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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게놈을 찾아서 - 네안데르탈인에서 데니소바인까지
스반테 페보 지음, 김명주 옮김 / 부키 / 2015년 9월
평점 :
요새 각종 매체와 책 출판으로 유명해지신 마태우스 서민 교수님께서 쓰신 리뷰에서 이 분야에서 거의 신으로 추앙받고 있는 분의 책이라 엄청난
존경심을 가지며 책을 읽으시고 감탄하셨다는 내용을 본 적이 있어, 저도 이 책을 무척 설레이는 마음으로 읽기 시작하였습니다. 사실 한 연구
분야에서 최고의 위치에 서 있는 분의 (논문이 아닌) 일반 대중을 위한 책을 읽는 경우는 거의 없기 때문에, 책의 본 내용 이외에도 정상에 오른
사람의 연구에 임하는 자세나 팀을 운영하는 모습 등도 관심있게 읽으려고 노력하였습니다. (서민교수님의 말씀에 따르면 생물학을 전공하고 연구하는
사람들을 위한 자기계발서라는 말씀도 있었기에)
우선 이 책을 쓴 스반테 페보라는 인물은 무척 특이한 인물인 것이 분명한데, 책 중간에 있는 인상적인 면이 동성연애자였다가 동료의 아내와
사귀고 결혼하게 된 이력을 보고 그런 느낌을 받았습니다. 이런 엄청난 성과를 내는 연구의 리더를 접하면 항상 제일 먼저 드는 생각이 '얼마나
밑에 있는 사람들을 쪼는 사람일까' 인데, 그의 인상이나 동성연애자의 이력은 이와는 거리가 있는 것 같고, 부드러운 리더십을 행하는 분으로
생각됩니다. (그의 동성연애자라는 이력때문에 제 머리 속에서 떠나지 않는 생각인데, 책 중간에 연구소에 연구원들간에 소통을 위해 사우나 시설을
만드는 것을 제안했다는 내용이 있습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그의 성적 취향에 따른 사심으로 인한 것 같다는 생각입니다.)
책 초반 부에 박사 과정 중에 지도교수 몰래 미이라의 DNA를 분석하는 일을 하고 이 논문을 네이처에 냈다는 내용이 나오는데, 과연
될성부른 나무는 떡잎부터 다르다는 말이 맞구나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또 하나 인상적인 것이 있는데, 나중에 지도교수에게 이 이야기를
하고 논문에 지도교수의 자격으로 저자에 참여하겠냐고 물었을 때 지도교수가 자신이 이 연구에 참여하지 않았다고 거절한 사실입니다. 사실은 엄청나게
당연한 사실이지만 한국에서는 거의 있을 수 없는 일이기에 부러운 느낌이 많이 들었습니다. (스반테 페보라는 걸출한 학자를 가지는 것보다 우선
그의 지도교수처럼 정직한 인격의 학자가 우리나라에 많기를 바랍니다.) 물론 페보 역시 네안데르탈인의 DNA분석에 필요한 연구자금을 구할 때, 필요로 하는 연구비를 산정과정에서 무척 정직한 모습을 보여 주는
것도 인상적입니다.
무척 큰 프로젝트이기에 연구비도 많이 유치하여야 하고, 다른 기관이나 다른 나라의 연구원이나 정부부처 인사하고의 관계도 긴밀하게 유지해야
하는 등, 정치적인 일을 많이 하여야 했는데 책에서는 큰 어려움 없이 무척 잘 해내는 모습을 보여 무척이나 대단한 사람이라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또 하나의 특징은 팀의 운영을 무척 민주적으로 행하여, 팀 내의 많은 사람들의 의견을 받아들이고 자신의 의견을 무조건 밀어부치지 않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인상적입니다. 제 경험으로는, 리더가 책임을 지기 싫어하는 성격의 일때 모든 결정을 회의를 통해 하는 것을 보기는 하였어도, 이런
성과를 잘 내는 팀에서 철저하게 민주적으로 운영하는 것은 보기 드믄 것 같습니다. 물론 팀의 구성원의 능력이 모두 출중하다면 민주적으로 안할
이유가 없습니다만. 또한 자신의 분야에서 최고의 위치에 오른 사람이지만 여전히 경쟁하는 연구에서는 뒤지지않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본 것도
인상적이었습니다.
생각보다 연구에 관련되는 내용이 제법 나왔는데, 완전히 이해하기는 어려웠습니다. 전문적인 내용이 아니라 유전이나 진화에 관련된 내용이기에
이해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는데 그리 쉽지 않아서 약간 짜증도 났습니다. 그의 연구 결과를 요약해보자면 네안데르탈인이 현생인류와는 다른
종이지만, 현생인류와 네안데르탈인과의 교류가 있었다는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의 일도 엄청나기는 하지만, 그보다는 그가 얻은 게놈 데이터를
분석함으로서 얻을 수 있는 것이 훨씬 많을 것 같다는 생각과 함께 이 분야 연구에 꾸준히 많은 성과가 있기를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