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탁 위의 과학 분자요리
이시카와 신이치 지음, 홍주영 옮김 / 끌레마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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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부엌의 화학자>는 과학과 요리를 접목한 책을 읽었는데, 다시 같은 주제의 책을 읽게 되었습니다. 이 책 <식탁위의 과학, 분자요리>는 <부엌의 화학자>보다 맛이나 요리에 대한 기본에 좀더 충실한 책이라고 생각됩니다.

 

책의 첫부분은 요리의 새로운 사조인 분자요리에 대한 소개가 나옵니다. 스페인의 카탈루냐 지방에 있는 레스토랑 엘부이의 세프, 페란 아드리아가 일으킨 요리의 혁명에 대한 소개가 나오는데, 가장 인상적인 점은 그가 요리에 과학을 접목한 방식이 기존에 과학계에서 연구하는 방식과 비슷하다는 것입니다. 이와는 별도로 프랑스 국립농업연구소의 연구원 에르베 티스는 분자 가스트로노미(molecular gastronomy)라는 이름을 생각해냈는데, 그에 따르면 과학적인 수단을 통해서 새로운 요리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조리과정에서 발생하는 현상의 메커니즘을 탐구하는 것 또는 현존하는 맛있는 요리에 숨은 규칙을 과학적으로 분석하는 것에 있다고 하니다. 여기서 방점은 '맛있는'에 찍히는 것이 중요합니다.

 

따라서 이 책에서는 다음장에서는 요리를 느끼는 메커니즘, 다시 말해서 우리가 음식을 먹으면서 맛을 느끼게되는 과정에 대한 고학적인 설명이 계속됩니다. 우선 기존에 알고 있던 혀에 미각을 느끼는 감각의 분포가 과학적인 근거가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이 다소 놀랍습니다. 이러한 내용과 함께 우리가 미각을 느끼는 과정이 설명되어 있는데 흥미로운 부분이 몇가지 있습니다. 맛을 느낄 때 후각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것은 일반적으로 많이 알려져 있는데, 후각을 감지하는 경로가 짧아서 (코 점막의 수용체에서 뇌로 직접 들어가기에 노이즈가 적고), 따라서 다른 감각에 비해 감도가 높고 예민하며 기억력도 좋은 감각이라는 내용과 함께, 프루스트 효과(음식의 냄새나 향수 냄새 따위를 맡으면 예전에 즐거웠던 기억이나 슬펐던 기억이 떠오르는 것) 등이 소개됩니다.

 

그 다음에는 본격적인 과학 이야기가 소개되는데 <부엌의 화학자>와 유사한 내용도 다소 있습니다. 우선 요리의 질감과 온도가 맛에 미치는 영향이 이야기되는데, 가장 인상적이면서 실제 요리에 응용할 수 있는 개념으로는 음식의 질감이나 온도가 맛분자나 냄새 분자가 입안에서 퍼지는 속도를 변화시킨다는 점입니다.  음식의 조직이 단단할 수록 맛과 향의 성분과 결합하는 수용체에 도달하기 어렵다는 사실이나, 단 맛이나 감칠 맛처럼 세포막에서 맛분자를 받아들이는 수용체는 체온과 비슷한 온도일 때 가장 예민하고 짠 맛이나 신맛과 같은 이온 채널은 온도의 변화를 잘 받아들이지 못한다고 합니다.

 

새로운 요리기술이 소개된 것도 <부엌의 화학자>와 다른 점입니다. 두 경우 모두 압력과 관련된 내용인데, 첫번째는 현재 히로시마 현 식품공업기술센터에서 개발 중인 동결합침범이라 불리는 방법은 압력을 이용해서 식품속으로 그 식품을 부드럽게 하는 효소를 집어넣는 기술로, 주로 지금까지 믹서로 갈아서 만드는 요양식을 새로운 형태로 바꿀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합니다. 두번째는 1987년 교토대학 명예교수인 하야시 리키마루가 식품의 풍미와 영양을 훼손하지 않고 살균가능한 식품가공을 위해서 기존의 가영가공 대신 압력을 이용하자는 제안과 연관된 기술입니다. 압력처리를 하면 고분자인 단백질이나 녹말은 가열한 상테와 매우 유사하게 되지만, 열처리에 비해 식품 재료에 주어지느 에너지가 현격히 낮기 때문에 화학적 변화는 일어나지 않아 식재료의 색과 향기는 거의 변하지 않고 자연상태로 유지되며 비타민C와 같이 보통 가열하면 파괴되는 영양소의 손실은 적은 기술입니다.이미 1990년대에 메이지야라는 회사가 '하이프레셔 잼'이라는 제품을 시장에 내놓앗다고 하니 가까운 시일내에 대중화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최근에 읽은 <부엌의 화학자>와 비슷한 소재이지만, 책의 내용 중 맛의 과학에 대한 소개가 추가되고 일본인 저자의 책이므로 한국사람들의 입맛에 더 친근한 음식과 관련된 내용도 많아 책을 읽는 동안이나 서평을 쓰는 지금도 입안에서 침이 계속 고여있는 것 같습니다. 일상에서 과학의 소재를 찾고, 과학을 이용하여 일상의 하나하나을 발전시키는 것은 아주 좋은 시도라고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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