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가 미안하다고 전해달랬어요

할머니가 미안하다고 전해달랬어요
프레드릭 배크만 지음, 이은선 옮김 / 다산책방 / 2016년 4월

프레드릭 배크만의 <할머니가 미안하다고 전해달랬어요>는 그의 전작 <오베라는 남자>와 유머스러우면서도 이웃에 대한 사랑이 가득 담겨있고 읽어서 무척 행복한 느낌을 얻을 수 있다는 면에서 무척이나 닮아있는 책입니다. <오베라는 남자>는 읽으면서 주인공 오베가 우리나라 드라마나 영화에서 자주 등장하는 무뚝뚝하고 다혈질이지만 속마음은 따뜻한 이순재씨나 신구씨 비슷하다고 많이 생각해서 우리나라 정서와 잘 맞는다고 생각하였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가 너무 정치적으로 민감하게 생각하는 것 같지만, 그의 보수적인 성격때문에 아무런 논리적 사고없이 보수적인 정당만을 지지하는 우리나라의 어르신들을 연상시켜 약간은 거부감이 들기도 하였습니다.

이런 제 생각을 알았는 지, 같은 저자의 이번 작품에 등장하는 할머니는 무척 진보적인 분입니다. 책에 대한 소개글을 맨처음 보았으 떄 느꼈던 '뭐야? 오베라는 남자의 할머니 버젼이군' 하고 생각했던 것을 미안하게 느낄 정도로 진보적이고 당당한 할머니의 모습에서 '할머니 최고!'라는 감탄사가 나오기도 하였습니다.

하지만, 할머니는 이야기 초반에 암으로 돌아가시고 자신이 완전히 챙기지 못했던 주위 사람들을 돌보기 위해 손녀 엘사에게 자신의 진심을 전하는 편지를 전합니다. 할머니가 남긴 편지를 주위 사람들에게 전하기 위해 할머니가 낸 문제를 해결하여야 하는데, 그 과정에서 엘사는 자신의 주위에서 살고 있던 사람들을 하나 둘씩 이해하게 되고, 독자들도 엘사와 함께 모험을 하면서 엘사 주위 사람들의 감슴아픈 과거를 알게 됩니다. 진부적인 표현이지만, 이 이야기처럼 우리도 다른 사람들의 사연을 듣고 알려고 노력한다면, 세상에서 이해못할 사람은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사람들 모두 저마다의 사연을 꼭 하나씩은 가지고 있으니 겉으로 보이는 모습이나 행동만으로는 판단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오베라는 남자>하고 비슷한 점이 있는 데, 이야기의 후반으로 갈수록 주위사람들이 서로 이해하게 되면서 어떤 일이 발생하면 한데 모여서 그 일을 처리하는 공동체가 되는 모습입니다. 이것이 프레드릭 배크만이 생각하는 이상사회 모습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데, 우리 사회는 세대간 갈등이 커서 쉽게 받아들일 수 있을까 하는 걱정도 들었습니다. 

또한, 주인공인 엘사의 활약이 무척 재미있습니다. 곧 8살이 되는 아이치고는 너무나 조숙하고 대단한 어휘력을 가지고 있어 우습기도 하고, 슈퍼히어로 관련 책을 좋아하면서 고품격 문학이라고 하는 것도 재미있었습니다. 아! 그리고 최근에 읽은 <닥터 글라스>에 나왔던 문장이 소개되어 무척 반가왔습니다. 마지막으로, 책 중간의 할머니의 젊은 시절 모습이나오는데 너무 매력적입니다. 작가 프레데릭 배크만에게 할머니의 젊은 이야기를 책으로 내주는 것은 어떤 지 묻고 싶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