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트] 우리가 볼 수 없는 모든 빛 - 전2권
앤서니 도어 지음, 최세희 옮김 / 민음사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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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의 전반부(그러니까 1권)를 읽을 때의 느낌은 소설보다는 시나 에세이를 읽는 느낌이었습니다. 등장인물이 등장하기는 하지만, 주인공 둘을 제외한 나머지 인물들에 대한 개성이랄까 인물에 대한 인상이 극히 미미하였고, 주위 배경이나 분위기에 대한 표현도 극히 절제되어 있어 이야기 속으로 빠져들기가 다소 힘들었습니다. 2권으로 들어가면서 이야기의 힘이 실리고 나머지 등장인물이 비로소 살아있는 사람처럼 느껴지게 되었다. 클라이막스를 지난 후 다시 앞부분같은 분위기 바뀝니다. 

 

이야기는 마리로르와 베르너가 만나는 짧은 순간을 중심으로 진행됩니다. 소설의 구성도 둘이 만나기 직전 마리로르가 위기에 빠진 시간의 이야기를 이야기의 전재과정 속에 중간중간 삽입하여 긴장감을 높이지만, 이 부분은 의외로 너무 싶게 해결되어 버립니다. 이야기의 특색 중 또 하나는 베르너와 마리로르의 이야기를 계속 반복적으로 배치하여 두 사람이 언젠가는 만나게 될 것을 예고하고있고, 결국 만나게 되지만 그 시간은 너무 짧습니다.

 

이야기의 흐름이 두사람이 만나는 순간과 그 직전 마리로르가 위기에 처하는 순간을 중심으로 쓰여있고, 나머지 부분은 뭔가 안개속에 싸여있는 듯한 몽환적인 느낌을 받았습니다.  나이 어리고, 장님이거나 고아상테로 상처가 있는 두 소년소녀의 시각에서 바로 본 전쟁의 아픔을 그렸기에 그런 느낌을 받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비유가 적절한지는 잘 모르겠지만 <안개속의 풍경>이라는 영화가 생각납니다. 이 영화에 대한 기억도 가물가물하여 확실하지는 않지만 어린이의 눈을 통해 본 전쟁의 비극을 그렸는데 장면장면은 아름다왔던 것 같은데, 이 책을 읽는 느낌이 바로 그러 하였습니다. 전쟁의 아픔도 강하게 느껴지는데 매 순간 장면장면자체는 아름다운 느낌이라는 것.

 

두 사람의 만남과 숨겨진 보석을 찾는 약간의 서스펜스가 이야기를 이끄러가는 힘이기는 하지만, 이야기가 거기까지 진행되는 동안 전쟁의 참상이 보여집니다.

 

장님 소녀 마리로르를 사랑하여 그녀의 외부활동을 위해 도시전체의 모형을 만들고 외부에서 활동할 수 있도록 돕는 따뜻한 마음의 아버지. 전쟁은 그녀에게서 그 아버지와 헤어지게 하지만, 그녀는 아버지나 주위 사람들의 따뜻한 보살핌 속에 강하게 살아납니다. 과학적 재능이 뛰어났던 소년 베르너는 전쟁시기가 아니면 마음껏 자신의 재능을 펼치며 살아갈 수 있었을 터이지만, 전쟁에 이끌려 나가고 원하지 않던 살인을 접하고 양심의 고통을 느끼게 됩니다. 또한 베르너가 군사학교에서 훈련을 받던 중 만난 프레데리크도 전쟁이 아니였다면 조류학자가 되어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는 소년이었지만, 그 곳으로 왔다가 전쟁을 위한 훈련 속에서 거칠어진 소년들 사이에서 희생되어버리고 맙니다. 이렇게 순수한던 소년들이 전쟁으로 인하여 자신의 꿈을 잃어버리고 희생당하는 모습을 보면서 전쟁으로 인한 슬픔을 다시 느끼게 되고, 전쟁을 일으킨 자들에게 이렇게 묻고 싶어집니다.

 

그 전쟁으로 이루고자 한 것들이, 그로 인해 희생된 아이들의 꿈보다 과연 가치있는 것이었던 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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