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불안과 함께 살아간다 - 희망과 회복력을 되찾기 위한 어느 불안증 환자의 지적 여정
스콧 스토셀 지음, 홍한별 옮김 / 반비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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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즐겨보던 미국 드라마 중에 <몽크>라는 드라마가 있었습니다. 추리력이 뛰어난 탐정 비슷한 역할이기는 한데, 각종 불안증에 시달려서 개인 간호사까지 채용한 설정이었습니다. 이 드라마를 볼 때마다 시청자들을 웃기기위한 설정이라고만 생각하고 실제로 저러면 어떻게 살아나갈 수 있겠냐고 생각하였는데 이 책의 저자 스콧 스토셀이 실제로 그런 삶을 살아가는 사람이었습니다.


초대를 받으러 간 집에서 화장실에 갔다가 변기가 막히고, 물이 넘쳐서 옷을 버리는 사고가 화장실 유머가 가득찬 미국영화에서나 나오는 사건이라고 생각했는데, 저자의 실제 경험을 보니 솔직히 우습기도 하기만 너무 안쓰러운 느낌도 들고, 저절로 이 사람에 비하면 내가 가지는 내성적인 면이나 불안증은 아무 것도 아니구나 하는 생각도 듭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모르겠지만, 21세기를 살아가는 사람이기에 약물의 도움을 받으면서 살고 있는 것 처럼 느껴지는데, 정말 그 처럼 각종 불안때문에 시달리는 사람이라면 약물의 도움을 받는 것이 현명한 처사라고 생각됩니다. 이 처럼 불안증에 약물이 효과를 보는 것을 보면, 과거의 정신적 충격이나 다른 문제보다는 신체에서 신경을 구성하는 부분이 다른 사람보다 민감한 이유에서 발생하는 문제라고 생각되었습니다. (<짝짓기>라는 책을 통해 동성애도 정신적인 문제라기 보다는 성염색체등의 문제로 보는 것이 옳다는 생각이었는데, 비슷한 결론을 얻은 것 같습니다. 너무 물질적으로 보는 것 같기는 합니다...)


하지만, 저자의 조상의 사연(홀로코스트에서 탈출한 이야기)이나 이혼한 부모님과 연관된 불우한 어린 시절 이야기를 접하고 나니, 정신적인 상처도 이유가 있을 것 같습니다. 결국, 저자의 주치의의 생각처럼 유전적으로 민감하게 태어난 상태에서 어린시절의 상처가 촉매가 되어 저자의 엄청난 불안증이 발생한 것 같습니다.


이런 엄청난 핸디캡 속에서도 열심히 살아가는 저자의 모습을 보면서 용기를 북돋아주고 싶다는 생각도 들고, 부작용 등 어느 정도의 문제점이 없지는 않지만 의약품의 발달로 인류가 도움을 얻는 것도 사실인 것 같습니다. 부디 잘 견디면서 그 불안증으로 인한 예민한 예술혼을 살려 좋은 작품을 쓸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마지막으로, 이처럼 불안에 민감한 사람은 위험을 미리 피하면서 생존하려고 하고, 겁이 없는 사람은 위험속에서 대처를 잘하여 생존하는 두가지 생존 매커니즘이 인간의 유전자 속에 있다는 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결국 두 경우가 각각 진화과정 중에 역할이 다르다는 의미인데, 사람에 대해서나, 생물에 대해서는 정말 배우면 배울수록 대단한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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