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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편안한 죽음 - 엄마의 죽음에 대한 선택의 갈림길
시몬느 드 보부아르 지음, 성유보 옮김 / 청년정신 / 2015년 10월
평점 :
품절
자신과 가장 가까웠던 사람과 영원히 헤어지는 것은 인생에 있어서 가장 슬프고 힘든 순간임이 분명합니다. <가족의 죽음>에서는 그런 순간이 너무나도 갑자기 다가와서 어떻게 슬퍼해야할 지도 모르면서 장례를 치르는 모습과 그 과정 속에서 조금씩 떠나간 사람이 자신에게 얼마나 따뜻한 사람이었는지 떠올리는 과정을 보여주었습니다. 작년에 제 자신도 상당히 가까웠던 동료의 죽음 소식을 접하였는데, 너무 뜻 밖의 소식이여서인지 슬픔을 거의 못 느꼈습니다. 저와 그 사람과의 과거도 그 사람의 죽음과 더불어 사라진 것 같은 느낌도 받았는데 (그러니까 제 자신의 일부가 사라진 것 같다는 느낌 비슷한 것이었습니다), 정작 슬픔은 그리 느끼지 못하였습니다. 그렇다고 제가 생과 사의 문제에 달관한 것도 아닌데, 그런 제 모습이 너무 이상하다고 생각하였던 것 같습니다. 그 때부터인가 죽음이란 주제에 대해 생각이 많아지고, 관련되는 제목의 책을 좀 보기도 하였습니다.
이 책은 <가족의 죽음>과는 달리, 어머니의 사고 소식 후부터 병 간호를 하면서 어머니의 몸과 정신이 약해지는 모습과 결국 돌아가시게 되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기록한 글입니다. 사르트르와 계약결혼을 한 시몬 드 보부아르의 글이기에 생과 사에 대한 실존주의적 성찰같은 부분도 있을 것 같다고 생각했는데, 그런 부분 보다는 객관과 주관을 오가면서 어머니의 모습을 지켜보고, 순간순간 떠오르는 생각으로 이루어진 책인 것 같습니다. 또한, 세바시의 홍혜걸 기자의 강연에서 암은 혈액순환에 관계된 병에 비해 삶을 정리할 시간을 주는 인간적인 병이라는 말을 들은 기억도 나서, <가족의 죽음>과 달리 삶을 정리할 시간을 가진 죽음에 관련된 책이라 기대하고 읽게 되었습니다.
이 책의 글을 보면, 그녀의 어머니는 자신이 죽어가고 있다는 사실을 맨처음에는 인지하지는 못하였던 것 같습니다. (인정하지 않으려고 한 것 일수도 있습니다만) 그런 사실이 어느 정도는 그녀의 마음을 덜 고통스럽게 해주었다고 생각되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날로 약해지는 자신의 육체를 보면서 어느 정도의 느낌을 받았을 것이라 생각되고, 그녀는 이를 인정하지 못하고 죽음과 싸우지만 결국 패배하고 맙니다. 시몬드 드 보부아르는 이런 어머니의 모습을 보면서 죽음은 무엇이든 정당화할 수 없는 폭력이라는 말을 하는데, 돌아가신 어머니의 삶에 대한 연민, 슬픔, 아쉬움을 표현한 것이라 생각되기도 하고, 자신이 앞으로 만날 죽음에 대해 느끼는 두려움을 표현한 것이라고도 생각됩니다. 즉, 시몬느 드 보부아르의 어머니는 병상에 누워서 약해지는 자신의 육체를 느끼면서 알 수 없는 두려움은 느꼈지만, 삶을 정리할 마음은 가지지 못한 것 같습니다.
이 글을 적은 시몬드 드 보부아르에게도 무척 안타까운 마음이 듭니다. 그녀는 그녀의 어머니가 죽어가고 있는 것을 잘 알고 있으면서도 자신의 마음을 열고 어머니와 대화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그 이유로 어머니와 자신과의 과거에 있었던 갈등같은 것을 들기도 하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아쉬웠던 부분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녀의 어머니가 입원 후 금방 돌아가시기는 하였지만, 6주라는 시간이면 둘 사이의 마음을 정리할 기회는 있었으리라고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녀 역시 아쉬움과 안타까움을 느꼈을 뿐, 어머니의 생애와 둘 사이의 관계를 정리하지는 못하였습니다. 결국, 세상을 떠나는 사람이나 보내는 사람 모두에게 편안한 죽음은 없었던 셈입니다.
이 책을 읽고 나니, 죽음에 대해 좀 더 알게되기보다는 죽음을 더 잘 모르고, 좀 더 어렵게 생각하게 된 것 같습니다. 그리고 삶을 마무리하면서 잘 정리한다는 것은 보통사람에게는 너무나도 쉽지 않은 일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