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조책문

정조 책문, 새로운 국가를 묻다 - 개혁군주 정조의 78가지 질문
정조 지음, 신창호 옮김 / 판미동 / 2017년 5월

극장에서 개봉했을 때는 평이 안좋아서 외면했다가 나중에 애우 몰입해서 본 영화가 하나 있는데, 바로 역린이다. 영화의 만듦새에 대해서는 말이 많지만, 그와 별개로 내가 주목한 것은 영화 속의 정조가 왕위에 즉위한 상황이 고 노무현 대통령이 집권했을 때와 무척 비슷하다는 것이었다. 그 시대의 정치적 상황을 시대극으로 표현했다는 것을 알고나니 영화 속 장면 하나하나가 의미심장하게 다가왔다. 그래서인지, 노무현 대통령 집권초기와 비슷하게 사방이 적으로 둘러쌓인 현 대통령 시대에도 정조 시대가 반면교사가 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마침 정조의 철학을 알 수 있는 책이 나와 반가운 마음으로 책을 읽게 되었다.

정조가 조선시대 후반 르네상스를 이끈 임금이라고 불리고 있지만, 대부분의 업적이 사방이 적으로 둘러 쌓인 상황에서 자신으 왕권을 강화하는 것과 자신의 아버지인 사도세자의 명복을 빌고 자신과 혜경궁 홍씨를 위한 화성행궁을 만들었다는 점이라 너무 자신 위주로 일을 한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정조의 생각을 알 수 있었다. 올바른 정치, 인재 등용, 문예부흥, 리더십, 부국강병 등 자신만을 위한 왕권강화가 아니라 나라를 바로 세우고 강하게 하기위한 고민이 많았음을 알 수 있었다. 

기본적인 철학이 유학에 전적으로 의지되거나, 글 내용이 너무 공자님 말씀처럼 옳은 이야기가 계속 나오면서 다소 고리타분한 느낌이 들기도 했지만, 정조의 생각이 기본적으로 국민을 위한 애민사상임을 알 수 있었다 가난한 백성들을 구휼하고 민생을 챙긴다거나, 전국 각지에서 살고 있는 국민들이 치우쳐 있거나 외진 곳에 산다는 이유로 손해보지 않도록 정책을 마련하고 교류할 수 있도록 운송수단을 마련하는 등의 정책을 고민하도록 했다는 사실이 인상적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농공상의 사고방식에서 벗어나지 못해서 획기적인 아이디어를 내지 못했다는 것은 안타깝다). 그런 의미를 생각하면 현재 국토의 균등한 발전을 고민하는 민주정부와 정조의 고민이 겹쳐보인다.

이 책에 나온 것 처럼 백성들을 위한 많은 고민을 하고 업적을 쌓은 정조에 대해 가장 안타까운 점은 정조 사후 정순왕후가 권력을 차지하면서 정조의 업적을 모두 뒤돌려 놓았다는 사실인이다. 이 점을 생각하면 현 정권이 많은 일을 해야하지만 역시 가장 중요한 것은 다시는 정권을 빼았겨서 그간의 업적을 되돌려지지 않도록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