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노버에서 온 음악 편지 - 피아니스트 손열음의 클래식 이야기
손열음 (Yeoleum Son) 지음 / 중앙books(중앙북스)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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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니스트 손열음을 처음으로 접한 것은 KAIST문화 행사에서 본 G.Rium Quartet공연이였습니다. 한 대의 피아노를 4명의 피아니스트가 연주하면서 사이사이 재미난 상황을 연출하여 어린 나이였던 저희 아이도 아주 재미있게 보았던 기억이 있습니다. 4명의 피아니스트를 대표하여 가장 나이 어린 피아니스트인 손열음씨가 행사 소개 및 인사를 했는데 매 번 인사할 때마다 거의 절하는 수준으로 허리를 90도로 숙이는 것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그 후로 한번 더 비슷한 행사에서 볼 기회를 노렸는데 대통령의 (아마도) 러시아 방문 시 함께 가게 되어 공연에 참여하지 못한다는 소식을 듣고서야 국가표급 연주자임을 제대로 알게되었습니다.


이 책에서 가장 좋은 부분은, 제가 생각하는 인생에서 가장 아름다운 순간이 소개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무협지에서 절대고수가 잘대고수를 만나는 것 같은 장면. 한예종 총장 이강숙 교수님이 손열음을 만나는 장면이나 손열음의 현재 스승인 아리에 바르디를 만나는 장면. 말하지 않아도 서로의 뜻을 아는 친구를 지음이라 했는데, 서로의 내공을 아는 음악인이 만나고 상대방의 열정과 재주에 탄복하는 모습은 실로 부럽고 아름다운 순간입니다.

한예종의 이강숙 교수가 피아니스트 손열음을 얼마나 자랑스러워하는 지는 이 책의 추천글과 이 책속의 한 에피소드로 잘 알 수 있습니다. 세계 정상급 토종 연주자를 배출하기 위해 설립된 한예종에서 그런 인재를 기다리다가 손열음을 만나, 얼마나 기쁘셨던 지 <피아니스트의 탄생>이라는 소설까지 쓰셨고, 이 책의 추천사에서는 손열음이 글까지 잘 쓴다는 소식을 듣고 그럼 그렇지하면서 당연하다는 모습을 지으시는 것이 눈에 보일 정도입니다. (이 책의 출간도 자신보다 기뻐하는 사람이 있으면 나와보라고 하실 정도니...)

이런 대단한 음악가를 배출한 어머니도대단하신 분 같은데, 원주에서 서울로 2시간씩 이동하면서 개인 레슨을 받았다는 이야기를 보니 <타이거 맘>이 연상되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 정도면 힘들다고 투정부릴 만도 한데 이 모든 것이 부모님의 사랑이라는 것을 알고 기쁘게 받아드리고 그 두시간 동안 책을 열심히 읽거나 부족한 잠을 보충했다고 하니 손열음의 주위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그녀를 사랑하고 자랑스러워하는 것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개인적인 이야기 이외에 세계 정상급 연주자가 적는 음악 이야기도 흥미로왔는데, 가장 인상적인 것은 작곡가 별로 인상적인 분위기를 하나씩 정하는 내용이었습니다. 그런데 몇 편의 글은 음악적 지식이 부족하고 연주할 수 있는 악기가 없는 저로서는 이해하기가 무척 어려웠습니다. (이 책 평점이 4개가 된 이유가 이 때문인데, 전적으로 제가 무식한 탓입니다.) 조금씩 듣는 음악을 늘려가고 있기는 하나 아직까지 클래식 음악에 대해서는 문외한 수준인 저인데 다른 분야의 취미(소설, 영화 등)에서 자꾸 흥미를 잃어가는 것을 보완해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클래식음악인 듯합니다. 앞으로 음악에 대한 내공을 키워 손열음의 글을 좀 더잘 이해할 수 있게 되었으면 합니다. 또한 손열음의 독서량이 대단하여 음악 이외의 분야에 대한 글도 상당한 수준일 것 같은 데, 그런 글도 읽을 수 있게 되길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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