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제

[세트] 형제 세트 - 전2권
위화 지음, 최용만 옮김 / 푸른숲 / 2017년 5월

허삼관 매혈기의 저자라는 사실이외에는 다른 정보 없이 이 책을 읽기 시작할 때는 다소 무거운 대하소설이 아닐까하는 약간의 두려움이 있었다. 그런아 이야기를 읽기 시작하자마자 정말 타고난 이야기꾼이다라느 생각이 들면서 책 속으로 빠져 들어갔다. 책을 읽으면서 글 정말 잘쓴다하고 감탄한 경우는 비숲의 김산하 작가가 최근이었던 것 같은데, 위화는 그보다 더 뛰어난 것 같다. 이야기꾼이라고 하기보다는 썰 또는 이빨에 강한 사람이라고 하는 것이 더 가까울 것 같은데, 이야기를 풀어가면서 중간중간 같은 말을 반복하면서 흥미를 북돋는다던가 저절로 주인공의 마음에 감정이입되게 만드는 능력이 정말 대단한 것 같다.

이야기의 주인공인 이강두와 송강은 각각 자신의 아버지의 복사판이고 이야기 처음에 나온 화장실과 관련된 에피소드가 그들의 인물성을 대변한다. 자신의 욕심을 위해 어떤 더럽고 위험한 일도 무릅쓰는 사람과 옳은 일, 남을 돕는 일이 이라면 역시 더럽고 힘든 일도 무릅쓰는 사람. 전혀 다른 두 사람을 한 가족으로 만들어 중국민족이 문화혁명을 통해 현대에 이르는 과정을 보여준다.

이 둘의 이야기도 역시 흥미롭지만 내가 더욱 관심깊게 읽은 부분은 송범평과 이란의 사랑 이야기. 그리고 문화혁명 시기에 (그 순수하면서도 다정다감한) 송범평이 억울하게 죽임을 당하는 이야기였다. 이제는 오래에 봐서 가물가물해진 역시 문화혁명기를 다룬 인생이 보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해졌다. 그보다 더 강렬한 이야기가 있었으니 이란의 삶에 대한 이야기였다. 자신의 삶을 치욕 속으로 몰아넣은 전 남편의 죽음으로부터 해방되어 짧지만 진정한 행복을 맛본 후, 자신의 병을 고치기 위해 다른 곳을 다녀았다가 뜻 밖에 자신의 삶을 가치있게 만들어 주고 진정으로 사랑했던 남편의 죽음을 맞이한 후 장례를 치르고, 고통 속에서 살아가다 세상을 떠나는 그녀의 모습은 인생의 의미는 무엇이고 어떤 삶이 가치있고 행복한 것인지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이야기 후반은 이강두 중심으로 바뀌면서 통속으로 흐르지만, 위에 언급한 두사람에 관한 무거운 이야기에서 쉽게 벗어나고 싶지 않은 마음이 간절하다. 위화가 무거운 주제를 다룬 진중한 이야기를 많이 읽을 기회가 있기를 희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