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연 : 나를 깨우는 짧고 깊은 생각
배철현 지음 / 21세기북스 / 2016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다른 교수님들과 함께 낸 <낮은 인문학>에 이어 배철현 교수는 이 책에서도 고 함석헌 선생의 <그대는 골방을 가졌는가>를 인용한다. 이 시에서 골방은 자신 본연의 모습을 발견하는 장소이고, 그 장소는 이 책에서는 '심연'이 된다.

 


분주한 일상 또는 급변하는 세계 속에서 자신을 잃어버리고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자신의 모습을 찾는 일은 꼭 필요한 일이다. 흔히들 종교가 그런 역할을 한다고 알고 있지만, 내가 알고 있는 종교의 모습은 다른 사람들에게 인정받을만한 자신의 모습을 만들고 이를 계속 보이려고 하는 너무나도 남들의 눈을 의식하는 것이어서, 자신의 모습을 찾고 발견하는 과정과는 거리가 너무 멀다고 생각된다.

그러기에 고 함석헌 선생의 말하는 '골방'은 바로 남들의 눈을 의식하지않는, 숨어서 남들을 위해 기도하는 장소이자 세속적인 군더더기가 모두 사라진 곳이다. 배철현 교수는 주위의 모든 영향과 눈이 사라져야한다는 것을 강조하기위해서 <심연>이라는 단어를 선택하였다.


저자 배철현 교수는 셈족어와 인도-이란어 고전문헌학을 전공하셔서인지 우리가 사용하는 (철학 또는 사색에서 사용하는) 단어의 본래의 의미를 설명하면서 진정한 자신의 모습을 찾아가는 방법과 과정을 설명한다. <장영실 쇼>에서 본 저자의 모습은 무척 친근한 이미지였는데, 이 책에서 접한 교수님의 모습은 무척 진지하면서 심오한 느낌을 주시고, 또한 이 책이 주는 느낌과 교훈이 무척 와닿는 것이 많아서 앞으로도 저자의 책을 많이 접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에서 새롭게 설명되는 많은 단어 중에서 하나만 꼽자면 '관조'이다. 아리스토텔레스와 관련된 다른 책에서도 가장 이상적인 삶은 관조적인 삶이라고 하는 것을 접한 적이 있었는데, 솔직히 그 때는 그 것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는데, 이 책을 통해서 관조가 무엇인지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제가 이해한 '관조'는 자신의 모습이나 자신이 한 일을 객관적으로 본다는 의미입니다. 부수적인 것, 쓸 데 없는 것, 남의 눈치, 체면을 제거하고 동시에 자신이 한 일에 대한 자신의 자만심도 제거하는 과정입니다. 이 책에서 말하는 <심연>이 바로 자신을 관조하는 과정이라고 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자신을 관조하는 심연에 빠지는 모습으로 책을 읽는 모습을 제 글솜씨로 전하기 정말 어려운 것 같습니다. 기회가 된다면 직접 접해보시라고 권해드리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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