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코드 - 생명의 비밀을 풀어가는 유전체학의 새로운 시대
던 필드.닐 데이비스 지음, 김지원 옮김 / 반니 / 2015년 10월
평점 :
품절


왓슨과 크릭의 DNA 이중나선 구조 논문이 나온 이래로, 매우 놀랄만한 발전을 해온 유전체학의 현황에 대해 알 수 있는 책입니다. 최근에 어느 정도 이 분야의 책을 읽었다고 생각하여 친근한 내용이 많을 것으로 생각하고 책을 읽기 시작하였는데, 그동안 읽은 책보다는 전문적인 내용이 상당히 많고 어려운 책이었습니다. 이 분야 다른 책에 비해 이 책의 좋은 점은, 이 분야의 책을 읽다보면 느낄 수 있는 유전공학 분야의 문제, 숲을 보지 못하고 나무만 보는 것 같은 점을 지적하여, 유전자 분석이 생명계의 모든 문제를 해결한다는 시각만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시스템이나 생태계로서의 생명체로 보고 연구하는 분야가 소개된 것입니다.

 

이 분야와 관계된 인권이나 윤리적인 문제, 탈멸종, 복제, 그리고 신시아(전혀 새로운 유전체를 만들어 내는 것)의 분야도 간략히 소개되었습니다만, 제 리뷰는 다른 책에서 보지 못했던 이야기를 주로 소개하고자 합니다.

 

유전체란 애초에 뒤죽박죽으로 조직되어서 간단한 해답을 찾는 것이 거의 불가능함에도 불구하고, 그 간의 이 분야 연구는 질병 하나에 하나의 유전자가 관련되어 있을 것이라 가정하에 값비싼 도박을 하고 있었다고 저자는 평가하는데, 매우 타당한 생각이라고 봅니다.  또한 유전체에는 단백질을 직접 코딩하는 유전자 이외에도 이 단백질이 언제, 어디서, 어떻게, 얼마만큼의 양으로 합성되는지 RNA전사를 통해 이를 통제하는 논코딩DNA의 수가 코딩DNA의 수보다 많으므로 그 간의 유전체학이 생각하는 방향은 완전히 바뀌어야하는 것이 옳다고 이야기합니다.

 

또한, 유전체학이 자연계에도 관심을 가지면서 우리도 우리 몸에 혼자 있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에 주목하게 됩니다. 우리는 약 1.4킬로그램 정도의 박테리아를 우리 몸 속에 가지고 있는데, 이 박테리아의 대부분은  위장관에 머무르면서 음식물을 소화시키고 에너지를 얻게 하고, 이러한 미생물계의 균형이 깨지면 각종 질병에 시달리게 됩니다. 즉, 우리 몸안의 생명현상은 우리 (유전자를 통해 형성된) 신체만의 활동이 아니라, 수많은 다른 미생물군의 활동에 의존하고 있어, 우리는 미생물적 존재인 것입니다.

이러한 사실의 예로, 비만은 우리 장내에 있는 두 가지 박테리아 피르미쿠테스와 박테리로데테스의 비율에 큰 영향을 받는다고 합니다. 또한 대나무를 즐겨먹는 판다의 경우, 그들의 몸에는 이를 소화하는 효소가 없고 섬유소를 소화시키는 경로를 가진 박테리아의 도움을 통해 에너지를 얻는다고 합니다. 이런 점을 볼 때, 우리 자신을 생태계로 보고 접근하는 것이 우리의 건강이나 치료를 위해 더 좋을 것이고, 우리 자신의몸에 대해 더 바로 알 수 있는 방법이 될 것입니다. 

 

이렇게 볼 때, 우리의 근시안적인 시각을 통해 생태계를 바꾸거나, 유전자 조작을 통해 새로운 종을 만들어내는 것은 우리가 미리 생각하지 못한 문제점을 발생시키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고 생각됩니다. 하나의 개체로만 이루어지는 생명현상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므로 앞으로는 생태계 전체를 생각하는 시각에서 이 분야의 연구가 이루어졌으면 하고, 그런 의미에서 앞으로 요원하긴 하지만, 이 책에서 최종족으로 언급한 행성유전체프로젝트가 이 분야 연구의 목표가 되어야 할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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