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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가 뿌리친 정치사상 - 정치교육의 새로운 방법을 찾다
박종성 지음 / 인간사랑 / 2015년 10월
평점 :
제가 영화를 본격적으로 보기 시작한 이 후로 항상 관심을 가졌던 소재는 정치였습니다. 정치영화로 유명한 코스타 가브라스의 영화를 비롯해서 제법 많은 정치 영화를 보았고, 최근에 본 국내영화에서는 거의 모든 영화에서 정치적 메시지를 발견하였기에, 이 책의 제목에 상당히 의아한 생각과 함께 궁금증을 가졌습니다.
사실 사람이 사회에서 살아가는 모습이 정치와 무관하지 않은 것이 없으니, 이런 영화들과 구분해서 보다 '정치사상'에 충실한 영화의 존재를 기대하였지만, 발견하기 힘들었다는 의미라고 해석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다른 분야에서도 기본 사상에 충실한 영화가 거의 없는 것은 비슷한 실정일 듯한데, 과연 작가의 생각과 이 책을 쓴 의도가 무엇인지 이해하기는 어려웠습니다.
이 책에서 예를 든 정치사상에 관한 영화는 전체주의에 관한 <한나 아렌트>, 사회주의에 관한 <필름 소셜리즘>, 원리주의에 관한 <클린 스킨>, <천국을 향하여>, 그리고 자본주의에 관한 <코스모폴리스>입니다. 안타깝게도 제가 본 영화는 <천국을 향하여>뿐 입니다. 하지만, 감독의 지난 작품이나 역사적 사건에 대한 지식을 바탕으로 추가적인 2작품에 대해서는 어떤 영화인 지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 책에서 소개된 영화중에서 가장 인상적인 영화는 <한나 아렌트>입니다. 다른 정치적 메시지가 담긴 영화에도 많이 출연하였던 바바라 수코바가 한나 아렌트로 분하여 유태인 학살에 대한 아이히만을 취재하면서 논한 '악의 평범성'에 대한 영화입니다. 스스로 참혹한 악행을 저지르면서도 그 의미나 결과를 생각하지 않는 '생각의 부재'가 '악' 그 자체보다 더 두려운 존재라고 지적한 것입니다. 사실, 저는 이러한 악행을 저지르는 사람들이 생각을 하지 않은 것은 절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자신의 이기심과 비굴함은 그럴듯한 말로 바꿔 표현하였을 뿐입니다. 이런 모습은 우리 현실에서도 너무나도 자주 볼 수 있었습니다. 자신들의 이기심과 비굴함을 감춘 체 애국심, 자유 민주주의, 국익, 신앙심 등 그럴듯한 말로 감추고 온갖 나쁜 짓을 저지르는 모습들을. 다른 영화에서도 비슷한 느낌을 받았지만, 이 책의 저자는 정치사상 그 자체에만 집중하고, 그 영화가 현실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주는 정치적 메세지에 대해서는 무관심한 듯한 인상을 주어서 책이 다소 붕 뜬 듯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원리주의와 관련된 <천국을 향하여>는 왜 이슬람 사람들이 자살 테러 등을 하게 되는지, 그 속에서 테러의 도구로 이용되는 개인이 느끼는 감정 등을 분석한 수작으로, 많은 나라에서 호평받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서방사회에서 엄청난 두려움을 느끼는 테러를 저지르는 사람들도 눈물도 흘리고, 피가 흐르는 사람이고 그들이 다른 세계에게 전하고 싶은 생각이 있지만 그 수단을 발견하기 어려워 극단적인 선택을 한다는 의미가 포함된 영화였다고 기억됩니다. 저자는 이런 부분보다는 원리주의가 개인에 저지르는 폭력 등에 집중하여 논하였는데 다소 한 반향으로 치우친 듯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코스모폴리스>는 보지는 못했지만, 데이빗 크로넨버그 감독의 성향을 알기에 어떤 영화인지 상상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주로 자본주의 자체의 모순된 면과 이에 따른 소비와 타락 등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에 집중한 영화인 것 같습니다.
이 책에서 예를 든 영화들은 그리 많이 알려지거나 쉽게 접할 수 있는 영화는 아니라고 생각됩니다. 국내 현실에도 곧바로 적용하기도 그리 쉽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제 생각에는 이런 영화들보다는 우리나라의 최근 영화들이 국내의 현실과 정치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그 예로 <더 테러 라이브>나 <감기>는 우리나라 정치권이나 제도권에 있는 사람들의 인식을 제대로 파악하였기에 그 후에 일어나는 세월호 사건과 메르스 사태를 거의 정확히 예고하였고, <간신>은 현재 십상시가 지배하고 있는 우리 정치 현실을 풍자하였다고 생각됩니다. 이 외에도 많은 영화에서 정치적 의미를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므로, 저는 영화가 정치사상을 뿌리친다는 이 책의 제목은 이해하기 무척 힘들었습니다. 오히려 모든 영화는 정치적 의미가 있으니, 그 의미를 찾도록 노력하자고 이야기하고 싶은 것을 반어법적으로 표현했다고 해석하는 것이 옳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