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무기력을 되풀이하는가 - 에리히 프롬 진짜 삶을 말하다
에리히 프롬 지음, 라이너 풍크 엮음, 장혜경 옮김 / 나무생각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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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로 오랜만에 에리히 프롬의 글을 읽게 되었습니다. 대학교 신입생의 필독서였던 <소유나 존재냐>도 그리 쉬운 책은 아니었던 것 같지만, 소유보다 존재가 중요하다는 그 주장에 공감은 할 수 있어서 힘겹게 간신히 읽었던 것 같습니다. 이 책<나는 왜 무기력을 되풀이하는가>도 책 읽기가 그리 쉽지 않았는데, 그 이유 중 하나는 책 제목 때문이 아닌가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책을 읽으면서 (당연히) 무기력에 대한 저자의 생각이나 치유 방법을 찾았는데, 그와 관련된 내용이 책 전체에 실린 것은 아니고, 후반부에만 잠시 등장합니다. (무기력에 대한 내용이 가장 중요한 부분인 것은 맞습니다.) 책 전체로는 최근에 읽은 배철현 교수의 <심연>과 비슷한 주제. 즉, 자기 자신을 발견하고 그에 충실하는 삶을 살아가야한다는 내용을 이야기하고, 그 속에서 그렇지 못한 삶의 문제점 중 예의 하나로 무기력을 이야기하는데, 국내 출판사에서는 이를 책의 제목으로 선택하여 제가 약간 오해를 하게 된 것 같습니다.



정신문석이나 심리학적인 방법을 통하여 사람이 외부에서 주입하는 사상에 의외로 취약하고, 자신도 모르게 그 사고를 자신이 방어까지 하게되는 모습을 설명하고, 외부에서 주입한 사고를 무조건으로 따르다가 무기력을 체험하는 과정까지를 설명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모습은 아직 읽지 못했지만 꼿 일고 싶은 팟 캐스트에서 소개된 <감정조절>이라는 책에서 소개된, 우리 민족이 '체념'이나 '한'의 정서를 가지게 된 이유와 비슷합니다. 에리히 프롬은 자신에게 작용하는 힘과 상황을 올바르게 통찰하고 이에 적용할 심리학 이론을 갖추는 것이 무력감에서 벗어나는 방법이라고 소개하는데, 아마도 자신이 하고 그 생각의 본래 주인은 누구인지, 어떤 방식으로 그 생각이 내 생각이 되었는 지 알아야만, 그 무기력에 빠지지않는다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자신의 행동을 결정하는 원인을 그냥 통찰할 수 없는 운명의 힘이라고 생각하지 않게 되는 것이 무기력에 빠지지않는 첫걸음이라고 보는 것 같습니다.) 이와 관련하여 인간의 본질을 만드는 것은 대답이 아니라 질문이라는 말을 에리히 프롬이 하는데, 이러한 회의하는 정신이 자기 자신을 발견하면서 무기력에서 벗어날 수 있게 하는 것 같습니다. 


어찌보면 무척 당연한 이야기를 어렵게 쓴 글 같습니다. 주위의 모든 것에 회의하지 않고 무조건적으로 받아들이는 모습이 무기력이고 체념의 모습이니, 이를 벗어나기 위해서는 회의하고 질문하는 자세를 가져야한다는 이 책의 주제는 한이나 체념을 당연한 것으로 생각하는 우리나라 국민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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