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린의 살인광선
알렉세이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 지음, 김준수 옮김 / 마마미소 / 2016년 8월
평점 :
절판


러시아에서 나온 SF라는 흔치않은 책이라는 점에 이끌려 이 책을 읽었는데, 초반부의 분위기는 고전 스파이 영화같은 느낌이 들었다. <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같은 진지한 분위기보다는, 마이클 본이 나오는 <0011 나폴레옹 솔로>나 마이클 케인이 나온 해리 팔머 시리즈같은 스파이들의 움직임이 우스꽝스러운 영화가 좀 더 가까운 분위기인 듯하다.



책 전반부는 악당의 음모나 정체가 정확히 알려지지않은 상태에서 미스테리한 분위기 유지되는 고전 스파이물 분위기였는데, 안타깝게도 악당의 정체가 밝혀지면서는 이야기의 힘이 다소 약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전형적인 미친 과학자라고 할 수 있는 가린이 세상을 지배하려고하는 절차가 너무 복잡하고 비효율적인 것이 첫번째 이유이고 (미친 과학자이기 떄문에 사고방식이 논리정연하지 않아서 비논리적인 행동을 했다고 볼 수는 있을 것 같다) 두번째는 작가의 글쓰는 방식과 연관이 있는데, 극적인 변환이 있는 부분에서 직접적인 서술을 하지않고 장면을 바꿔서 간접적으로 서술해서 책을 읽는 독자입장에서 맥이 빠지는 면이 있다. 또 하나 더 들자면, 악당과 싸우는 셸가의 개성이나 인물묘사가 분명하지 않은 것도 아쉬운 부분인데, 저자의 입장에서는 미친 과학자이고 악당이지만 가린을 주인공으로 삼아서 이야기를 그의 활약과 성장 그리고 실패를 이 책의 스토리의 주축으로 삼았기에 그럼 느낌이 들었다고 본다.



1964년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인 찰스 타운스가 이 책을 읽고 레이저를 발명하였다는 이야기를 한 것 처럼, 이 책에서 소개된 살인광선의 설계에 대해 설명한 부분을 보면 거울을 이용하여 빛의 에너지를 증폭시키는 방법은 무척 그럴듯해보인다. 물론 처음 성냥을 이용하여 초기 점화를 시키는 장면은 무척 우스꽝스러웠다. 살인광선 기계의 원리와 함께 만체프가 이야기하는 과학 관련 이야기도 상당히 그럴싸해서 작가가 과학에 대해 상당한 지식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위에서 가린이 세계을 지배하는 방식이 비이성적이고 수긍이 가지않는다고 했는데, 공산주의 국가의 작가입장에서 자본주의를 비판하는 내용을 집어넣기 위해서 무리수를 둔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마지막으로 세계정복에 실패한 가린이 모든 것을 잃은 상태에서 조야와 함께 무인도(자본주의가 지배하는 현실보다는 훨씬 나아보이는)에서 세상과 떨어져 살아야하는 운명에 처해진 것이 비극적이라는 느낌보다는 작가가 아끼는 이야기의 주인공을 쉴 수 있는 곳으로 보내준 것 같다는 느낌이고, 악당 가린에 대한 작가의 애정을 느낄 수 있는 것 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4)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