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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우스 오브 카드
마이클 돕스 지음, 김시현 옮김 / 푸른숲 / 2015년 5월
평점 :
절판
케빈 스페이시 주연의 미드를 당장 볼 수 없기에 읽기 시작한 책이기에, 처음에는 이 책을 읽음으로써 향후 미드 감상을 망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다소 있었습니다. 하지만 원작은 대처 이후 시대의 영국이 배경이니 미드는 원작과는 차이가 있을 수 밖에 없다는 것을 알고 다소 안심할 수 있었습니다. 정치제도가 입헌국주국에서 대통령제로 바뀌니 상당 부분을 새롭게 바꿔야 할 것이고, 그러면 미드를 나중에 보더라도 새로운 부분을 많이 발견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 것입니다. 아무래도 우리나라와 같은 대통령제를 채택한 미국이 더 흥미로울 것이니 미드 감상은 계속 기대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미드를 염두에 두고 읽어서인 지 주인공 FU의 캐랙터는 케빈 스페이시에 잘 맞는 것 같고 더욱 드라마를 보고 싶다는 생각이 납니다. 또한 소설에는 자주 등장하지는 않지만 FU의 부인이 상당히 강인한 인물 같습니다. FU의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모습이 이야기 초에 그의 아내가 여기자를 애인으로 삼아서 이용하라고 하는 말에서 부터 출발한 것 처럼 느껴지는데, 멕베스의 아내같은 느낌도 살짝 납니다. 미국의 드라마 소개를 보면 이 캐랙터의 비중이 원작에 비해 아주 커진 것 같아 제 생각과 비슷한 역할을 해 줄 지 기대됩니다.
저자가 정치판에 있었고, 현재 다시 정치판으로 돌아와서 원작을 손 보았다고 하는데, 그래서인지 상당히 분위기가 현실적입니다. 그런데, 정치판에 있었던 사람이 쓴 정계의 모습이 참으로 추악한 것을 보면 놀랄 수 밖에 없습니다. 소설은 인기가 떨어진 수상을 대신하여 새로운 여당의 당수 선거가 이루어지는 과정을 그리면서 그 사이사이에서 발생하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경쟁자 간의 암투와 언론재벌의 음모에 대해 소개되었는데, 앞으로는 우리나라의 선거판에서도 향후경쟁하던 후보들 중에서 후보사태 등의 일이 발생한다면 이 <하우스 오브 카드>를 떠올리게 될 것이고 예전같은 마음으로 선거판에서 발생하는 그런 모습을 볼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소설은 한 사람의 음모가 거의 아무런 장애물없이 성공하는 모습과, 그에 대항하던 다른 후보들의 다소 맥없는 패배의 모습이 계속되어 어느 정도는 예측 가능한 전개로 진행되다가 ,마지막에 가서는 정말 갈 때까지 가는 음모자의 모습이 나오면서 엄청난 충격과 전율을 느끼게 됩니다. 어떻게 보면 아가사 크리스티의 애크로이드 살인사건의 결말과 비슷한 정도의 충격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이 놀라운 발전으로부터 독자들은 정치판의 살벌함을 알게 된다고 해도 과언 이 아닐 것 같습니다.
오랜만에 재미있게 시간가는 줄 모르고 책을 읽었습니다. 추가적으로 좋은 사람은 아니지만 FU같은 지략과 전투력을 가진 인물이 우리나라의 야당 정치계에도 나타나길 바라는 마음이 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