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일 수 없는 역사 - 르몽드 역사 교과서 비평
고광식 외 옮김, 김육훈 해제,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기획 / 휴머니스트 / 2017년 2월
평점 :
절판


<하나일 수 없는 역사>는 르몽드에서 나온, 19세기 후반부터 21세기 초반까지의 세계사를 다룬 책이다. 당연히 폐지될 줄 알았지만 아직까지 살아남아서 꾸준히 문제를 만들어내는 헬조선의 국정 국사교과서를 비판하는 듯한 제목을 가지고 있는데, 실제로 이 책의 각 페이지마다 있는 <세계의 교과서 들여다보기>코너는 한 사건에 대해서 서로 다르게 서술된 교과서를 소개하면서 이 책의 제목 그대로 그 역사를 서술하는 입장과 목적에 따라에 달라지고 조작된 역사를 보여주고 있다. 


책의 구성이 교과서 비슷하게 구성되어, 친근하면서도 비교적 이해하기 쉬울 것 같다는 느낌을 주면서 20세기에 발생한 세계사의 여러 현장을 소개한다. 어찌보면 신문을 읽는 듯한 느낑도 드는데, 책을 읽는 동안 20세기의 역사가 흘러가면서 그 속에서 내 자신이 같이 호흡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기도 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계사의 중요한 사건들을 1페이지 남짓한 짧은 지면에 소개하였기 때문에 그 내용이 상당히 축약적이고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도 제법 있는 편이라고 생각된다. 또한, 책의 각 페이지마다 그 사건과 연관되는 미술이나 사진이 함께 소개되어서  본문의 내용을 읽기 이전부터 내용을 미리 짐작할 수 있게 해주는 역할을 하는 것도 주목할 점이다. 이런 것들을 보면, 이 책을 잘 소화하기 위해서는 독자 스스로가 이 책을 읽어나가면서 페이지에 배치된 여러 코너와 자료들을 잘 활용하면 이 책으로부터 얻을 수 있는 것이 훨씬 많아질 것으로 생각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 보는 20세기의 세계사는 단 하나, 자본주의(제국주의)의 성장과 그 수탈에 따른 약소국, 약소민족들의 고통의 역사였다. 간신히 21세기에 들어서면서 인류의 이성이 깨어나고 인류 전체가 서로 도우면서 함께잘  살아나가는 길을 꿈꿀 수 있는 여지를 살짝 보여주는 듯하지만, 블레시트나 트럼프의 미국 대통령 당선 등 최근의 세계 흐름을 보면 결국 절망적이 될 수 밖에 없는 것 같다.


이 책에서 소개된 세계사의 장면들 중에서 가장 충격적인 내용은 <파라과이, 자유무역에 당하다>라고 생각한다. 일제강점기 이전에 불안한 국제정세 속에 있던 우리나라가 취했으면 정말 좋았을 것 같은 독립적이면서 애국적인 결정과 과정을 이 시기의 파라과이에서는 거의 모두 밟아갔다. 하지만, 결국에는 주변의 강대국에게 침략 당하고, 파괴당하고 그들의 체제 속에 편입되고 말았다. 그 모습을 보고나니 우리 조상들이 과거에 어떤 발버둥을 쳤더라도 어쩔 수 없이 식민지 상태로 전락할 수밖에 없었을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 이외에도, <산티아고에 비가 내린다>같은 영화를 통해 어느 정도 알고 있는 칠레의 아엔데 정권의 붕괴라던가, 이 책에서 소개된 알제리의 독립전쟁, 그리고 이 책에는 소개되지 않았지만 세계에서 기름보유량이 2번째인 나라임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셰일가스, 오일때문에 경제가 완전히 붕괴된 최근의 베네수엘라의 모습 등을 보면서, 약소국이 강대국의 횡포에서 벗어나기는 정말 힘들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끼게 되었다. 즉, 최근까지도 세계의 역사는 실제로는 제국주의가 겉모습만 살짝 바꾼, 강대국이 약소국을 여전히 수탈하는 과정이고, 그 권력들이 서술한 역사는 자신들의 악행을 미화하고 감춘 것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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