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일드 44 - 1 - 차일드 44
톰 롭 스미스 지음, 박산호 옮김 / 노블마인 / 2015년 5월
평점 :
절판


 한 남자가 있었다. 자기가 속한 국가와 그 체제를 사랑하고 충성하는 것이 자신의 유일한 가치관이었고, 그 방면에서 상당히 유능했었다. 그러나 그는 그 체제에서 버림받고 끈임없이 고통받게 되면서, 자신이 외면했던 사람들의 고통을 생각하게 된다.


또 한 여자가 있었다. 숲에서 홀로 놀다가 자신이 살던 마을이 폭격으로 사라지는 모습을 보고 오로지 자신의 생존만을 생각하면서 살게 되었다. 어린시절 자신의 부모님이 살던 마을을 폭격한 것은 적군이 아니라 적에게 식량을 내주지 않기위한 자신의 조국이었음을 알게 되고, 그 조국도 그녀에게는 자신의 생존을 위협하는 존재가 된다.


1980년대 후반에 러시아에서 실제로 발생한 연쇄 살인마 사건을 1930년대로 옮겨 연쇄살인마를 다루는 스릴러의 흥미진지함을 유지하면서도, 1930년대 소비에트 연방의 스탈린 치하의 정치체제가 개인을 억누르는 모습과 이에 굴하지 않고 일어서는 민중들의 삶을 보여주는 멋진 소설이다.


스탈린 치하의 무조건인 복종적인 요원의 위치에서 추락하지만, 정의를 위해 고통을 감수하면서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레오의 모습은 내게는 본 아이덴티티의 제이슨 본을 연상하게 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 소설은 그보다 더 소중한 것을 이야기한다. 


"왜 내가 널 위해 그딴 짓을 하는데?"

"저를 위해서가 아닙니다. 그자가 아이들에게 어떤 짓을 했는지 직접 보셨잖아요. 같이 사는 사람들을 위해 하셔야 합니다. 우리 이웃, 기차에서 우리 옆에 앉는 사람들, 우리가 모르고 있고 앞으로도 절대 만날 일이 없는 아이들을 위해 하셔야 하는 겁니다."


한 부부가 있었다. 엄청난 굶주림으로 자신 가족의 생존을 위해 다른 사람의 생명을 빼았으려 할 정도로 절박했던 그들. 그들에게 계속해서 국가는 고통을 주지만 그들은 아들에게 이렇게 이야기한다. "넌 잘 살거야. 난 그렇게 믿는다. 너와 네 아이들이 사는 세상은 달라질 거야. 러시아도 변할 거다. 난 아주 희망적이란다."


주인공인 레오와 라이사가 제이슨 본같은 아주 특출한 능력의 소유자는 아니기에 실수와 실패를 거듭하기는 하지만, 끝내 자신들의 목적을 성취할 수 있었던 것은, 강력한 체제의 탄압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심정을 가진 러시아 국민들의 도움이 있었기에 가능한 것이었고, 이러한 모습은 2015년의 대한민국을 사는 사람에게 큰 울림을 줄 것이라 생각한다.


이 사건 이후로 복귀하게 되면서 강력반을 맡게 되는 레오의 새로운 활약이 나오는 후속편을 기대하면서 다른 분들께도 초강력 추천을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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