무척 놀라운 느낌이 들었다. 그런 의미에서도 이 책에서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케사르의 것은 케사르에게 신의 것은 신에게>와 <만일 신이 없더라도> 파트였다. 일반적인 교회의 설교에서는 이 책에서 나온 것과는 다른 내용으로 이 어귀를 설명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 책에서는 중세의 정교일치사회에서 시민사회와 종교사회로 구분하는 것으로 설명한다. 이 어구의 시대적 배경은 서기 30년 정도로 중세보다 훨씬 전이라서 성경에서의 실제 의미는 저자의 이야기와 다를 것으로 생각되지만, 현재의 시민사회에서는 분명히 추구해야할 개념이지만 종교와 관계있는 수업에서 이런 내용을 강의하고 책으로 펴냈다는 사실이 무척 인상적이다.

이러한 개념은 그 다음 <만일 신이 없더라도>에서 더욱 발전된다. (신에 대한 존재를 100% 신뢰한다고 하더라도) 성경의 내용이 신이나 예수의 말을 직접 기록한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그 말이나 사실을 접한 것을 스스로의 관점을 통해 기록한 내용이라 엄밀히 말해서 100% 신의 말씀이라고 볼 수 없고, 그를 기록한 사람들의 생각이 포함되어 있다고 생각할 수 밖에 없다고 저자는 말한다. 신이 아닌 사람의 생각이 언제나 100% 옳다고 할 수 없을 수도 있으므로, 사회가 돌아가는 원칙을 신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신뢰할 수 있는 합리성을 기초로 사회를 구성한 것이 서구사회의 '세속성'의 기초라고 설명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최근 많은 일을 겼으면서 보다 성숙해지고 진보하였지만 아직까지 인물이나 조직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기존의 보수정권, 독재정권의 가장 큰 문제점도 시스템보다 인물에 의존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을 것 같다) 어떤 누가 리더가 되더라도 제대로 발전할 수 있도록 국가, 사회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무척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하는데, 그런 의미에서  우리사회도 Etri Deus non daretur (만일 신이 없더라도)의 개념을 제대로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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