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터 글라스 아티초크 픽션 1
얄마르 쇠데르베리 지음, 공진호 옮김 / 아티초크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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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묵직한 소설을 읽었습니다. 111년의 시간의 흐름 속에서 자신의 위치를 유지하고 발전시키는 소설답게 소설이 가지고 있는 힘을 느낄 수 있어서, 책을 읽는 동안 그 이야기에 압도당하는 느낌이 행복하였던 시간이었던 것 같습니다.


이야기 초반의 엄청난 몰입감에 비하여, 거사가 너무나도 순식간에 끝나면서 약간은 허탈한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인생이란 것이 그런 경우가 많았던 것 같습니다. 일이 닥치기 전에는 설레이고, 긴장하고, 걱정하지만 막상 일이 닥치면 아무 느낌없는 .....


이 소설의 화자 닥터 글라스는 외로운 사람입니다. 예전에는  모든 것을 이야기하는 좋은 학교 친구도 있었고, 사랑하는 여자도 있었지만 지금은 혼자입니다. 홀로 느끼고 생각하는 것은 누군가에 전해주듯이 일기장에 적지만, 그의 일기장을 보거나 말을 듣는 사람은 없습니다. 어쩌면 어처구니없다고 밖에 할 수 없는 그의 범죄는 그의 존재를 누군가에게 알리고 싶다는 그의 숨은 욕망에서 나온 것은 아닐 지 모른다는 생각도 해봅니다.


닥터 글라스는 그레고리우스 목사의 아내 헬가를 좋아하지만 아무 내색도 하지 못합니다. 그는 목사가 그녀와 결혼하기 전부터 좋아하지않았지만 그녀가 그를 혐오한다는 사실을 알게되면서 더욱 증오하게 됩니다. 그런데 그녀는 다른 남자, 그와는 다른 종류인 잘생긴 용모의 클라스 레케를 사랑합니다. 아무리 그녀가 사랑하는 잘난 남자라도 그녀를 위해 선사하지 못하는, 그녀의 자유를 자신은 구해줄 수 있다는 사실을 보이기 위해 (자신이 그보다 더욱 그녀를 위한다는 사실을 알리기 위해) 그는 그녀의 남편을 해치웁니다. 아마도, 저에게는 그의 존재가 없었더라면 닥터 글라스가 그녀의 남편을 죽이는 일까지는 하지 않았으리리라 생각이 듭니다.


그녀의 남편의 죽은 후, 그의 행위는 여전히 아무도 관심이 없고, 그가 도와주었다고 생각한 그녀의 사랑도 자신이 잘 못 알고 있었던 것을 깨닫게 되고 (클라스 레케는 다른 여자와 결혼할 예정이고), 그녀는 여전히 그에게 관심없고, 그도 그녀에게 자신의 마음을 보이지 못하고, 그냥 그렇게 일상이 흘러갑니다. (그의 표현애 따르면 인생은 그를 스쳐 지나갔습니다.) 그렇게 무리수를 두었지만 변함없는 그의 일상에 대해 그는 이렇게 말합니다. "인생이여, 난 널 이해하지 못하겠다."


알 수 있을 것 같기도 하고, 알지 못 할 것 같기도 한 닥터 글라스의 마음 속을 나름 헤아리면서 글을 적었습니다. 제 자신도 삶을 살아오면서 인생의 의미를 안다고 할 수 없기에 인생을 이해 못 한다는 닥터 글라스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다음에 시간이 난다면 좀 더 느린 호흡으로 이 책을 읽어 보면 닥터 글라스를 좀 더 이해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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