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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종하거나, 진화하거나 - 로빈 던바가 들려주는 인간 진화 오디세이
로빈 던바 지음, 김학영 옮김 / 반니 / 2015년 11월
평점 :
절판
로빈 던바의 <멸종하거나 진화하거나>는 뼈나 유물의 추적을 통한 기존의 고고학적 연구 또는 DNA분석을 통한 유전학적 연구가
아닌 문화인류학적인 추리를 통하여 현생인류의 진화과정을 분석한 책입니다.
최근 <잃어버린 게놈을 찾아서>나 <뼈가 들려준 이야기> 등의 인류의 진화와 관련된 책을 제법 접하기는 하였지만,
DNA 등 유전자에 관련된 미시적인 내용 위주였고, 거시적인 면에서는 인류의 진화는 직립보행을 통해 뇌의 용적이 커질 수 있게 되고, 농경생활을
통해 정착할 수 있게 되면서 문화를 발전시켰다는 기존의 생각에 큰 변화는 없었습니다.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위에서 언급된 뇌의 크기의
증가 등 생존경쟁에서 유리한 신체적 변화를 위지하기 위해 새로운 생활 양식등을 만들어내면서 상당히 엄청난 노력을 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우리 조상들의, 신체적인 진화를 유지하고 적응하기 위하여 자신들의 시간을 아끼고 쪼개어 쓰는 노력하는 모습은 시간을 초, 분 단위로
쪼개어 쓰는 회사 경영진을 보는 듯한 느낌이 들 정도로 치열함을 느끼게 하였습니다.
인류가 진화하면서 뇌의 크기 증가가 필수로 동반되는데, 이의 유지를 위하여 추가로 요구되는 에너지원의 공급을 위해, 사회공동체 내부에서의
인적 등의 기존의 생활 양식을 어떤 식으로 수정해왔는 지 (즉, 육체적 진화에 수반되는 사회적 진화과정을) 추리하는 것이 이 책의 주요한
내용입니다. 몇 가지를 살펴본다면, 주어진 시간에 에너지원을 효과적으로 공급, 소화하기 위해 육류를 섭취하고, 불에 익혀 먹게 되는 등
요리하는 단계로 진행하고, 유인원 등에서 발견 되는 육체적 접촉인 털 고르기 등의 그루밍같은 1:1 사회적 관계에서 언어를 통한 1:다관계를
지나, 노래, 스토리 텔링 등의 문화적 방법을 통한 단위시간 당 관계유지가 가능한 개체 수를 늘리는 방법을 통해 사회 관계를 위한 인적 교류를
보다 효율적으로 하는 방법을 사용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이런 사실을 보면, 현대 사회에서 교통, 통신 시설이 계속 발전되는 것도 인류의 편의를 위한 것이 아니라, 우리 조상들과 마찬가지로 (훨씬
넓은 세계에서 살아야만 하는)생존을 위하여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는 생각도 들기도 합니다. 또한 빠른 시간 내에 육체가 필요로 하는 에너지원이나
영양소를 섭취하기 위한 패스트푸드의 개발이나 알약형태의 영양제 등의 개발도 이 책에서 논한 인류의 진화에 수반된 사회적 진화가 계속되고 있는
증거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습니다.
이러한 사회적 진화와 더불어 짝짓기와 연관된 문제가 발생하게 되는데, 자신의 유전자를 후대에 확실하게 남기고 싶어하는 남성 측과 후손의
양육을 장애없이 하고싶어하는 여성 측의 기대를 만족시키기 위해 현재의 결혼제도 등이 발생한 것으로 이 책에서는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된
내용은 인류에게만 국한된 문제는 아니고, <짝짓기>등의 책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다른 동물또는 식물에서도 나타나는 문제로, 이
책의 설명도 기존 인류학 관련 문헌에서 접할 수 있는 내용과 비슷한 것 같고, 최근에 들은 이동진의 빨강책방에서 소개된 리처드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편에서도 비슷한 이야기가 언급되었던 것 같습니다.
이 책의 국내제목이 <멸종하거나 진화하거나>인데, 이 책에 소개된 인류의 사회적 진화를 위한 선택이 인류의 생존을 위해 그만큼
중요했던 것 같습니다. 생존에 유리한 유전자 특성이 후대에 남게되는 진화만이 아닌, 생존을 위해 능동적으로 생활양식을 바꾸고, 새롭게 만들어낸
우리 조상들의 노력을 생각할 수 있게 해준 책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