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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시의 음악욕
운노 주자 지음, 주자덕 옮김 / 아프로스미디어 / 2016년 6월
평점 :
절판
일본 작가의 SF라는 것 이외에는 다른 정보 없이 읽었습니다. SF를 구성하는 과학적 상상력에 대해서는 그리 어색하다는 느낌을 받지 않았고, 저자가 분명히 글쓰기나 작가적 상상력이 그리 뛰어나지 않은 이과출신일 것 같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습니다. 왜냐하면 이야기를 충분히 더 끌어내거나 좀 더 이야기를 틀거나 복잡하게 하지않은 것이 무척 아쉽웠습니다. (또는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다가 작가에 대한 제 생각이 맞는 지 확인하려고 책표지를 들추다가 저가가 1897년생인 것을 발견하고 놀랐습니다.
그러고 보니 우리나라의 경우 소설가 김동인이나 일본 추리소설의 아버지 에도가와 란뽀의 작품들하고 이 책이 주는 느낌이 무척 가깝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직까지 소설이라는 장르가 발전되지 않은, 이야기가 충분히 발전되지 못한 상태의 작품이라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렇지만 에도가와 란뽀가 구사하는 이야기의 반전같은 스토리 텔링 능력이 이 책의 저자에게는 아쉬운 점은 분명 있습니다.)
1897년생 작가의 작품이지만 과학적 상상력에서는 그리 어색한 점을 발견하지 못했습니다. SF속의 과학에 대해 구체적이지 못하기는 하지만 이런 시대에 이런 상상력을 가졌다는 사실은 참으로 놀랍습니다. 에도가와 란뽀를 많이 언급했는데, 이 책에 실린 작품 중 <장기재생실험>은 정말로 에도가와 란뽀의 작품이라고해도 될 정도로 비슷한 느낌을 받았고, 개인적으로는 이 작품이 이 책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습니다. (가장 완성도가 있는 작품이라고 생각됩니다.)
1920~30년에 이러한 작품을 내놓았다는 사실을 생각하면 그 시대의 일본이 우리나라를 침략하고 전쟁을 일으키는 미친 짓을 저지르기는 했지만 정말 앞서갔었던 것은 사실인 것 같고 이 점이 무척 놀랍다는 생각이 듭니다. 우리나라의 멋진 SF작품을 읽고 싶다는 생각도 듭니다. 무더운 날씨를 잠시라도 잊게 해준 흥미로운 책이었다고 생각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