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 트웨인의 미스터리한 이방인
마크 트웨인 지음, 오경희 옮김 / 책읽는귀족 / 2015년 9월
평점 :
품절


책을 처음 접할 때의 느낌은 마크 트웨인의 작품같지 않고, 톨스토이의 작품같다는 생각이었습니다. 천사 또는 사탄이 나오고, 작품의 배경인 1590년 종교개혁 이전의 오스트리아가 톨스토이의 작품 속의 러시아와 닮았다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책의 초반에 두 신부가 나옵니다. 신부라는 직업적 특권으로 권력을 누리는 아돌프 신부와 모든 인간을 구원하려고 하는 피터 신부가 소개되어서, 종교개혁 이전의 그릇된 신앙의 모습을 비판하고, 진정한 신앙의 자세를 이야기할 것으로 기대하게 되었습니다. 아돌프 신부와 그 측근의 점성술사에 의해 피터신부가 고난에 빠지지만 천사 또는 사탄의 도움으로 위기를 면하는 등, 이야기는 기대한 것같이 흘러가는 듯하였습니다.


하지만, 이야기가 흘러가는 도중 인간을 보는 천사 또는 사탄의 냉소적인 시각이 소개되는데, 인간의 운명을 매우 하찮게 보고, 마음대로 주무르는모습을 보여줍니다. 천국으로 예정된 삶을 지옥으로 보내기도 하고, 선하지만 비참하게 살 운명을 마녀사냥으로 화형에 처하게 하기도 합니다. 인간의 운명이 얼마나 보잘것없고 하찮은 것인가를 보여주는 동시에, 사람들의 인생에 대한 시가이 무척 제한적이고 전체를 보지 못한다는 점도 지적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일단 여기까지는 받아들이는 데 큰 문제가 없는데(톨스토이와 비슷하기도 하고), 그 다음에는 좀더 강력한 발언이 나옵니다.


인간은 선악을 구별하는 도덕관념이 있기는 하지만, 무엇이 선악인지 선택하는 자유는 각 개인에게 있다고 하면서 그 예로 같은 종족을 착취하고 노예로 부리면서 겨우 죽지않을 만큼의 급료만 주는 등, 인간이 짐승보다 못하는 주장을 합니다. 즉, 도덕관념이 있기는 하지만 자신의이익을 위해 외면하거나, 또는 자신이 유리한 쪽이 선한 것인양 도덕관념을 바꾼다고 하는데, 사람들이 가진 선과 악에 대한 관념에 대한 매우 날카로운 지적이라고 생각됩니다. 인간과 사회에 대한 날카로운 지적이자 본격적으로 톨스토이와는 다른 마크 트웨인의 모습이 나타나는 부분인 것으로 생각하였습니다. 


하지만, 마지막에는 인류 전체를 구원하는 피터 신부를 미치게 만들고, 사탄은 떠나면서 "신도, 우주도, 인간도, 인생도, 천국도, 지옥도 아무것도 없어. 그것은 모두 꿈이야. 게다가 아주 괴상망측하고 얼빠진 꿈이지. 너말고는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아. 그리고 너는 하나의 생각에 불과해. 여기저기 떠도는 생각. 쓸모없고 정처없는 생각. 텅 빈 영원의 세월을 쓸쓸히 방랑하는 생각말이야."라는 말을 남깁니다. 갑작스러운 이야기의 변화가 매우 충격적입니다. 


삶의 허무함과 극단적인 허무주의, 염세주의적인 말인데 이 말이 유쾌한 <톰 소여의 모험>과 <허클베리 핀의 모험>을 쓴 마크 트웨인의 글인지 의심이 들 정도로 충격적입니다. 책 맨 뒤 해설에서 마크 트웨인이 아내와 딸들을 잃고, 필리핀을 식민지로 삼으려는 미국에 실망하였다는 내용 등을 보고서야 간신히 그가 이런 이야기를 만든 이유를 이해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야기가 전개되면서 이야기의 주제가 여러번 바뀐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또한, 마크 트웨인에 생전에는 이 작품을 발표하지 않았다고 하는데 본질적으로는 이 작품은 미완성 상태라고 생각됩니다. 하지만, 마크 트웨인이 우리에게 말하고 싶은 이야기가 무엇인지는 짐작 할 수 있을 것 같고, 다음에 톰 소여나 허클베린 핀을 접하면 예전과는 다른 느낌을 받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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